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베룸 코르프스( Ave verum Corpus K618 - 찬양, 참되신 주님의 몸)

간은 필연적으로 늙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죽음을 향해가는 존재이기에 연륜에 따라 상당한 가치관의 변화와 더불어 사물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게 된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의 작품 또는 저작활동을 평가할 때 보통 3기로 나누어 관찰하게 된다.

초기에는 모방기,중기는 활동기,말기는 성숙 또는 진정한 창작기로 볼 수 있다. 대부분 연륜이 더 할수록 자기 분야에서 시각이 좀더 넓어지고 관용적이 되며 나름 깊이 있는 자기철학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생애에 다작을 남기고 간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27~1791125), 그의 작품의 동기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18세기의 문턱을 들어서는 당시 유럽의 사회상은 아직 상당부분 절대군주와 함께 종교단체 또는 귀족중심의 사회로서 그들의 후원을 통해 예술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더 낳은 지위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곡을 쓰며 고군분투했다. 모차르트 역시 당대에 인정받는 유명인이 되고 싶었으며 여유있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창작활동에 매달렸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겨우 35년의 삶으로 일생을 마감했다.

동시대의 다른 음악가들, 베토벤 ( Ludwig van Beethoven Baptised 17701827) 57, 롯시니( Gioa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 76, 비발디 ( 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 69세에 비해서도 그는 상당히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이다.

과연 무엇이 그 젊고 패기 발랄한 모차르트를 죽게 했을까?

1791125, 그가 사망한 일주일 후 베를린 신문은 그가 독살 당했다고 발표했으나 그후 계속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실제 사망 원인은 박테리아 일종인 연쇄상구균 (streptococcus)의 감염이라고 했다. 그런가하면 해부학자 요제프 히틀(Josef Hyrtl)은 모차르트의 두개골과 관련된 연조직의 법의학적 재구성을 통해 왼쪽 머리에 골절로 인해 소량의 만성적 출혈로 생긴 경막하 혈종( Subdural hematoma )의 문제를 제기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00년 두 명의 의사(Faith T. Fitzgerald, Philip A. Mackowiak)와 음악학자(Neal Zaslaw)로 구성된 조사팀은 그동안의 역사적 증거들을 검토한 후 관련된 간행물에서 그의 사망인을 심장, 관절,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염증성 질환인 류마티스열 (rheumatic fever)로 진단했다. 결국 사인은 확실치 않으나 그는 일찍 갔고 그의 작품들을 굳이 초기,중기,말기로 구분할 의미도 없게 될 뿐만 아니라 그의 독특한 천재성은 이를 더욱 모호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창작한 수많은 작품중에 유독 눈에 띄는, 마치 반짝이는 별처럼 영롱한 곡이 있으니 그 곡은 단연 Ave verum corps 라고 할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에 마치 원숙한 후기작품 같이 성숙한 기품을 갖춘 이곡은 표현하기 힘든 신앙적 영성을 명료하고 단순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용한 다양한 음악기법들은 결코 예사롭지 않은 음악적 미학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이곡은 명실공히 최고의 예술가가 남긴 최고의 걸작 ( opus summum viri summus )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이곡에서 그는 레디안음계( radian scale )를 사용했는데 현재 쓰고 있는 음계와 달리 3도 간격으로 쌓아 올리는 화음이 C-E-G 가 아니고 C-E-F# 가 되며 이는 결국 불협화음이 만들어지지만 심연을 더욱 깊게 자극하는 절묘한 효과를 자아낸다. 또한 1782년부터 모차르트는 근본적인 창조적 도약을 이룬바 장조와 단조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취급하는 양식을 이곡에서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곡은 D장조로 시작해서 d단조로 옮겨가며 , 거기서 다시 g 단조로 변조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준것이다. 이는 당시 주조 ( 主調 )개념이 자리잡고 있던 고전음악 전통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시도였다.

가사 역시 13세기에 유래된 성찬송을 부분 반복하46마디에 담아냈다. 이는 바덴의 성 스테판 교구의 음악 감독이었던 그의 친구 안톤 스톨 ( Anton Stoll, 1784-1805))을 위해 모테트( motet-다성음악,교회합창곡)로 쓴 곡인데 혹시 가사의 의미를 모른채 듣는다 해도 독특한 작곡기법의 천재적 배열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죄된 성품과 연약함을 깨닫게 함과 동시에 주님의 거룩한 몸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그 몸을 주신 희생에 대한 한없는 감사를 뼈속 깊이 체험하게 한다. 그래서 신앙양심을 가진이라면 이곡을 접하는 순간, 깊은 내면에 전율하는 감동과 통렬한 회개, 솟구치는 흐느낌을 제어할 수 없게 만드는 압도적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Ave verum corpus'

Ave verum corpus, natum de Maria Virgine, vere passum, immolatum in cruce pro homine cuius latus perforatum fluxit aqua et sanguine:esto nobis praegustatum in mortis

찬양합니다. 참되신 주님의 몸, 진실로 고통을 당하시고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몸이시여, 찔리신 옆구리에서는 물과 피가 흘렀습니다, 죽음의 시험이 닥칠 때 저희가 당신을 통해 천상을 예비하게 해주소서.


