가인형 인간이냐? 아벨형 인간이냐?

Isaak Lee

Azusa Pacific Univ.

Calvin Theological Sem.

yeesaak7@gmail.com


개스라이팅( Gaslighting )이라는 심리학적 용어의 시작은 영국의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해밀턴 (Anthony Walter Patrick Hamilton 19041962)1938년에 연출한 개스등에서 유래한다.

이 소설은 후에 도롤드 디킨슨(Throld Dickinson 19031984)1940년 영국에서 영화로 만든 이래 1944년 죠지쿠커 (George Cukor 18991983) 감독과 함께 미국 MGM사에서 새로운 영화로 각색했다.

품위있는 고전적 미를 겸비한 세기적인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Ingrid Bergman 19151982 )과 상대역으로 프랑스계 미국 남자배우 샤를르 보이어 ( Charles Boyer 18991978 )가 열연하여 당시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던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19년 의회 도서관에 의해 미국 문화필름보존협회 (National National Registry Registry) 에서 보존 되도록 선정될 정도로 가치있는 작품으로 평가 되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 셋트는 1880년 어간의 영국 런던, 안개와 개스등이 어우러져 무거우면서도 어딘가 멜랑꼴리 ( melancholy )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거리에 순찰원이 개스등을 켜면서 내용을 암시하는 듯 영화는 시작된다.

흑백임에도 5분여만 집중하면 컬러와는 다른, 흑백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사실 흑백은 단지 검고 하얀색만이 아니다. 명암교착( mixture of light and shade)에 따라 수많은 색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회화에서 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 )가 밝은 곳으로부터 어두운 곳으로 가는 점진적 명암의 변화를 보이며 삼차원성을 표현하듯 흑백영화 역시 컬러가 가지지 못한 심미적 삼차원성을 가지고 인간의 숨겨진 감성을 터치하기 때문이다.

전압이나 전류의 상태를 2진법으로 구별해 전류가 흐르는 상태와 흐르지 않는 상태로 단순처리 하는 디지털 신호( digital signal )에 비해 전압이나 전류의 연속적 변화를 곡선으로 표시하는 아날로그 신호( analog signal )가 풍부하고 섬세한 감성표현이 가능한 것처럼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시대의 모든 기기들은 빠르고 편리한 반면 인간이 가진 감성과 정서와 창의력에 치명적인 단세포화를 초래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영화는 지나친 과장이나 디지털 조작으로 만들어 내는 초스피디,초사실적 표현과는 다른, 동원되어야 하는 상상력까지 자극하므로 요즘 영화에서 맛 볼 수 없는 색다른 맛을 경험하게 한다.

영화의 스토리를 보면 여주인공 팔라 (Paula - Ingrid Bergman )는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유명한 오페라가수인 엘리스 ( Alice ) 이모와 살던 중 그녀가 가진 귀한 왕실보석을 탐낸 설지스 바우어 ( Sergis Bauer )에게 살해당하지만 이 사건은 미제 살인사건으로 덮여진다. 이모와 빼어 닮은 팔라는 이모처럼 훌륭한 오페라가수가 되기 위해 이태리로 가서 렛슨을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팔라는 연습시의 반주자 그레고리( Gregory )와 사랑에 빠져 결국 렛슨을 포기하고 행복을 찿아 그와 결혼하게 된다.

그들의 신혼집은 이모의 유산이며 과거 이모와 함께 살던 런던 쏜튼광장 ( Thornton Square ) 9가의 타운하우스였는데 거기서 팔라는 하녀를 두고 끔찍한(?) 남편의 보호를 받으며 살게 된다. 남편 그레고리( Gregory )는 팔라에게 이모가 살해된 집의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과거 이모의 수장품들을 모두 2층 다락으로 옮기고 같은 이유로 외부출입을 통제하고 외부인과 접촉도 차단시키면서 점점 팔라를 신경 쇠약자로 몰아간다.

그는 의도적으로 팔라에게 귀중품들을 주었다가 몰래 감추고 팔라로 하여금 잃어버리는 일을 반복하게 하므로 팔라 스스로의 기억력과 자신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도록 유도한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 그레고리는 다름 아닌 과거 이모의 살해자 설지스 바우어( Sergis Bauer )였고, 그는 아직도 이모가 어딘가 남겼을 왕실보석을 탐내 계획적으로 팔라에게 접근하여 결혼했던 것이다. 그는 팔라를 정신병자로 만들어 정신병원에 보내고 어딘가 있을 보석은 물론 모든 재산을 가로챌 속셈이었다.

그래서 그는 밤이면 밤마다 다른 곳의 작업실에서 일한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비우고 뒷문을 통해 다시 2층 다락으로 올라가 등을 키고 이모의 값진 유품들을 뒤적이며 보석 찿기에 몰두한다.

당시 개스공급의 흐름상 다른 곳에서 개스를 켜면 그만큼 개스의 공급량이 나누어지면서 밝기가 줄어 들게 되는데 팔라는 매번 자기 방안이 어두워지고 발자욱 소리와 부스럭 소리가 날때 마다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더 예민해진다. 이를 하녀나 남편에게 호소해도 그녀가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듣는 정신쇠약으로 취급되면서 그녀 스스로도 자신을 의심하며 더욱 남편만 의지하게 된다. 그야말로 철저히 개스라이팅 되어가는 것이다.

