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歷史)는 과거의 사실에 관한 학문이다. 토마스 칼라일(Thomas Carlyle)은, "역사는 모든 과학의 기초이며, 인간 정신의 최초의 소산"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역사 속에서 태어나 숨 쉬며 조금은 역사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단 역사학에 종사하는 사람만 역사를 생각하고 역사를 논하란 법은 없다. 그러나, 역사를 단지 생각한다는 차원과 연구한다는 차원은 다르다. 왜냐하면 역사를 연구하는 데에는 반드시 역사 연구의 대상, 목적, 방법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필요한 것이며, 역사와 역사학의 본질 문제에 대한 식견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1. 역사(歷史)란 무엇인가?
에드워드 기본은, "역사는 인류의 범죄와 어리석은 행위 그리고 불운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볼테르는 말하기를, "역사는 우리가 죽은 자들에게 행하는 속임수의 꾸러미일 뿐이다"라고 했다. 역사란 낱말에는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다. 일반적 의미에서, 역사란 "인류사회의 과거에 있어서의 변천 흥망의 기록"이다. 흔히 역사는 객관적 의미와 주관적 의미를 갖는다고 일컬어진다.
(1) 객관적 역사(사건)
객관적 의미의 역사란 '역사적 사건 그 자체'를 가리킨다. 즉, '역사적 사건의 과정','과거에 일어난 모든 일'(all happened in the past)이란 뜻으로 사용될 때, 역사는 객관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일상대화에서 사용되는 '역사'라는 말은 대부분 객관적 의미의 역사다.
(2) 주관적 역사(탐구)
본래 라틴어 historia는 탐구(inquiry)나 탐구와 연구의 결과로 얻어진 역사 지식을 의미하였다. 이것은 단편적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사실과 사실 간의 연관성을 그 전후관계에서 해명한 탐구와 지식이다.
(3) 역사의 동양적 의미
동양에서 역사는 무엇을 의미했는가?
사(史)는 손 수(手)자와 가운데 중(中)자의 합성어라고 한다. 여기서 중(中)은 바를 정(正)을 뜻하므로, 사(史)는 곧 '바르게 쓴다'라는 뜻이다.
(4) 역사와 역사가
역사가는 역사적 사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재생하는 것인데, 이때 역사가는 그 자신의 세계관이나 현재적 관심, 편견 또는 신념 등의 주관적 관점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재생하지 못한다.
<역사의 언덕>에서 김동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역사라고 알고 있는 것은 결국 역사가가 잡다한 사실들(facts) 가운데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실만을 추려서 <역사>라고 단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 사실이냐 하는 문제는 그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의 시대적 환경과 그의 철학, 인생관, 가치관 등등에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어떤 면에서 현재의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과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5)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對話)
카(E. H. Carr)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하다. 그는 중심을 과거에 두는 역사관과 중심을 현재에 두는 역사관의 중간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과의 관계는 평등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역사가는 사실의 노예도 아니요, 주인도 아니다. 역사가와 역사상의 사실은 서로가 필요하다. 역사란 결국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History is a continuing dialogue between the past and the present). "우리는 오직 과거를 의식함으로써 현재를 이해할 수 있다"(Herbert Luethy).
2. 왜 역사를 배우는가?
역사에는 일종의 매력이 있다. 역사에는 다른 어느 과목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고유의 심미적 기쁨'이 있다. 이 기쁨은 역사학이 추상적 관념의 학문이 아니라, 인간적 냄새가 물씬 나는 구체적 사실의 학문이라는 데에서 나오는 강렬한 매력이다. 또한 역사에는 구경의 재미가 있다. 역사가는 마치 연극이나 영화를 구경하듯 역사를 감상할 수가 있다. 등장 배우들(역사적 인물)의 연기를 보고 칭찬도 해 주고 비난도 할 수 있다. 즉 역사가는 역사의 드라마를 구경하며, 그 구경의 재미로 역사를 연구한다.
역사는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어떤 역사적 사실에서 우러나오는 의미에 감동된다. 역사는 무엇인가를 호소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이 호소력도 역사 연구의 한 매력이다. 역사는 사람을 연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도 역사로부터 피할 수 없다. 현재의 60%는 과거요, 40%는 미래라는 말도 있다. 역사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과거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의 위치를 알 수 있으며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3. 교회사의 정의(定義)
교회사가들은 교회사에 관해 여러 가지 정의를 제시한다. 교회사는 성경해석의 역사이다. 교회사는 세계복음화의 역사이다. 교회사는 "교회 역사의 변천 중에 교회가 듣고 대답한" 말씀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교회사는 학문적 역사방법을 통하여 얻어진 교회의 과거사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그러나 교회사는 신학의 일부이므로 신학에서 사용하는 방법이 요구된다. 따라서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교회사를 연구할 수 있으며, 신학자만이 진정한 의미의 교회사가가 될 수 있다.
교회사는 '필수적인 보조학문'이다. 교회사는 교회공동체의 과거에 관한 연구요 기록이다. 그러므로 교회사는 역사의 흐름에 따른 교회의 발전 및 각 시대의 특징 있는 사건들을 서술해야 한다.
맺는 말
창조주 하나님은 역사의 주(主)이시다. 성경에 의하면,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살고 움직이고 존재하고 있다(행 17:28). 기독교는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역사적 기독교다. 기독교 신앙도 역사적 사건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역사를 바라보는 성경적 안목(眼目)을 가져야 한다. 21세기를 맞이한 우리는 역사의식이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 역사의식(歷史意識)이 있는 그리스도인만이 깨어있는 역사의 파수꾼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