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브(AJAB) 신학과 요한 르네상스 (48)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떠난 신학은 허구다. 오늘날 기독교가 위기를 맞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성서 해석에 있어서 구체적인 삶의 자리를 떠난 신학을 했기 때문이다. 신학의 개혁을 위해 먼저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 근거한 성서 해석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삶의 자리로서 전승의 차이’(저자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난 시간에 우리는 문체(어휘)의 차이에 의한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의 저자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서는 구조에 차이에 의한 양서의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잘 쓴 논문은 구조면에서 짜임새가 있고 정교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 책의 구조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그 책을 이해하는 열쇠가 아닐 수 없다. 가령, 하나의 건물을 지을 경우 우선 건축가는 설계도를 작성한다. 그러고 나서 건축가는 자신이 설계한 그 설계도면에 따라 건물을 짓는다. 따라서 설계도는 그 건축가의 모든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그 건축가의 설계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면, 건축가의 의도와 그 건물이 갖는 의미를 모를 수밖에 없다. 즉 구조파악은 그 건물을 이해하는 열쇠요 전부다. 왜냐하면 구조를 달리 보면 전체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대교 회당에 들어가면 양쪽 벽에 메노라(등잔대)와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다. 기독교의 두 상징물이 십자가와 익투스(물고기)라면, 유대교의 두 상징물은 다윗의 별과 메노라(등잔대)이다. 완전수로 일컬어지는 숫자 7은 메노라와 다윗의 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1:20 참조). 또한 이 두 상징물은 성전(성막)과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유대인들은 나면서부터 회당에 들어가 예배를 드리면서 이 두 형상을 보면서 자랐다. 그러면서 이 두 형상이 그들(요한)의 뇌리에 깊이 박혀 그들의 삶의 곳곳에, 특히 글을 쓸 때나 책 전체 구조를 구성할 때 현저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책이 메노라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가 아니면 다윗의 별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파악하게 되면 그 구조를 통해 저자의 의도를 보다 선명하게 알 수 있고 해석의 빗나감을 방지할 수있다. 북왕국 전통에 서 있는 요한복음은 이방의 빛으로서의 메노라 구조를 선호했고, 남왕국 전통에 서 있는 계시록은 시온의 영광의 빛으로서의 다윗의 별상징에 대한 친밀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다윗의 별 구조를 선호했다.

메노라와 다윗의 별의 공통점은 완전수인 숫자 7과 관련이 있다. 그 차이점은 이러하다. 메노라는 그 모양이 중심대로부터 양 옆으로 각각 세 가지가 뻗어 나와 모두 일곱 가지를 이루고 있고, 살구나무 꽃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완전수인 7개의 등잔으로 이루어져 있는 메노라에서 중요한 것은 일곱 가지 중 네 번째에 속하는 중심대이다. 메노라는 정중앙에 하나의 중심축을 가지고 있는 홀수 구조이다. 메노라 구조’(홀수 구조)A-B-C-D-C-B-A에서 정중앙에 하나(D)가 있는 구조(동심원적 구조)를 말한다. 이는 저자의 강조점이 정가운데(D)에 있음을 시사한다. A-B-C-B-A로 말하면 정중앙의 C에 강조점을 두는 구조를 말한다.

 

메노라와 다윗의 별의 공통점은

완전수인 숫자 7과 관련

유대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히브리 문장법 가운데 교차대구구조’(chiasmus)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흔히 교차대구구조를 말할 때ABCCBAABCBA를 같이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자가 교차대구구조(chiasmus)이고, 후자는 동심원적 구조(concentric structure)이다. 그 차이는 정중앙이 전자는 둘(짝수, CC)이고, 후자는 하나(C)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2. 먼저 메노라 구조로 되어 있는 요한복음의 구조를 살펴보자. 요한복음은 잘 짜여진 논문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1장은 서론에 해당하고 21장은 결론에 해당하며 2-20장이 본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요한복음은 전체 스물한 장을 11장을 중심으로 조직신학적 주제에 따라 상응하게 배치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1=21, 2=20, 3=19-18, 4=17, 5=16, 6=15, 7=14, 8=13, 9=12:37-50, 10=12:1-36 이런 식으로 배치해 놓았다.

