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교수의 구약이야기 (195) - 구약성경과 선교이야기 (7)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전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전 부회장, KC대 전 총장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그리스도대 구약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전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전 부회장, KC대 전 총장

에스더가 민족을 구원케 한 신앙의 여걸(女傑)이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아를 낳으면 성경 이름 중 에스더라는 이름을 붙이기를 좋아한다.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초연한 신앙 결단은 죽음을 넘어서는 신앙 세계를 알려주었다. 그녀는 하나님의 세계를 기대하며 순교적 신앙으로 나가서, 그 믿음의 모습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사람들의 구호(캐피 프레이즈)가 되었다. 결연한 순교 신앙의 효시(嚆矢)가 되는 구호는 민족을 살리는 놀라운 신앙 결과로 나타났다. “당신은 가서 수산에 있는 유다인을 다 모으고 나를 위하여 금식하되 밤낮 삼 일을 먹지도 말고 마시지도 마소서 나도 나의 시녀와 더불어 이렇게 금식한 후에 규례를 어기고 왕에게 나아가리니 죽으면 죽으리이다 하니라”(에4:16). 인생은 누구나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이 있다. 또한 신앙 공동체에게는 어려운 믿음의 결단의 순간이 있다. 오늘날 전염병의 시대는 위기와 절망이 흔하고, 혼돈과 파멸의 순간이 계속되는 경우의 연속이다. 이러한 때에 에스더 신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부산진교회를 세운 헨리 데이비스 선교사가 1889년 10월 2일 조선 땅에 도착했을 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가지며 남다른 마음과 비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한양에서 언어 훈련을 마친 후에 다음 해에 선교목적지 부산으로 선교여행을 떠났다. 이십 일 동안 500킬로미터를 걸어서 4월 4일 부산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는 천연두와 급성폐렴으로 몸이 파김치가 되어 죽기 직전 상태가 된다. 캐나다 동료 선교사인 제임스 게일(성경 번역, 한국 문학, 조선어 사전제작)에게 하룻밤에 조선을 향한 선교 비전을 유언으로 말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34세의 데이비스 선교사의 부고를 전해 받은 호주 멜버른 스캇 장로교회가 1890년 4월 5일 순교한 토대위에 부산진 교회가 설립되게 한다. 뒤이어서 호주 선교사 맥카이 목사 부부, 멘지스, 페리, 퍼셋과 미 북 장로교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배위량) 등이 부산의 교회들을 세우고 일신여학교를 연다. 그 후에 ‘호주선교부의 어머니 멘지스(민지사)’의 헌신으로 일신여고를 열어 근대화 운동을 하며 3,1만세 운동을 일으키는 도화선 역할을 하게 한다(주경애, 박시연 선생).

조셉 헨리 데이비스(Joseph Henry Davies. 한국명 덕배시. 1856-1890).
조셉 헨리 데이비스(Joseph Henry Davies. 한국명 덕배시. 1856-1890).

에스더는 페르시아 제국의 왕궁에 들어가서 유다민족이 멸족되는 위기를 극복한 민족 영웅이 되었다고 하면 초기 한국 선교사로 와서 순교하며 목숨을 내준 데이비드 선교사나 멘지스 선교사는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한 참 에스더였다. 이 선교사들은 미개한 조선의 어둠과 혼돈, 영적 어둠의 깊음을 타개하는 일을 한다. 곧 복음의 빛을 전하며 영혼 구원의 사역을 하며 예수 정신을 실천한 선교사였다. 일신병원을 세우고 ‘조선 나환자들의 아버지’로 불린 매견시(맥켄지) 선교사는 30년간 봉사하였고, 또 아버지의 대를 이어 헬렌과 캐서린 두 딸이 한국에 와서 뒤이어 일신부인병원을 세웠다. 이들은 부산의 장기려 박사와 더불어 생명의 빛을 밝힌 성자가 되어 부산 땅에서 선교역사를 비추는 영혼의 등대가 되었다. 에스더가 한 민족의 생명을 구원한 결연한 신앙의 여걸이라고 하면, 한국에 와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섬긴 분들은 이 에스더와 같은 하나님 나라의 샛별이다. 수많은 순교와 선교의 복음을 전한 선교사들은 하나님 나라의 선구자들로서 놀라운 복음의 씨앗이 되었다. 오늘의 한국 교회와 한국은 이러한 선교사의 피와 땀과 눈물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선교사의 수고에 감사하며 오늘 우리도 그 뒤를 따라 복음의 일군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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