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철 목사] 천국의 예배

  • 입력 2025.08.05 10:18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국의 예배에서는 지상교회에서 상용하던 성경책이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경 봉독이나 설교 같은 의례적 순서도 없다. 이유는 명백하다. 성경의 모든 예언은 성취되었고 사실은 기록되었으며 말씀이요 진리 자체이신 주님이 보좌에 계시기 때문이다. 주님이 말씀하시면 그것이 곧 성경봉독이요 설교다. 성경 자체는 없으나 성경 진리의 가치는 영원하다. 천국에서 성경이 차지하는 입지는 거의 절대적이다. 성경 저작에 직간접적으로 역사하셨던 성령 하나님도 성경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바벨의 언어가 아닌 성령의 언어로 쓰인 성경은 천국에서 여전히 모든 예배와 대화의 중심에 있다. 성령이 직접 열두 천국의 열두 기초석과 열두 기둥에 각인한 내용은 비밀이지만 성경 내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성경의 전체 내용은 구속된 영들이 잘 알며 늘 애독되는 천국의 고전에 속한다. 영들 중에는 유난히 성경 사랑에 애착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지상에서 평생 말씀을 읽고 연구하며 묵상하고 가르치기에 전념했던 말씀 섬김이 출신이다.

 

기계적인 성경 박사가 아니라 해박한 지식이 부족해도 진지하게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며 말씀으로 만난을 뚫고 온갖 시험을 극복해온 자들이다. 그들은 영적 전쟁의 최전선에서 잔뼈가 굵은 역전의 용사다. 성경 연구가로 알려진 베뢰아 출신들은 자주 영들의 예방을 받고 진리를 추구하는 즐거움을 나눈다. 영들은 성경 인물의 방문을 받거나 마주칠 때 순간의 도약과 비상으로 자신들의 기쁨을 표한다. 자신이 다루던 실존 인물을 대면하면 기쁨에 찬 환호성을 발한다. 그들 중 다수는 육체에 머물 때 역경과 고난의 세월을 보내며 자주 성경 인물을 떠올리며 힘을 얻었다. 포기할 상황에서 다시 생각하면서 어떡하든 영웅을 닮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의 영웅을 천국에서 만나 소통하고 사귀며 영들은 무한 행복을 절감한다. 악인의 번성과 의인의 고난 같은 부조리에 갈등하며 천국에 가면 주님께 반드시 물어보려던 그 많은 질문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질문이 되기 전에 낌새만 채도 내면에서 정답이 저절로 인식되니 모든 것이 거울을 보는 듯하다.

 

인류 최고의 수수께끼는 ‘왜 의인이 고난당하고 악인은 번성하는가?’ 하는 문제다. 문학이, 철학이, 종교가, 이 난제와 씨름했지만 만족할 만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부조리의 창고 같은 세상에 답이 있을 리 없다. 정답은 오로지 천국에 있다. 시편 저자들과 하박국은 오래 전 천국에 왔으니 해답을 얻었을까? 최고의 의인으로 최악의 고난을 당하며 죽음 같은 직격탄에서 생환한 욥의 당시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지상에서 품은 의혹이나 다짐은 천국에서는 자동 소멸된다. 천국에 입성하는 순간 각 영들에게 정답들이 순간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천국에선 금이 포장용 도로이듯 의식이 곧 통찰력이다. 의혹은 해소되고 정답이 새겨지되 현안 해결용 해답이 아니라 바른 정답이 순식간에 주어지니 밝은 지혜가 쌓인다. 게다가 영속적 학습을 통해 점차로 지식이 축적되고 지혜가 깊어지니 그럴 수밖에 없다. 천국의 거주민에게 주어진 진리와 사랑의 인식 능력은 초절정이며 절대적이다. 진리의 심화로 자유도 증가하고 사랑은 완전에 가깝다.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