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단련을 위한 훈련은 천군의 수련장에서 이루어지는데 놀랍도록 엄정하다. 각 천국의 요충지 중 하나가 바로 천군의 수련장이다. 이곳에서 용사 중의 용사들이 길러진다. 미가엘이 이끈 주님의 군대가 천상에서 사탄과 겨루었던 마지막 혈전 이후 공식적으로 싸울 일은 없어졌다. 천군은 존재 목적인 싸울 일이 없어졌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한 번 천군은 영원한 천군이다. 천국이 영원히 평화 시대를 구가해도 천군은 사탄을 제압하기 위한 싸움에 진력했던 역사의 산 표본이기 위해 영속적으로 존재한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정체성에 걸맞게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일을 지속한다. 여전히 지옥은 존재하고 교활한 사탄이 보인 지난 시대의 악랄함을 천군들은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반역의 모든 능력이 제거되고 치명상을 입은 사탄이 반역을 도모할 가능성 자체가 사라졌으나 천군은 예의 경계 자세를 푸는 법이 없다. 죽은 듯이 지내도 그들의 생명력은 무한정하다. 일단 유사시에 내뿜는 하늘의 정기는 천국의 먼 변방과 지옥의 경계까지 미친다.
천국의 존립을 위해 훈련하고 땀 흘렸던 훈련장이 영체들의 체력장으로 화했듯 천국의 모서리마다 세워졌던 망루의 첨탑들이 이젠 천국의 역사 뒤안길로 사라지고 영들의 견학 대상이 되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영들은 천군들이 그동안 사탄 일행과 어떤 싸움을 치러왔는지, 천국의 영구한 안전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준비된 영상물에서 확인하게 된다. 천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천군의 존재를 궁금해하던 영들은 천군 훈련장 견학을 통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 높고 웅장한 첨탑에 설치된 각종 기구들은 매우 정교했는데 그것은 천군들이 사탄의 공격을 가정하고 준비했던 당시의 긴박함과 철저함을 잘 보여준다. 보좌 찬탈 직전까지 격렬했던 싸움의 현장을 살피는 영들은 산 역사의 실물들을 살펴보며 격한 감동과 전율을 느끼곤 한다. 그 첨탑 중의 하나가 세워진 곳 근처에 수련장이 있다. 수련장은 영들의 주거지에서 한창 떨어진 곳에 위치해 비교적 한적한데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미가엘이 사탄의 심장을 찔렀던 검의 복제품이다.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미가엘의 천상제일검은 미가엘이 자기 처소의 정면 벽에 걸어두었는데 보좌의 주님이 항시 바라보실 수 있도록 진열해두었다. 황금 칼집에는 열두 보석이 박혀 있고 양날에 푸른 섬광이 번득이는 이한 검인데 칼자루 끝과 손잡이 부분에는 천군의 36필승 검법 동작이 섬세하게 새겨졌다. 열두 천국의 수련장마다 이것의 복제검을 두었는데 크기도 어마어마하거니와 거의 진품 같은 검광과 위용을 뽐내고 있다. 드나드는 문은 입구 하나뿐인데 넓고 위엄차다. 사방이 높다란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마치 옛 성벽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수련장 안을 들어서면 훈련에 임한 영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고 후끈한 열기가 모두에게 전해진다. 훈련 중인 영들의 동작이 예사롭지 않고 교관과 조교에 해당한 천군들과 노련한 영들이 훈련자들 사이로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전투를 위한 훈련이 아니기에 살벌한 동작은 생략되었지만, 전투를 연상시킬 만한 품새들이 각 훈련의 중심을 이루는데 절도가 있고 신속하며 웅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