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가성 여인』, 송광택

  • 입력 2025.04.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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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성 여인

송광택

 

한낮의 우물가

뜨거운 햇살 아래

홀로 물동이 들고 다가선 여인

다섯 남편이라는

지나간 상처의 그림자

여섯 번째도 진정한 짝이 아니었네

세상의 눈길 피해 고독을 마시며

야곱의 우물에서 갈증을 달래려 했네

 

"물을 좀 달라"

낯선 유대인의 목소리

경계의 벽을 허문 단순한 청함에

놀란 여인의 눈에 의문이 떠오르네

"어찌 유대인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오랜 분열의 강을 건너온 손짓

그 속에 담긴 은혜를 알지 못했네

 

"생수를 주리니 영원히 목마르지 않으리라"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여인이 물었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소서

다시는 이 우물에 오지 않기 위해"

표면의 욕망 너머 진정한 갈망을

꿰뚫어 보신 이의 지혜로운 눈빛

 

"네 남편을 불러오라" 직면의 순간에

숨겨왔던 삶의 민낯이 드러나네

"남편이 다섯이었고 지금은 아니오"

여인의 솔직한 고백

"네가 말한 것이 참되도다"

부서진 영혼에

스며드는 회복의 빛

 

"어디서 예배해야 합니까?"

주제를 돌리는

도망치는 마음조차 붙드시는 사랑

"참된 예배자는 영과 진리로 예배하리라"

장소와 형식 너머 본질을 보이시고

사마리아 여인의 심연을 만지시어

오래된 갈등을 화해로 이끄시네

 

"내가 그니라"

단순한 한 말씀에

삶의 전환점이 찾아온 여인

물동이 버려두고 달려간 그 발걸음

온 마을을 깨우고

복음의 전령이 되었네

본헤럴드 논설위원, 출판평론가 송광택 목사
본헤럴드 논설위원, 출판평론가 송광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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