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있는 물고기는 자신이 수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물고기에게 강은 너무 자연스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인간도 갖고 있는 생각이 강이라고 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나에게 너무 당연한 생각들일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생각으로부터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한다. 지금의 생각은 어떤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진 생각이며, 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원리를 수용전념치료(ACT)에서는 “인간의 생각과 느낌은 언제나 맥락 속에서 존재하며 특정 맥락에서만 특정 생각이나 느낌이 특정 행동과 연결되었다”라고 설명한다.
우리 딸이 9살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아빠 오늘 나하고 춤출까!” 순간 당황스러웠다. 춤을 춘다는 것은 나에겐 어색한 일이고, 우리 딸하고 춤을 추려면 왠지 잘 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생각으로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춤을 잘 못 춰” 말하고 나서 사실 미안했다. 혹여나 우리 딸이 아빠로부터 거절받는 기분을 경험했을지 내심 신경 쓰였다. “아빠 잘 못 춰도 돼. 그리고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춤을 같이 추자고 제안했던 딸이 나에게 대답해주었다. 그러게. 우리 딸은 그냥 아빠와 함께 춤을 추는 시간 자체를 즐기고자 했던 제안이었는데 나는 왜 그 순간에도 잘해야 된다고 생각했었을까. 그리고 잘할 자신이 없으니까 ‘나는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이라고 나의 말이 나의 생각을 묶어 버리고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했었다.
나의 생각을 그대로 탐색해보면 “왠지 잘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은 나에겐 너무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그리고 항상 그래 왔었다. 그런 생각은 나에겐 너무 자연스러운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생각으로 나의 행동이 결정된 영역들이 있었다. 잘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도전하고, 실패할 것 같으면 시작도 안 하는 행동 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나의 생각을 곰곰이 탐색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겐 너무 자연스러운 생각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벗어나 멀리서 그 생각을 바라본 경험이 없었으니 당연히 하나의 생각밖에 할 수 없었던 어리석음이 있었다.
손바닥을 잘 보기 위해서 눈앞까지 손바닥을 갖다 대면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손바닥을 눈에 멀리 떨어뜨려서 바라보면 자세한 것들이 보인다. 눈앞에 대고 있었을 땐 손바닥에 있는 지문이나 살결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약간 떨어트리고 보면 보인다.
생각도 그렇다. 나에게 자연스러운 생각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에서 나의 생각을 바라보면 나의 생각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생각을 떨어져서 그대로 바라보면 자세한 생각들이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나의 경험들, 그렇게 생각하게 된 나의 감정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기억들이 보인다. 생각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생각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가리켜서 ‘인지적 탈융합’이라고 한다. 나의 생각에 집중하고 생각을 그 자체로 바라보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하여 효율적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과정이다.
언젠가 자신은 “쓸모없다”다고 말하는 내담자를 만났었다. 자신은 쓸모없기 때문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지 못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서 ‘쓸모없다’는 단어는 내면 성장을 위한 함정이 되었다. 단어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있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쓸모없는 말은 배우자를 만나야 되는 특정 상황에서만 또는 특정한 경험에 대해서만 언급된 단어에 불과하며, 실제로 쓸모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난 쓸모없어서 좋은 배우자를 만나지 못할 거예요”라는 말은 행동에 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즉 생각을 없애는 것에 목표가 아니라, 생각에 대한 집착과 빈도수를 줄이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떤 말로 표현된다. 그 표현은 지금까지 나의 삶의 경험에 의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생각, 자신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마음에서 올라올 때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시도했으면 한다. 떠오르는 생각으로 표현된 말은 나의 생각을 묶어 버린다. 그리고 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생각의 확산을 방해한다. 그러나 생각을 가만히 마치 관찰자처럼 관찰해보자.
그러면 여러 생각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묶어 버렸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생각에서 벗어나 답답했던 마음에서 빠져나온다면 삶의 새로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