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의 만종

이삭이 저물 때에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보매 낙타들이 오는지라”(24:63)


이삭은 저녁 노을이 질 때 들 에서 묵상하다가 아내 리브가를 맞이한다.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시간에 묵상하는 이삭의 모습에서 우리는 경건함을 엿볼 수 있다. 이삭의 성품은 온유했고 평화를 사랑했다. 이삭을 예수그리스도의 모형이라고도 한다. 내면의 성숙함은 일정한 장소와 시간을 습관적으로 바칠 때 주어진다.

프랑스 화가 밀레의 만종에서 경건한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다. 부부가 함께 들에서 일한 후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시간에 서로를 마주하며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기도하는 모습은 경건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루종일 땀을 흘리며 일했던 일터이다. 땀 냄새와 피곤함이 육체에 밀려왔을 것이다. 부부는 일터의 현장에서 경건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다.

오늘날 경건이란 어떤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아침에 말씀과 기도로 시작하고, 마무리 또한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를 몸에 지니는 것이다. 우리의 모습에서 경건함이 묻어나야 한다.

루이스 베일리는 하루를 경건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을 제언(提言)했다.

첫째, 우리에게 주어진 날 수에서(90; 15:5) 하루가 또 지나갔으며, 그 만큼 마지막 날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둘째,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동안 보고, 듣고, 읽은 것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만일 있었다면 그것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라. 하루를 지내면서 사람이나 하나님께 죄를 지었다면 잘못을 회개하라. 선을 행해야하는데 하지 않았다면 그 날은 잃어버린 날로 간주하라. 또한 선을 행했다면 그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생각하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돌려라.

셋째, 스스로의 연약함이나 강한 유혹에 못 이겨 어떤 중한 죄나 잘못을 말했다고 생각하거든 무릎을 꿇고 잘못을 고백하며 간절히 용서를 구하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해지 전에는 잠리에 들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매일 밤 하루씩 그리스도와 함께 계산하면 심판 날 그분의 위엄 앞에서 마지막 계산할 때 계산할 것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넷째, 혹시 누군가와 다투어 사이가 나빠졌다면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4:26)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 즉 양심에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되거든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게 가서 용서를 구하라. 설사 상대방이 잘못했다 해도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이 좋다. 만일 상대방이 화해하려 하지 않거든 진심으로 그를 용서하고(5:23) 어떤 경우에도 보복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보복하면 이중 죄를 짓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하나님은 공으로우신 분이다. 하나님의 손에서 공의로운 칼을 빼앗아 친히 원수를 갚으려 함으로써(12:19) 죄를 짓게 된다. 그리고 친히 보복하면 하나님의 권위를 빼앗는 것이다. 하나님이 들으시고 책망하시도록 그 사건을 하나님의 손에 맡겨야 한다.

우리는 너무 편파적이고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원수를 공평하게 갚을 수 없다. 즉 자신에게 벌을 갚을 때는 너무 가벼운 벌을 내릴 것이고, 상대방에게 원수를 갚을 때는 너무 중한 벌을 내릴 것이다. 그래서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께 속한 일이고, 우리는 십자가의 정신으로 용서하는 것뿐이다. 원수에게 선을 행하는 자는 곧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임을 나타내는 증거(3:9;12:20). 하늘아버지로부터 상급을 받는다.

다섯째, 육신이 푹 처지도록 잠을 자지 말고, 곤한 육체가 충분히 휴식을 얻고 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적절한 수면을 취하라. 충분한 수면은 몸과 정신을 소생시키며 활기차게 해준다. 지나친 수면은 몸을 비대하게 만들고 정신을 둔하게 만들 뿐이다.

여섯째, 잠자리에 든 후 무서운 마지막 나팔 소리를 듣고 깨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나 기도하는 가운데 잠자리에 들고 기도로 깨어나는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깨어날 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경건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지침서가 필요하다. 성경을 한 장 읽은 다음, 기도하기 좋은 곳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높이 들고 두 눈과 마음을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고정하며 거룩하신 예수그리스도를 묵상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라.

-죄를 고백하되 특히 그날 지은 죄들을 고백하라.

-그리스도의 대속을 기억하사 그 죄들을 용서해 달라고 간절히 구하라.

-삶을 변화시켜 달라고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라

-그동안 하나님께 입은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되, 오늘 하루 동안 지켜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라

-오늘밤도 편히 쉬게 해주시고 안전하게 보호해달라고 기도하라

-교회 및 정부와 그 주관자들 또 핍박받고 있는 모든 형제자매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

-우리와 우리에게 속한 모든 것을 하나님의 자비로운 보살피심에 의탁하라.

경건훈련은 나를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다듬어가는 훈련이다. 훈련이 부족한 병사는 중요한 때,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경건이 몸에 밴 그리스도인은 잔잔한 호수처럼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타인의 생각에 영향력을 끼친다

하루의 시작을 경건함으로, 하루의 마무리를 경건함으로 하라. 경건은 범사에 유익이 된다.

[참조: 루이스 베일리, 청교도에게서 배우는 경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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