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목사】 휴식과 중독

  • 입력 2022.07.2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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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성과를 통해 인정받으려는 불안감이 워커홀릭을 만들어

포괄적으로 중독을 생각하면, 대부분 중독들은 비물질 중독이다. 비물질 중독이란 알코올, 니코틴 등과 같은 특정 물질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나 대상에게 중독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비물질 중독에 대해서 행위중독이라고도 표현한다. 특별히 휴가철이 다가와서 행위중독 중에 일 중독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일중독은 일종의 칭찬받는 중독 중 하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이 일중독이라는 자기인식이 부족한 상태로 지낸다. 중요한 이런 자기 인식을 빨리 알아차릴수록 심리적 균형감을 찾을 수 있다.

H씨는 일중독란 사실을 빨리 받아들였다. 그의 성장 과정을 들어 보니 그가 왜 일을 멈출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그의 가정형편은 가난했었다. 하지만 그를 정작 힘들게 한 것은 가난보다는 부모님의 불화였다. 아버지는 뚜렷한 일거리가 없었는데 자신의 힘듦을 언제다 술로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정 경제는 어머니가 책임을 지셨다. 부모님의 싸움은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는데, 매번 다투실 때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서 물건을 부수거나 어머니를 폭행했고 어머니는 서럽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

H씨는 마음이 항상 불안했다. 학창 시절을 뒤돌아보면서 나는 반드시 능력 있는 가장이 되어서 내 아이만큼은 이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내적 맹세를 하였다.

이런 내적 맹세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고 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긴 하지만, 무의식적인 동기를 외면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면 내면 성장을 방해하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 되곤 한다.

H씨는 자신의 내적 맹세로 힘이 지나도록 열심히 일을 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 할 수 있는 경제력은 마련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자녀들과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H씨의 자녀들은 아버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항상 집에 있는 시간이 없었다. 어쩌다 자녀들과 집에 있을 때면 함께 있는 공간이 어색하기만 했다. 자녀들의 최근 관심과 내면상황에 대한 관심보다는 성과 중심의 이야기만 주로 나눌 뿐이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했던 H씨였지만, 정작 일 중독으로 희생된 것은 가족관계였다.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동기가 정말 중요하다. 즉 무의식적인 동기를 알아차리면서 균형감 있는 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일 중독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으로는 어린 시절 경험에서 오는 어떤 두려움이나 열등감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가치가 오직 일과 성과에 의해서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에 대한 성과가 좋지 않으면 스스로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일의 성과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일과 그리고 일에 대한 성과로 증명을 하려고 하다보니, 일에 대한 중압감이 각종 신체화 현상과 우울, 불안, 불면증의 원인이 된다.

 

건강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험될 수 있는 의미에 보람을 많이 느낀다. , 성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에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단순히 인정을 받기 위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가치와 보람을 느끼려고 노력을 하고, 어떤 상황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는 의미추구를 한다는 것이다. 휴식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며, 일 외에도 또 다른 관심사인 취미가 있다. 즉 이탈행동을 하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내면의 문제는 자존감과 함께 생각해 볼 영역이다. 성취를 하고 속한 그룹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것에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그런 열매만이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이 가치 있게 생각할 것이라고 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속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간이 누적 될수록 결국 마음이 지쳐지고 지켜야 될 자신의 자리에서 도망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진짜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소중한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내면의 성장이 없게 된다면, 여행을 하면서도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서도 일에 대한 생각에서 해방될 수 없을 것이다. 몸은 여행지에 있지만 생각은 계속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은 일을 해야 할 때마다 멈춰야 할 때를 잘 구분하셨다. 오병이어 기적을 행하시고도 몰려든 군중이 억지로 왕으로 삼으려고 하자 오히려 군중을 피해 산으로 올라가 홀로 기도하셨다(6:15, 14:22-23). 성공신화에 몰두하신 것이 아니셨다.

반대로 우리는 너무 과한 성공신화에 몰두하게 되어질수록 일중독자가 되기 쉽다. 결국 휴식은 나를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보장된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인생의 보약처럼 활용되기 위해선 나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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