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카 굼다마을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정오 새들이 날아오르고 건물이 무너져 쏟아지며 엄청난 흔들림에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습니다. 그 상태가 8분넘게 진행되었으며 수일에 걸쳐 여진이 계속되었습니다.집에 들어가기가 두려워 집에서 나와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2주를 지냈습니다 " 2015년 네팔 대지진을 회상하는 제임스 머걸씨는 아직도 두렵운 눈 빛으로 그날의 이야기를 합니다.

 

2015년 4월 25일 네팔 고르카 굼다마을에서 강도8.1의 대지진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지진으로 네팔전역에서 사망자 약8,900여명,부상자는 약 22,000명, 이재민은 660만 명 넘게 발생하였습니다. 약14만채의 집들이 완전 매몰 또는 무너졌으며, 학교도 5,000여 곳이 파괴되었습니다. 네팔 국민의 25%(대략 800만 명)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본헤럴드 네팔특파원 이형렬기자는 그날의 진원지 였던 고르카 굼다 마을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가는 길로 4시간정도 가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히말라야 방향으로, 산을 오르고 넘어 5시간쯤 가서, 해발3000m되는 고개를 넘어서, 산기슭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좁고 가파른 험한 길을 2시간정도를 운행하여 산이 붉게 타는 일몰시간에 굼다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착 다음 날 추위에 눈을 뜨니 아침 5시입니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빛보다 진하고 환하게 느껴지는 어둠이 온 천지에 깔려있습니다. 묵묵히 어둠을 직시하는데 멀리서 흰산이 붉게 떠오릅니다.

 

떠오르는 햇볕에 밤새 눅눅해진 몸을 말리며 그저 산을 바라봅니다.

 

10시쯤 아침식사를 하고 마을가운데의 길을 따라 윗 마을, 아랫마을을 거닐어 봅니다.

아름다운 마을풍경과 기쁨과 평안이 얼굴 가득한 마을주민들을 보면서 찰라도 억겁같을 히말라야의 사람들에게 7년은 이미 희미한 기억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과거를 쫒아 이곳까지 온 기자가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너무도 행복한 이들의 모습에서 지진의 아픔을 들춰내는 것이 죄같아서 진앙지를 찾아가 사진 몇 장만 담고 조용히 2박3일을 머물다가 돌아왔습니다.

 

네팔은 아직도 지진피해복구가 완전히 되지 못하였습니다.

지진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이들이 2020년 코로나 펜데믹초기에 수 백명이 두려움에 스스로 죽음을 택하였다고 합니다.

그냥 아물지 않은 상처를 끌어 안고 살고 있습니다.

네팔은 아직도 따듯한 온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해외에서 일하는 네팔의 젊은이들(국민의 15%가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에게 친절하고 따듯한 말 한마디가 큰 격려가 됩니다.

한국에도 약5~6만명의 네팔분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어지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도 만나는 네팔분들이 있다면 따듯한 가족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형렬기자 2010h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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