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훈 목사(에딘버러 일본인교회 담임목사) “꽃을 품은 담이 되자”

 

담쟁이 사랑

 

박재훈

 

연초록 봄 햇살을 좇아

고전풍의

검은 색 담장을 보듬은 몸부림

 

지독히도 사랑하였노라고

생글거리는 노래였노라고

그 몸서리치는 시절의 필연에

너무도 사랑하여 꽃조차 되지 못하고

남겨진 눈물마저

진하디 진한 화석이 된 거라고

또다시 봄이야 온들

그 어지럽도록 휘날리는

푸른 향기가 앉을 곳 있을까마는

남루한대로

함께 하므로 사랑이라고

 

봄이 아득히 멀어지는 어느 날에라도

행여 지친 나비 날갯짓으로 날아올라

떨어지는 꽃잎 바람에 휘날려

꽃이 되고

향기가 되어 주도록

아직도 사랑하노라고

끝없이 사랑하노라고

꽃을 품은 담으로

 

박재훈

 

서 있어야 한다면

꽃을 품은 담이 되자

막다른 골목, 슬픔의 끝자락을 막고 선

벽이어야 한다면

흐느낌으로 들썩이는

기댄 그대 어깨 위에

향기라도 내어주는

 

어떤 기구한 운명처럼

거기 있어야 한다면

꽃을 품은 담으로 서 있자

너와 나를 가르는

단절의 아픔 가누지 못한 절절함을

하늘거리는 손짓으로 토닥여줄

있음으로 무한의 공백을 메울

 

거기 서 있어야 한다면

구르는 미소들로 쌓아올린

꽃향기 품은 담벼락 되자!

꽃이 지면

 

박재훈

 

불현듯 아쉬워라

하늘거리는 소매라도

붙들면 좋으련만

뜨거운 입맞춤으로

안녕, 나의 봄이여!

잊혀진 눈이라도 흩뿌려지면

그 걸음 멈출려나

 

저 꽃잎 쏟아지면

불현듯 눈물이어라

바쟁이던 서글픈 마음

추연히 안개라도 되면

가던 그 길 잃으려나

아쉬운 노래로 보내나니

안녕, 나의 봄이여!

 

비 내리고 맑게 개인 아침나절

피어나는 작은 꽃망울

봄은 그렇게 또 열렬한 노래가 되어

내 마음에 흐른다.

시인 박재훈시인 박재훈 목사는 전남대를 졸업하고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신학과 석사(M. Div.)University of GREED, 영국 (B.Th), University of Aberdeen(M. Th)를 거쳐 현) 에딘버러 일본인교회 담임목사이며 현) 에딘버러대학 채플 아시아 담당 교목으로 있다. 박재훈 목사는 계간 국제문학으로 등단(신인상)에 등단했다.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바울의교회 글향기도서관 담당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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