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빛이 이르면 일어서라

  • 입력 2020.12.2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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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사역자에게 고하는 말씀 (30)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다
한명철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은혜와 평강교회를 담임하며 30권의 저술과 글쓰기를 통해 복음 사역에 애쓰는 목회자다

이방 영혼들도 소중히 여기신 하나님

요나는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자 박 넝쿨 아래에 앉았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지만 무더위로 힘들어하던 요나는 박 넝쿨로 인해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벌레가 그 박 넝쿨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해가 뜨자 뜨거운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오며 동편에 앉아있던 요나를 덮쳤다. 박 넝쿨이 사라져 해가 요나의 머리를 직접 내리쪼이자 요나는 혼절할 지경에 이르렀다. 니느웨의 구원으로 인해 가뜩이나 마음이 상해 있던 요나는 더위를 감당 못해 엘리야처럼 차라리 죽기를 청했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악에 바친 요나를 달래시며 박 넝쿨보다 더 귀한 영혼들을 아껴야 하는 자신의 본성적인 사랑을 알려주셨다.

하나님은 요나의 불순종을 이용해서 수많은 영혼을 살리셨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는 용의주도하게 모든 것을 때에 맞게 예비하셨다. 니느웨 반대편으로 도주하던 요나를 고려해 다시스 행 배편을 예비하셨다. 요나의 마음을 돌이키고자 대풍을 준비하셨다. 그를 어둠 속에서 기도시키려 큰 물고기를 예비하셨다. 혼곤해진 요나를 생각해서 박 넝쿨을 준비하셨다. 고집스런 종을 깨우치기 위해 벌레를 예비하셨다. 요나가 의지하던 것을 없애고자 뜨거운 동풍을 예비하셨다. 결국 위하시는 하나님의 예비가 요나의 항복을 받아내셨다. 성경은 하나님의 일장 교훈을 끝으로 요나서를 닫으셨지만 요나가 몸을 일으켜 새로운 각오로 자신의 갈 길을 갔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모든 것보다 우선하는 하나님의 구원 의지를 마음에 깊이 새겼을 것이다. 그가 무가치하게 여겼던 이방인들의 영혼이 그토록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영광의 빛이 이르면 일어서라

인간은 한없이 고귀한 존재이지만 티끌보다 못하고 만물의 찌끼와도 비교 못할 정도로 비천할 때가 있다. 불순종하는 영혼이 그렇다. 응당 순종의 삶으로 하나님이 보내신 자다운 삶을 드러내야 할 대언자들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주인의 뜻에 어긋나는 종은 주인의 신임을 잃어 결국 내쫓긴다. 우리가 보통 종이 아니라 귀에 구멍이 뚫린 종중의 종인 말씀 사역자라면 불순종의 치명적인 독성을 기억하고 순종의 걸음마를 애초부터 익혀 그것을 평생 자신에게 익숙한 걸음으로 삼아야 한다. 교황을 종중의 종으로 칭하지만 역사상 종중의 종이었던 교황(1~265)은 전무하다. ‘종중의 종곧 여호와의 종(에베드 야훼)인 그리스도 외에는 순종의 온전함을 보인 이가 없다. 말씀을 수종드는 메신저는 말씀이신 그리스도가 보이신 순종의 본을 따라야 한다. 순종이 겸손과 함께 종다움을 보여주는 진정한 표식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도, 존재조차 가름할 수 없는 먼지 하나도 순종하면 귀하고 그 존재 가치가 빛난다. 인간을 비롯하여 온갖 만물은 하나님께 대한 순종으로 돋보인다.

빛을 발하려면 일어서야 한다. 빛을 발하기 위해 우리는 기립해야 한다. 엎드려 열방의 돌이킴을 위해 기도하던 우리에게 영광의 빛이 이르면 지체 없이 몸을 일으켜야 한다. 빛을 반사하는 발광체가 되어 세상을 비추기 위해 이제는 일어서야 한다. 세상의 어둠도 충만하고 우리가 위로부터 받은 빛은 어둔 세상을 비추기에 충분하다. 그것이 일어서야 할 우리의 명분이다. 엎드릴 때 엎드렸고 머물러 기도해야 할 때 기도했기에 일어서야 할 때에는 반드시 일어서야 한다. 예루살렘은 상처받을 만큼 받았고 견딜 만큼 견뎠다. 온 세상이 캄캄해도 빛을 갈구하던 당신에게 영광의 빛이 도래했다. 그 충만한 빛으로 인해 당신은 하나님의 영광을 본다. 영광 가운데 거한 당신에게 지금은 영광의 때다. 당연히 몸을 일으켜 만방을 향해 기지개를 켜야 한다. 주저치 말고 함성을 내질러야 한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는 네 빛이 이르렀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위에 임하였음이니라.

