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살림 이야기 (2)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식량은 우리에게 있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조금 춥고 어둡게는 살아도 배곯곤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도에 발표한 양정자료에 따르면, 48.9%로 1년 전에 비해 1.9%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한편 2017년도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4%로 사상 최저치인 2013년의 23.3%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은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각종 곡물의 국내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곡물자급률은 서류(감자, 고구마)의 자급률 수치도 포함하니, 자급률이 83%에 달하는 감자나 92%에 달하는 고구마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더 떨어집니다. OECD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결국 우리의 생산기반으로는 국민들에게 공급할 식량의 절반도 자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나머지 절반 이상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5%입니다. 세부적으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호주가 우리나라보다 무려 11배 이상 높은 275.7%를 기록했고, 캐나다는 195.5%, 미국은 125.2%로 세계 평균보다 높습니다. 이웃나라인 중국으로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으며, 일본은 27.5%를 기록해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100%를 가뿐히 넘겼던 쌀 자급률마저도 2018년도 보고에 따르면 97.3%로 점점 하락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2015년 이후 쌀 수입이 전면 관세화 개방되면서 의무 수입량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식량을 생산할 농지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벼 재배 면적은 점점 줄고 있는 형편입니다. 식량주권을 넘어 식량안보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우리 농산물 중 가장 중요한 것이고, 하나님의 영이 거하는 거룩한 성전인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기본인데 말입니다. 전 지구적 식량위기를 생각하면, 서둘러 식량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식량자급률을 법적으로 정하고, 일정한 기초농산물을 국가가 수매 비축하여 곡물자급률 상승, 농산물 가격 안정, 농업인 소득안정을 도모해도 모자랄 판인데, 관세만 내면 쌀 수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였으니 국가 생존의 기초인 식량주권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식량주권과 우리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걱정된다면, 지금 당장 우리 땅에서 난 생명의 쌀로 밥상을 차리기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생명의 쌀은 무농약의 단계를 지나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쌀은 4~5년 이상 꾸준한 정성을 들여 생산됩니다. 이로 밥을 지어먹는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물론 땅이 살아날 것입니다.

나로부터 시작된, ‘우리 땅에서 난 생명의 쌀로 밥상을 차리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확산된다면 농민을 보호하고 우리의 건강과 식품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농업을 유지할 수 있고, 식량주권 뿐 아니라 홍수조절, 수자원 함양, 토양유실 방지 및 토양 보전, 대기정화, 수질정화, 산소공급 등 국토 및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바도 클 것입니다. 게다가 농지는 야생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여 생물자원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일은 농촌과 도시가 함께 손잡아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농촌은 생명의 쌀을 공급하고, 도시는 그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나누는 협동적 삶이 이룰 수 있는 일입니다. 다행히 도시 농촌교회 간에 쌀을 비롯한 몇 몇 농산물을 매개로 형제애를 나누는 교회들이 있습니다. “농민 교인은 도시 교인의 건강을, 도시 교인은 농민 교인의 생활을” 뒷받침하는 이들 교회들의 협동적 삶으로 인해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이 지켜지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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