a. 기독론(1:1-18=21:1-14) b. 신앙론(제자도)(1:19-51=21:15 23) c. 구원론(부활)(2=20) d. 구원론(십자가)(3=18-19) e. 교회론(4=17) f. 삼위일체론(5=16) g. 성례론(6=15) h. 성령론과 종말론(7=14) i. 죄론(기독교 윤리학)(8=13) j. 죄론과 신앙론(9=12:37-50) k. 구원론(십자가)(10=12:1-36) l. 구원론(부활, 11). 그리고 요한복음의 본론(2-20)은 정가운데를 강조하는 메노라 구조’, 11(부활)을 중심으로 동심원적 구조(A-B-C-D-C’-B’-A’)로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다윗의 별 구조로 되어 있는 요한계시록의 구조를 살펴보자. 현대 이스라엘 국기에서 볼 수 있는 다윗의 별은 그 모양이 삼각형()과 역삼각형()의 결합(+)으로 되어 있다. 다윗의 별은 중앙에 한 개의 정육각형이 있고, 주변에 여섯 개의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형태이다. 그 모양은 6개의 삼각형이 2개씩 마주보며 3쌍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즉 다윗의 별은 중심과 주변으로 나눌 때 주변부터 수를 세면 1-6번이고, 중심부는 7번이 된다.

그 반대로 중심부터 수를 세면 중심부가 1번이 되고 주변부는 2-7번이 된다. 여기서 7번과 1번은 수를 세는 관점에서 차이가 날 뿐 같은 의미를 공유한다. 그래서 하나의 중심축을 정중앙에 갖는 홀수 구조인 메노라의 구조와는 달리, 다윗의 별은 양쪽을 강조하는 짝수 구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일명 수미쌍관(首尾雙關)구조또는 고리구조’(inclusio)라고도 말한다. 즉 숫자 71(또는 17)은 수미쌍관을 이룬다. 따라서 정중앙에 중심축이 하나인 홀수 구조’(메노라 구조)와 달리, 다윗의 별 구조는 양끝을 강조하는 짝수 구조라고 말할 수 있다.

계시록의 구조에 대해 기존의 학자들은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구조에 있어서 메노라 구조다윗의 별 구조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기에 무수한 많은 견해를 제시하지만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비슷하다. 즉 본론(2:1-22:5)을 교차대구구조(또는 동심원적 구조, Chiasm)로 그리면서, 그들이 주장하려고 하는 강조점이 정중앙에 있든, 아니면 양쪽 끝(수미쌍관구조, Inclusio)에 있든 홀수 구조(메노라 구조)’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세 견해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E.S. 피오렌자의 견해이다.

 

이 구조는 필자가 말하는 정중앙(D)을 강조하는 정확히 메노라 구조이다. 계시록의 저자가 궁극적으로 구조상 절정을 이루는 D 부분(10:1-15:4)을 말하기 위해 계시록을 썼는가.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다음으로, R. 보캄의 견해이다.

이 구조는 F를 중심으로 교차대구구조(동심원적 구조)로 되어 있다. E-E, D-D, C-C, B-B, A-A구조이다. 이 또한 피오렌자의 주장(메노라 구조)과 별 차이가 없다.

마지막으로, N.W. 룬드의 견해(교차대구구조)이다. 룬드는 계시록이 11장과 12장을 중심으로 하여 완전히 포갤 수 있는 한 쌍의 구조(교차대구구조, Chiasm)로 되어 있다고 보았다. 계시록이 교차대구구조로 되어 있음을 다음과 같은 분해를 통해 알 수 있다.

 

1(1-11)는 교회가 지상에서 당하는 고난을 묘사했다면, 2(12-22)는 그 고난의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그 원인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는가를 보여준다. 전자는 외부에 나타난 교회의 현상을 진단했다면, 후자는 내부에 흐르는 현상의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이 구조는 좌우 각각 6개씩, 12개의 항목으로 계시록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정중앙에 절정을 갖는 메노라 구조가 아닌 단순한 대조를 이루는 구조로 파악했다는 점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다.

 

3. 요한계시록의 구조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말하고자 한다. 필자는 계시록의 저자인 요한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요한아, 너는 계시록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 이때 내 마음 속에 들려오는 음성은 이것이다. “구약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백성을 탄압하는 바벨론 제국에 대한 다윗의 나라’(Davidic Kingdom)의 승리라고. 신약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교회를 탄압하는 로마 제국에 대한 새 다윗의 나라, 즉 그리스도 예수의 나라에 대한 승리라고.” 필자는 계시록의 저자가 묵시문학적 비밀문서인 자신의 책 속에 다윗의 별의 비밀을 숨겨 놓았다고 생각한다.

