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 (7)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창 3:19) 흙으로 지음 받은 사람은 흙에서 난 것을 먹고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갑니다. 아니 흙에서 난 모든 생명은 흙에서 난 것을 먹고 살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 흙의 거름이 되어 생명 됨을 다하고 하나님의 품에 안기기 마련입니다.

이렇듯 우리 식생활은 본래 곡식 위주였습니다(창1:29). 육류가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노아 홍수 이후입니다. 홍수로 인해 자연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고 인간의 연약함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피조물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도록 힘을 돋우시기 위해 육식을 특별히 배려하셨던 것입니다(창 9:7).

그런데 이런 육류 중심의 식생활은 밥의 빈곤을 가져왔습니다. 사람이 먹을 곡식을 소나 돼지에게 먹임으로써 굶주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곡물을 섭취한 소, 0.5kg의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8kg의 곡물이 소비됩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13억 마리 가량의 소들이 있습니다. 이 소들은 수억의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의 곡물을 소비합니다. 소와 기타 가축들이 먹어치우는 곡물의 양은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1/3에 달합니다. 곡물이 사람이 아니라 가축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은 이 시대의 가장 중대한, 그러나 거의 인식되어 있지 않은 문제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전 인류를 먹이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식량을 생산해내면서도 식량의 공급과 분배문제 때문에 전 세계 인구의 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영양실조에 빠져 있습니다. 심지어 매년 1천만 ~ 2천만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적게 먹는 것은 굶주리는 이웃을 사랑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의 몸도 건강하게 함은 물론입니다. ‘배가 70%정도 부르게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 ‘소식(小食)에 병 없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과식하지 않는 식사습관은 무병장수의 비결이라고 합니다. 1991년에 튜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매우 적은 칼로리의 식단을 먹은 쥐가 배불리 먹은 쥐들보다 29% 더 오래 살았고, 종양이나 다른 병들에 덜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사실은 밥상에서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한 해 동안 약 18조원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6장에 보면 주님을 따르는 수천 명이 음식을 걱정할 때 한 어린 아이가 자기 도시락을 내놓습니다. 아이는 밥을 나누어 먹는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 음식에 감사 기도를 올리고,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먹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말씀은 “남은 음식을 조금도 버리지 말라”는 분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 광야를 헤맬 때, 하늘의 만나를 하루의 양식만 거두라는 명령을 받고도 더 거두어다 쌓아두었습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면 다 썩어서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다만 하루를 살 뿐이요, 하루의 양식만을 먹을 뿐입니다. 날마다 주님이 채우시는 ‘일용할 양식’에 만족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면서 이를 이웃에게 퍼뜨리는 일이 바르게 신앙하고 바르게 사는 길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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