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이야기 (5)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는 날마다 온 산천, 온 우주를 통해 길러집니다. 주님이 철 따라 허락하시는 먹을거리가 거기서 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성취해갑니다. 다만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우리 몸이 '거룩한 성전'(고후 3:16)이니, 깨끗하고 안전한 것 제철에 나는 자연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제철 먹을거리는 무엇보다 값이 비싸지 않을 뿐 아니라 맛이 최고입니다. 씹을수록 고소할 뿐 아니라 입맛까지 깨어나게 합니다. 각 계절별로 나타나는 질환에 약이 된다고 하지요. 봄철 음식은 간에 좋고, 여름철 음식은 심장에 좋고, 가을철 음식은 폐에, 겨울철 음식은 신장에, 그리고 장마철 음식은 비위에 효과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는, 제철 음식을 먹고 또 자연과 리듬을 같이 할 때 건강한 몸을 지닐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라나는 세대, 곧 어린이 청소년이라면 더욱 계절을 담아낸 밥상을 대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만 아이들은 때를 아는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제철 먹을거리를 밥상에 올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손쉽게 제철 먹을거리를 얻으려면 직접 곡물과 야채를 재배하면 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주말농장이나 베란다일지라도 텃밭을 가꿀 수만 있다면, 하나님이 철 따라 주시는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론 풍성한 먹을거리에 즐거워하며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풍성함이 아니더라도, 제철 먹을거리는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사는데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 딱 맞춤으로 챙겨줍니다. 영양분도 많고, 건강에도 유익하니까요. 봄에는 쑥, 달래, 냉이 등 봄나물이 나른해지기 쉬우니, 우리에게 비타민을 공급해줍니다. 여름에 나는 먹을거리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여름의 더운 날씨에 적합하지요. 오이, 감자, 부추, 토마토, 옥수수, 그리고 보리밥이 여름철 음식이지요. 가을에 난 곡식과 과일은 더운 기운을 갖고 있어서 겨울을 나는데 적합합니다. 겨울철 먹을거리로는 고구마가 제 맛을 내며 제 몫을 톡톡히 합니다. 오래 둘수록 서서히 숙성되어 단맛이 강해지는데, 그래서 더욱 한 겨울 추위를 이기게 하는데 도움이 된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는 분주하게 지내며 대부분의 음식을 사먹다 보니 제철에 나는 것을 먹기는커녕 제철 먹을거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갑니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막상 시장에 나가도 제철 먹을거리를 찾기 힘들다 보니, 쉽게 철없는 먹을거리들의 유혹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것도 아닙니다. 수고가 되더라도 제철 먹을거리를 먹다보면 창조질서에 순응하게 되어 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선한 청지기의 삶을 다시금 살아내게 될 터이니 말입니다. 힘을 내어 볼 일입니다. 텃밭을 일구거나 약간 비싸더라도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찾으면 됩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생활협동조합을 찾아 이용하거나 섬기는 교회에서 농촌교회와 제철에 나는 건강한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일도 좋습니다. 큰 비용 부담 없이 생명을 살리는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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