괴테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는 이러한 모차르트를 서구 문화에서 도달할 수 없는 완벽함의 최고 아이콘 이라고 극찬했으며 위대한 신학자 한스큉( Hans Küng, 1928~2021)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통해 초월의 흔적 을 볼 수 있다고 깊이 있는 해석을 했으며 칼바르트 ( Karl Barth 1886~1968 ) 그의 음악은 하나님의 특별한 직접적 접근 을 발견하게 한다고 경탄한 바 있다.

모차르트는 1791년 생을 마감하기 불과 5개월 전에 이 곡을 썼다. 1789년에 시작된 프랑스혁명의 불길이 유럽전역을 휩쓴 때였고 당시 의식있는 지성인들이 자각하는 시대정신의 결정체는 개인의 정체성에 집약 되었다. 당시 쉴러( 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 1759 ~ 1805)가 제기한 사회문제는 국가의 개혁 제도에 의한 변혁으로 충분치 않으며 오히려 미적 교육을 통한 개개인 감각의 총체적 혁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철학자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역시 프랑스혁명에 중요한 이념적 영향을 끼친 것은 그의 사회계약론에서 국가는 그 전체 구성원과 계약을 통해 성립되며 그 사회 안의 모든 개인은 사회구성원 전체 의사로 통치되어야 한다 고 주장함으로 개인평등과 개인의 주체적권리를 중시, 근대 민주주의의 이념적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모짜르트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을 무렵 아마도 이곡은 작곡되었고 이곡에 당시 시대정신과 함께 자신의 개별적 신앙이 투영되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의 교회음악에 관련된 작품들은 주로 1779년부터 1781년까지 잘츠부르크의 콜로레도 대주교를 섬기는 동안 의무적으로 작곡되었다. 캐톨릭 사이드에서는 모차르트를 독실한 캐톨릭신자로 포장하고 독점(?)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그는 그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대주교를 미치도록 미워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성직자를 향해 "거만하고 자만하는 성직자"라고 경멸하며 독일어 속어인 파퍼" Pfaffe"(사이비성직자) 라는 경멸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았던 것을 볼 수 있다. 임종 당시에도 사제의 참여를 거부했을 정도이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28세에 당시 반그리스도교 집단으로 비난받았던 우애단체인 프리메이슨( freemasonry, masonry )에 가입하여 마스터 메이슨이 되었다. 그는 메이슨을 위해 적어도 8곡의 음악을 작곡했으며 그의 유명한 오페라 "마술피리 .Magic Flute"에서 메이슨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1738년 교황 클레멘스 12( Clemens PP. XII, Papa Clemente XII 246대 교황 ,재위 1730-1740)가 메이슨의 회원 자격을 엄격히 금지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가입한 것은 교황권의 정면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죽기 4년여전 17874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차르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죽음이 삶의 진정한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나는 몇 년 동안 이 진정한 가장 친한 친구와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죽음의 이미지는 더 이상 나에게 무섭지 않고 오히려 고요하고 위안이 됩니다. 그리고 죽음을 진정한 영원과 행복의 열쇠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 고작 31살 나이에 이렇듯 깊이 있는 영성을 담은 신앙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념을 지배했던 특정한 캐톨릭시즘( Catholicism )의 틀이나 신앙관념에서 자유했던 한 고매한 신앙인격의 독립적이며 개혁적인 모습 그대로를 목도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의 가톨릭 사제이자 교수이며 음악가인 캐스퍼는 ( Peter Paul Kaspar 1942-) “역사적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모든 사실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볼프강은 전통적인 가톨릭 신자였던 아버지와 다른 세대에 속했으며 종교적 관용을 수용한 18세기 계몽주의에서 출산된 개혁적인 인물이었습니다. ” 라고 그를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곡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그의 영적내면은 예수님을 향한 그의 진실, 그리고 종교나 교회에 얽매인 신앙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구도자로서 주님을 만나고 주님을 깊이 받아 들인 성숙한 신앙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전폭 의지한 자로서의 초연한 그의 영적세계는 실로 고매하기 그지없다.

Ave verum corpus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월적인 카리스마는 바로 여기서 분출되고 있는 것이리라.

단지 46마디의 Ave verum corpus는 이런 점에서 한국교회와 신앙인들에게 큰 도전으로 들려온다. 우리는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너무 획일적이며 집합적인 우리들만의 신앙적 잣대에 길들여 있지 않은가?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는 결국 개개인의 주체적이고 고매한 신앙인격의 형성에서 비롯될 뿐이다. 한국교회가 현재 부딪치고 있는 선교와 전도 그리고 부흥의 벽은 바로 이 문제에서 멈추고 있지 않은지 깊은 반성과 또 다른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글쓴이 : yeesaak7@gmail.com

( Azusa Pacific Univ.,Calvin Theological Sem. )


 

명음반소개 ( youtube )

1. William Christie, Les Arts Florissants Erato, 1995

https://www.youtube.com/watch?v=rXEGQ8fbDps

2. Víkingur Ólafsson (Transcr. Liszt for Solo Piano)

https://youtu.be/9YlQeQAFoZs

3. Mozarts Ave Verum Corpus K 618 by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and Sir Neville Marriner

https://youtu.be/jaELK_F9ROo

4 .Mozart - "Ave verum corpus", K.618 (Vienna Boys Choir, Bertrand de Billy)

https://youtu.be/spZ9FufCQT0

5. Mozart ~ Ave Verum Corpus ~ Leonard Bernstein

https://youtu.be/NK8-Zg-8J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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