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 (6)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살구, 사과, 포도, 수박 가운데 여름에 나는 과일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사과입니다. 지금은 여름에도 사과를 구해 먹을 수 있지만, 사과는 원래 가을에 나는 과일입니다. 제철이 아닌 계절에 나오는 과일이나 채소는 우리 몸에 이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추운 겨울에 딸기를 먹기 위해서는 난방시설이 갖추어진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야 합니다. 비닐하우스 안은 습기가 잘 차서 해충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충을 죽이고 양분을 주는 햇빛도 직접 비추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또 그런 이유로 인해 비닐하우스 안에서 농약이라도 치게 되면, 농약은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밖으로 씻겨 나가지 못하고 대부분 우리 입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딸기뿐만 아니라 이렇게 키워지는 농산물은 제철이 아니라서 값이 다른 것에 비해 비쌉니다. 값도 값이지만 농약에다 맛도 떨어집니다. 때로는 값을 비싸게 팔려고 약으로 농작물의 성장을 빠르게 하거나 늦추고 있습니다. 과일이나 채소의 모양이 너무 깨끗하고 색이 선명한 것들은 한 번 의심해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싱싱하게 보이면서 오래 보관하려고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농산물을 먹으면 우리 몸 안에 차츰차츰 독성이 쌓여 크고 작은 병들이 생길 터인데 말입니다. 더구나 제철이 아닌 때에 비닐하우스에서 나는 채소나 과일은 기후 붕괴로 절멸 위기에 처한 지구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는 데 말입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다 보면 과다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게 되고, 겨울철에 비닐하우스 안을 농사에 적합한 실내 온도로 유지시키려고 하면 다량의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철이라고 할지라도 제가 나서 자란 자리를 떠나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면 그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먹히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땅에서 난 싱싱한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은 맛과 영양 면에서도 일품이지만, 환경보호와 에너지소비절약을 실천하는 일이며, 농민들이 농약을 쓰지 않게 하여 제 모습 그대로 먹히게 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어렵더라도 수입산이 아닌 국내산, 그것도 제철에 난 곡식과 과일, 농수축산물을 선택해서 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나 하나의 생명만이 아닌 나를 있게 하는 모든 생명들로 하여금 제 생명을 살아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저마다의 생명들이 이 세상에 보내지면서 받은 생명을 온전히 살아내게 도울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제철 먹을거리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할 것입니다. 이 땅의 수많은 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선한 청지기의 삶을 자연스레 살아내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물론이고, 철을 잊고 살아 철없는 삶으로 다른 생명을 해하는 이들이 보이면, 제철 밥상을 차려먹게 해볼 일입니다.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