이 답답하고 가엽고 암울한 상황에 한 줄기 빛이 비취었으니 어린시절 부터 이모 엘리스의 열광팬이었던 현직 수사관 브라이언(Brian Cameron -Joseph Cheshire Cotten Jr.)은 엘리스와 똑 닮은 팔라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이모의 옛 수사기록을 발견하게 되면서 팔라 남편의 행적을 수상히 여겨 이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국 팔라 남편은 꼬리를 잡히게 되고 마침 보석을 찿아 나오던 설지 바우어를 급습하여 체포하기에 이른다. 개스라이팅된 팔라는 이 수사관에 의해 겨우 자기 정체성과 현실감각을 되찿게 되는 다분히 심리스릴러 ( psychological thrillers )요소를 가진 흥미진진한 영화이다.

아마도 역사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개스라이터( gaslighter )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를 타락하게 했던 간교한 뱀일 것이다. 그 유혹의 방법은 개스라이팅의 전형 그 자체이다. 이브가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하나님의 말씀과 법칙을 교묘히 혼동시키기 위해 분명 하나님은 동산중앙에 있는 선악과는 먹지 말라 했으나 뱀은 이브에게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말라 하시더냐 ”(3:1) 하는 가설을 만들어 진실을 희석시키고 이브를 혼란시킨다.

뿐만 아니라 이미 마음이 흔들린 이브의 틈새를 공략하여 네가 그 실과를 먹으면 정녕 죽는게 아니라 너도 하나님처럼 눈이 밝아질 것이라고 세뇌하여 결국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전략은 가히 고차원적이다.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사탄의 개스라이팅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초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보고 느꼈던 유혹은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러운 것( Good for food, Pleasing to the eye, Desireable for gaining wisdom )이었다. 한마디로 현대인이 누리는 다양한 문화 그 자체이다. 인간의 욕구를 동반하는 식문화,영상문화,지식문화, 거기에 벗었음을 인지하게 된 성문화까지 선악의 열매안에 모두 함축되어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오늘날 세계인들의 문화 아이콘이 된 애플사의 로고가 바로 한입 베어먹은 사과의 모양이다. 스티브잡스( Steven Paul "Steve" Jobs, 1955,2~ 2011,10 )의 전기를 쓴 아이작슨(Walter Isaacson, 1952,5~ )에 의하면 이 디자인은 단순히 '지식의 습득(acquisition of knowledge)'을 의미한다고 한다.

하지만 더 추적해 보면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실질적 창시자로 꼽히는 컴퓨터 과학의 할아버지 앨런 매시슨 튜링( Alan Mathison Turing, 1912,6~ 1954,6 )을 상징하고 있다는 설이 더 유력해 보인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체계를 해독하기 위해 '콜로서스'라는 기계식 암호 해독기를 만든 천재 수학자로 그가 없었다면 영국은 절대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알려진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중범죄인 동성애자로 영국법원으로부터 여성호르몬을 주사 받도록 판결 받아 성정체성 혼란의 고통을 겪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인 사과에 청산가리를 주입, 한입 베어물고 자살했기 때문에 애플은 그를 기리기 위해 한입 베어먹은 사과를 로고화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이폰이나 탭을 열고 닫을 때 마다 그리고 어느 곳에나 널려진 에플의 로고를 볼때 마다 이브가 베어먹어 눈이 밝아진 지식의 독사과 , 이브가 건네준 사과를 먹고 목에 걸려 남자 목에 남게 된 아담스 애플 (Adam`s apple-Laryngeal prominence ), 백설공주가 한입 베어물고 쓰러졌던 마녀의 독사과, 컴퓨터의 창시자 앨런튜링이 베어 물고 자살한 청산가리의 독사과가 오버랩 되어 묘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어쩌면 현대인은 매일, 매일, 이 독사과를 베어물고 울고 웃고 보고 듣고 온갖 세상의 지식과 탐욕을 채우며 사는 또 하나의 현존하는 아담과 이브는 아닌가? 그러고 보면 핸드폰도 컴퓨터도 인터넷도 GPS1,2차 세계대전에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고안된 악한 전쟁의 산물이다. 천국백성이지만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그리스도인 역시 이 치명적인 문화의 사과를 베어문 채 세속의 독에, 무신론의 독에 점차 개스라이팅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우구스티누스 ( Sanctus Aurelius Augustinus Hipponensis 354,11~430 )는 그의 저서 신의 도성(De civitate Dei 428)에서 세상에는 선과 악이 처음부터 분리되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전통적인 이원론에서 벗어나 선과 악을 하나로 통합하여 세상은 유일하신 하나님에 의해 선으로 창조되었으나 단지 두 부류의 인간이 존재할 뿐이라고 역설한다.

가인과 아벨처럼 똑같은 환경에서 살았지만 자기 탐욕을 사랑하여 지상의 도성을 이루며 사는 가인형 인간이 되느냐 아니면 하나님과 진리를 사랑하여 하나님의 도성을 이루고 사는 아벨형 인간이 되느냐가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누가복음 17:21에 예수님께서 천국이 너희 안에 있다고 하신 말씀은 깊은 진리이다.

결국 세상 문화가 악하고 더러운 것이 아니며 독있는 애플이 악한 것이 아니다. 사탄에게 개스라이팅 되어 세상문화들을 자신의 탐욕과 만족을 위해 사용하면서도 분별없이 자신은 지적이고 첨단의 과학을 활용하는 능력있는 현대인이라고 착각하며 지상의 도성을 이루며 사는 인간이 악이며 비극이며 독이 되는 셈이다.

바울이 고린도전서 731에서 세상 물건을 쓰는 자들은 다 쓰지 못하는 자같이 하라 이세상의 형적은 다 지나감이니라 하셨는데 원문에 더 가까운 KJVabusing - 악용하지 말라고 번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입 베어먹은 사과는 여전히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럽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