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천국에 배치된 영들에게 인식 능력의 편차가 있지만 단연코 질적인 차이는 아니다. 지혜의 원천이요 지혜 자체이신 주님은 열두 천국을 달리 구분한 것이 아니라 영들이 익힌 진리와 사랑의 정도를 기준으로 하여 그들이 도달 가능한 지혜의 충만 정도를 일일이 설정하신다. 상위 천국으로의 이주를 꿈꾸는 영들은 자신들의 인식 체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 천사를 통해 세밀하고 정확한 영체 정보를 확보한다. 영들의 인지력은 “소피아의 이슬”로 불리는데 마치 땅에 내리던 하늘 이슬이 보좌의 주님으로부터 부어진 은혜의 선물이란 뜻으로 적시에 취하지 않으면 이내 사라지는 특성까지 감안했다고 한다. “천상의 만나”란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1층 천국에서 12층 천국까지 영이 고양되는 매 과정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인식 능력을 심화시킬 수 있지만 인지 시점을 놓쳐버리면 순간적으로 희미해져서 붙여진 별칭이다. 각 천국의 인식 정도는 동질이지만 편차는 괄목할 만하다. 어마어마하다. 차원 자체가 다르다.
차원을 예로 들자. 지상에서의 삶은 3차원 세계다. 1차원의 선, 2차원의 평면을 지나 3차원은 입체에 시간을 더한 시공의 세계다. 4차원은 인간이 여태 경험하지 못했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첫 단계의 세계(time-space)다. 사차원의 세계는 인간이 살아가는 삼차원과 단지 일차원의 차이지만 삼차원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구별된다. 주님이 부활 후 잠긴 문을 투과하시고 순간적으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셨음은 시공을 초월한 상태를 보여준다. 성령의 이끌림을 받아 빌립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천국은 시공을 초월한 4차원보다 더 놀라운 5차원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적용하면 12층 천국은 16차원이다. 한 계단씩 천국의 층이 높아지고 깊어질수록 지혜의 정도가 배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한 차원씩 증가된다. 3차원과 4차원의 세계가 완전히 다른 것처럼 4차원과 5차원의 세계는 엄청 차이가 난다. 1층 천국도 이미 시공을 초월한 4차원보다 한 차원 높으니 각 천국의 지고하고 심원한 경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8층 이상의 천국은 한량없는 정도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8이란 숫자는 이음새가 없는 원이 두 개 합쳐진 모습으로 영원의 상징으로 합당하다. 8층 천국은 12차원에 해당하니 그곳의 오묘함은 상상 밖의 세계다. 초월을 초월한 세계가 아니고 무엇이랴! 12층 천국까지는 그 불가사의함이 지극함에 달해 있을 것이다. 천국의 영들도 일종의 각성을 경험하거나 진리를 배우며 익힐 때 순간적으로 나타난다. 배움이 반복되어 터득되는 순간 영들은 번쩍하며 뭔가 존재에 스며들어 마치 일체가 되는 느낌을 갖는데 이런 익힘에 이를 때 각성을 경험한다. 세상에서 이교의 현자 중 하나였던 불타가 평생 추구한 “각”(覺)이 천국에서는 학습의 산물로 매 순간 경험된다. 터득하면 할수록 깨달음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배움의 절정을 자주 경험하면 각성은 드디어 원만함에 이르러 점이 곧 원이요 원이 곧 점임을 인식하는 알파와 오메가 인식 세계에 도달한다. 각성이 깊은 영들은 소통에서 사랑보다 진리의 파장을 더 선호하는데 인식은 곧고 바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