묵시문학적 박해상황에 처해 있는 계시록의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핵심 메시지를 전체 구조를 통해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한 방법은 묵시문학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인 현실(reality)과 환상(vision)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공간 차원으로 환원하면 현실(reality)은 땅(지상 세계), 환상(vision)은 하늘(천상 세계)에 해당한다. 계시록은 (지상 세계) - 하늘(천상 세계) (지상 세계)”의 공간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는 주기도의 내용,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묵시문학에 의하면 지금 현재 이 세상()을 주관하는 자는 사탄의 세력이다. 따라서 현재의 세상을 전복하고 미래의 새 세상이 오려면 하나님이 천상(하늘)에서 사탄과 전쟁을 벌여 승리하심으로 그 승리를 안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셔야 새 세상(새 하늘과 새 땅)이 온다. 이를 공간으로 표현하면 땅(지상)-하늘(천상)-(지상)의 구조로 하늘보다 땅에 강조점이 있다. 그리고 시간으로 표현하면 미래에 강조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강조점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간구도(-하늘-)를 표현하는 적합한 방식은 중심을 강조하는 메노라 방식이 아닌, 수미쌍관구조(inclusio) 기법이다. 더욱이 남왕국 전통에 속하는 계시록의 저자는 자신이 늘 성전에서 보아온 다윗의 별의 관점을 고려할 때 다윗의 별방식을 사용해서 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계시록의 구조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세상 나라의 모형인 로마제국(바벨론으로 상징)의 멸망과 하나님 나라의 모형인 다윗의 나라의 회복 및 승리(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 다윗의 나라)라는 것이다.

따라서 계시록의 핵심 메시지는 하늘 성전에서 이루어진 일(4-5)과 그 상응 단락(19:11-21:8), 지상 성전(교회)에서 이루어진 일(2-3)과 그 상응 단락(21:9-22:5)에 있다. 결국 본론의 핵심 메시지는 바퀴 안에 바퀴’(1:16)가 있듯이 다윗의 별모양의 이중 감싸기(C-C'B-B') 형태로 되어 있다. 이 같은 이중 감싸기 구조(C-C', B-B')가 말하는 메시지는 계시록의 저자가 묵시문학적 상황에서 하나님의 뜻이 하늘(C-C')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B-B')에서도 이루어지다라는 주기도문의 기도가 성취됨(응답됨, cf. 6:10)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진술을 바탕으로 계시록의 전체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I. 머리말(서두): 표제와 인사와 송영 및 인자 소명 환상(1:1-20)

1. 표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1:1-3)

2. 인사 및 송영(1:4-8)

3. 인자에 대한 소명 환상(1:9-20)

II. 몸말(본론): 심판과 구원(2:1-22:5)

B. 1. 일곱 교회에게 보낸 일곱 메시지(2:1-3:22)

2. 심판과 구원에 대한 일곱 환상 그룹(4:1-19:10)

C. 1) 도입: 심판의 보좌와 심판자(4:1-5:14)

2) 전개: 일곱 재앙 및 일곱 환상 그룹(6:1-19:10)

D. (1) 일곱 인 재앙(6:1-8:6)

E. (2) 일곱 나팔 재앙(8:7-11:19)

F. (3) 용의 왕국에 대한 일곱 환상(12:1-13:18)

F' (4) 어린 양의 예배자와 짐승의 예배자들에 대한 일곱 환상(14:1-20)

E' (5) 일곱 대접 재앙(15:1-16:21)

D' (6) 바벨론의 멸망에 대한 일곱 환상(17:1-19:10)

C' 3) 결말: (7) 재림, 천년왕국, 최후의 심판, 신천신지에 대한 일곱 환상(19:11-21:8)

B' 3. 승리자에게 주는 새 예루살렘에 대한 묘사(21:9-22:5)

A' III. 발말(결미): 속히 오실 그리스도(22:6-21)

1. 천사 및 그리스도의 증언(22:6-16)

2. 성령과 신부, 및 요한의 증언(22:17-19)

3. 재림 약속과 청중의 응답 및 축도(22:20-21)

 

 

관련기사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