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 (3)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는 받은 복(창1:29)이 참 큽니다. 하지만 그 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지는 못한 듯합니다. 매일 대하는 밥상을 봐도 알 수 있는데, 우리의 밥상을 지탱해주는 지구 동산이 기후 붕괴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같은 위기 앞에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입니다. 전 세계 교통수단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전체 대비 13.5%)보다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 그 양이 18%나 됩니다. 축산업에서 나오고 있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양으로 보면 37%나 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더 강력한 지구온난화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아니 계속해서 밥상에 올리는 고기 양이 늘어날 경우, 지구온도는 계속 올라갈 것입니다. 지금도 거대한 북극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고 있고,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 재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큰 걱정입니다.

혹자는 남태평양의 섬나라가 물에 잠기는 것도 시간문제라고들 이야기합니다. 더구나 예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변종 질병들도 세계 곳곳에서 무섭게 창궐하고 있습니다. 우리라고 그런 위기의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이미 위협은 우리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과 광우병,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을 고려하면, 생명을 위해 먹어야 할 먹을거리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는 생명까지 앗아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재앙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늦추는 일을 서둘러야 합니다. 우선은 하나님이 처음 허락하신 음식, 땅에서 나는 것으로 밥상에 희망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육식 위주가 아닌 곡 채식 위주의 밥상을 차려야 합니다.

사실 육식은 앞서 지적한 이유 이외에도 이미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인 열대우림의 70%가 잘려나가게 했습니다. 1분마다 축구장 여덟 개 넓이의 열대우림이 불태워지고, 그 속에 살고 있는 5만 종의 생물이 해마다 사라져 왔습니다. 가축 사육에 필요한 농지, 곡물, 물 등으로 다량의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또 육식 1인분은 채식 20인분의 식량과 물에 해당한다고 하니, 지금 먹는 고기가 누군가를 목마르게 하고 굶주리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별히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보면 육식의 제한은 1백년이나 머무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8년밖에 머물지 않아 즉각적인 효과를 냅니다.

그러니 곡 채식을 즐겨볼 일입니다. 곡 채식을 즐기는 하나님의 자녀가 늘면, 그만큼 고통 중에 있는 지구는 기다리고 있는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만약 채식에 대한 염려가 있다면 우선 먹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으로 출발해도 좋을 것입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해도 좋습니다. 한 사람의 채식은 매년 1인당 1천2백24평의 나무를 살려,50년이면 1인당 약 6만 평 이상의 숲을 보호한다고 하니까, 70명의 성도가 한 주에 하루 온전히 채식을 하면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교회적으로는 '고기 없는 주일'을 정하여 교회 밥상은 물론 성도들의 가정 식단에서 채식의 비율을 높여가도록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면 성도들의 상한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치유될 것이고, 그 가운데 생명을 살리는 거룩한 영이 가득해질 것입니다.

본디 우리는 '흙으로 지음 받아 흙에서 난 것을 먹고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게' 지음 받았습니다. 날마다 흙에서 난 것, 특별히 건강한 흙에서 난 것을 구하여 먹음으로써, 사는 동안 생명 됨을 다하고 평화의 씨앗이 되어 하늘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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