보라 어둠이 땅을 덮을 것이며 캄캄함이 만민을 가리우려니와

오직 여호와께서 네 위에 임하실 것이며

그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니 나라들은 네 빛으로,

왕들은 비치는 네 광명으로 나아오리라 (60:1-3)

 

더 나은 승리를 위해 실패를 사용하시는 하나님

주님과 함께 길을 가기 위해 당신은 일어서야 한다. 제자들은 그 마지막 밤에 주님 곁에 있었지만 기도로 함께 깨어 있지 못했다. 주님을 따라 십자가에 함께 못 박힐 수 없는 그들이었지만 그 비극의 현장까지 그들은 동행해야 했다. 평생에 잊지 못할 그 동행을 위해 제자들은 졸던 상태에서 몸을 일으켜 주님을 따라야 했다. 이처럼 실패할지라도 일어서야 할 경우도 있다. 실패도 하나님의 플랜에는 엄연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게 마지막이라면 실패는 하나님의 일이 아니다. 당신이 경험하는 여러 실패는 하나님이 주시려는 성공과 승리를 위한 필연의 장치다. 기도자의 엎드림 까닭에 짓밟히고 내팽개쳐진 처지라면, 그것이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내비치고 가장 추악한 실패의 형체로 드러날지라도 떨치고 일어설 이유로는 족하다.

그렇다. 실패의 흉상은 까다로운 당신을 다루시는 하나님의 방식이다. 더 나은 승리를 위해 하나님은 아픈 실패의 가시를 삶의 군데군데 살며시 박아두신다. 당신을 노리거나 놀래기 위함이 아니라 깨우기 위함이다. 당신을 놀리기 위함이 아니라 잠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다루심이 아무리 억세고 투박하게 보여도 세련되고 매끄럽게 치장된 인간의 다룸과는 비교할 수 없다. 미래를 알 길 없는 인간의 최선책도 전지하신 하나님이 설치하신 최악에 감히 미치지 못한다. 당신의 유익과 필요를 위해 온갖 것을 마련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실로 오묘하다. 하나님의 지혜를 어찌 측량이나 할 수 있겠는가! 선과 악이 어우러져 궁극의 선, 완전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묘략을 어찌 당하겠는가!

Jonah and the Whale (1621) by Pieter Lastman
Jonah and the Whale (1621) by Pieter Lastman

강은교 시인의 <일어서라 풀아>란 시는 아래에서 땅의 정기를 빨아들이고 위에서 하늘의 눈물과 한숨을 들이마시며 살아온 잡초 같은 민중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풀은 일어서면 밟히고 밟히지만 다시 일어선다. 풀은 자신을 짓밟는 세력에게 빳빳하게 머리를 쳐들지 않는다. 유순하게 드러눕는다. 죽은 듯이 가라앉는다. 그것은 포기나 항복의 백기가 아니다. 도약을 위한 웅크림이며 부활을 위한 십자가의 길이다. 강풍에 나무는 쓰러지고 집채는 무너져도 풀은 살아남는다. 바람과 빗줄기에 두드려 맞고 강자의 발에 짓밟힐 때마다 파도를 타듯 자신의 반응을 적절히 구사했기에 풀은 질긴 생명력을 이어간다.

일어서라 풀아

                     

                              강은교 시인

 

일어서라 풀아

일어서라 풀아

땅 위 거름이란 거름 다 모아

구름송이 하늘 구름송이들 다 끌어들여

끈질긴 뿌리로 긁힌 얼굴로

빛나라 너희 터지는

목청 목청 어영차

천지에 뿌려라

 

이제 부는 바람들

전부 너희 숨소리 지나온 것

이제 꾸는 꿈들

전부 너희 몸에 맺혀 있던 것

저 바다 집채 파도도

너희 이파리 스쳐왔다

너희 그림자 만지며 왔다

 

일어서라 풀아

일어서라 풀아

이 세상 숨소리 빗물로 쏟아지면

빗물 마시고

흰 눈으로 펑펑 퍼부으면

가슴 한 아름

쓰러지는 풀아

영차 어영차

빛나라 너희

죽은 듯 엎드려

실눈 뜨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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