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 (4)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하나님께서 사람을 비롯한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후에 건넨 첫 말씀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2, 28)였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것은 생명을 향하신 하나님의 축복이자 동시에 명령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받은 복을 누리기는커녕 명령을 준행하는 것은 꿈조차 꾸기 힘들어졌습니다. 사람은 물론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피조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밥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하나님이 베푸신 밥은 땅(자연)에서 난 것들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먹게 되는 엄마 젖부터 노년의 식사에 이르기까지 땅에서 난 것들로 풍성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못합니다. 먹을 것이 홍수처럼 넘쳐나는데, 땅에서 난 진정한 먹을거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때론 찾지도 않은 채 에덴동산에서 저질렀던 죄를 반복하기까지 합니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것만을 고르니 말입니다. 받은 그대로 자연에서 온 것이 아닌 한 번 이상 가공된 것만을 골라서 밥상에 올리곤 하니 말입니다.

가공식품은 식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화학약품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가공식품에는 간편한 것, 빠른 것, 맛있는 것, 부드러운 것, 달콤한 것, 오래 먹을 수 있는 것,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찾는 이들을 만족시키려고 무려 500여 종에 달하는 방부제, 발색제, 인공색소, 인공조미료 등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갑니다. 화학첨가물은 복합적으로 들어갈 경우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더 큰 해를 가하게 됩니다. 이들 물질들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반드시 물품 뒤에 표기토록 되어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도 그 위험성을 간과하기 일쑤입니다.

 

땅에서 나서 밥상에 올려지는 채소도 처음 그대로가 아닙니다. 철없이 유통되다보니 햇빛과 땅의 기운을 듬뿍 받지 못하고 바람결도 느끼지 못한 채 키워진데다 농약과 화학비료 범벅입니다. 육류 역시 더 이상 자연 속에서 그들의 본연의 먹이를 먹고 자라난 고기가 아닙니다. 밀집된 축사, 계사에서 첨가물이 많이 든 사료를 먹고 자라 영양도 빈약하고 독성물질의 농도가 높은 육류들입니다. 사육시설에서 고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형의 저항호르몬이 가득합니다. 생선도 대부분 양식된 것들이어서 항생물질이나 항균제가 투여된 것이기 쉽고, 자연산일지라도 바다오염으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의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들입니다.

그런데다 이들 먹을거리는 대부분 수입산이어서 에너지 소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배추, 파, 마늘의 경우는 수입량의 거의 100%가, 고추, 양파, 당근 등은 95%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됩니다. 칠레에서 온 포도, 필리핀에서 온 바나나, 미국에서 들어온 밀에 쇠고기까지... 우리나라 먹을거리의 이동거리는 1인당 3228t.km나 됩니다. 에너지가 소비되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도 늘어나고 있으니 기후붕괴로 인한 자연재앙 또한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20년도 이제 3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던 지난 시간들이 지나고 있습니다. 올 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자연과 공존하지 못한 인간들이 낳은 욕심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자연과의 아름다운 공존의 발걸음은 우리들의 밥상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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