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나의 모습이 야곱과 에서의 판박이다. 지킬과 하이드가 따로 없고 영판 카멜레온이다. 쌍두사처럼 한 몸에 두 머리를 하고 있으니 공생의 과정이 수월치 않다. 꼬리만 남을 때까지 서로 싸웠다는 두 마리 고양이(Kilkenny cat)에 비할 만큼 선악의 대쟁투를 내면에서 겪었던 바울이 그대의 삶에서 다시 투영되니 하마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낙심치 말라! 그렇게 태어나 그렇게 처절하며 그렇게 철저히 살아가야 함은 살아 깬 자의 몫이다.

승리의 찬가를 부르며 십자가의 군기를 휘날리던 그대가 사탄의 일격에 꽁무니를 내빼니 내 눈은 눈물에 젖고 가슴은 안타까움으로 멍든다. 독전가를 불러도 패주를 거듭하는 그대가 납득하기 어려워 고개를 내젓는다. 그대는 싸워도 패하지 않는다. 작은 싸움에 패할 수 있어도 죽지 않는다. 죽어도 망하지 않는다. 역전의 용사가 아니면 영광의 순교자가 그대의 불변하는 자화상이다. 적의 화살을 막을 방패가 없으면 온 몸을 방패삼아서 전진하라!

천국 영광에 눈길을 두었으니 목숨 걸 일은 따로 없다. 기도와 말씀에 목숨 걸라! 입원했다고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하다. 말씀으로 아침을 맞고 기도로 밤을 새우라! 장기간 수용소에 갇혔다 여기고 모든 일에 절제하며 식사와 노동과 수면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경건의 훈련에 몰두하라! 외치기 전에 살피고 기도하라!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 전하는 일의 고귀함을 염두에 두고 어투와 표정과 모든 동작에 기름 부음을 받아라! 거룩한 광대가 되어라!

잔챙이 악령들을 제쳐두고 우두머리급 악령들을 상대하라! 언제라도 사탄과 맞장 뜰 결기로 충만하라! 먼저 싸움 걸 이유는 없지만 싸움을 걸어오면 피할 일이 아니다. 주님이, 미가엘이, 신실한 하나님의 종들이 보여준 비결을 익혀라! 전신을 하나님의 갑주로 무장해서 영적 은사와 은혜로 채움 받고 철장권세를 손에 잡아라! 그대를 비상케 하는 것은 비상한 하늘 능력이니 비상한 기도에 그런 능력이 임함을 명심하라! 그대야말로 값진 영웅이다.

사탄이 용이면 그대는 호랑이다. 용호상박, 용쟁호투는 영적 전쟁의 최전선에서 선봉이 되어 싸울 그대의 자화상이다. 천상제일검인 이한 검을 쥔 그대는 결코 밀리지 않는다. 골리앗의 이마를 꿰뚫은 것은 다윗의 검 같은 물맷돌이었다. 막강 무기는 필요 없다. 나귀 턱뼈, 맷돌 위짝, 말뚝, 단검, 티끌 한 조각, 머리카락 한 올로도 구원을 이루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권능이다. 그대가 이런 권능을 힘입으면 청룡의 해인 올해 승자는 용 아닌 양이다.

오늘 크게 울어 곡하는 것은 다시 울지 않기 위함이다. 다시 눈물 없는 새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 흘려야 할 눈물이 강이면 강만큼, 바다이면 바다만큼 흘리려 한다. 세월은 살같이 흐르고 인간생명은 꽃잎처럼 피고 진다. 맹구부목(盲龜浮木)이 아니어도 그대는 충분히 소중한 존재이다. 그대의 한갓 삶이 그저 사라지는 연기 같지 않고 부질없는 목숨이 아니길 원한다면 이 해를 불타오르게 하라! 야망이 죽은 비전의 불길로 이글거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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