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배 박사】 백정을 교회의 리더로 세운 사무엘 무어 선교사

  • 입력 2025.04.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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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배 교수의 구약 이야기 (411) - 구약성경과 선교 이야기 (223)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강서대 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전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전 부회장, 강서대 전 총장
박신배 교수 / 연세대 구약학 박사, 현 강서대 교수, 창조문학 편집위원, 한국 평화학회 전 부회장, 한국 구약학회 전 부회장, 강서대 전 총장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하늘에 계시는 주여 내가 눈을 들어 주께 향하나이다(엘레이카 나사티 에트 에이나이 하요쉐비 바샤마임)”(시123:1).

청명(淸明)한 봄날이다. 모처럼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있다. 나라가 어렵지만 이제는 국론을 통일하여 한민족의 기상을 높일 때이다. 미국 관세의 장벽은 무역의 어려움과 경제 철벽으로 다가와서 고환율과 더불어 힘든 상태이다. 산불 피해의 대책을 마련하기에 정부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추가 경정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고 이로 인해 국고 재정 위기의 때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되는 일을 도모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잘 세워 통일의 때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상전의 손을 바라보는 종들의 눈같이, 여주인의 손을 바라보는 여종의 눈 같이 우리의 눈이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기다리나이다(힌네 케에이네 아바딤 엘 야드 아도네이헴 케에이네 쉬프하 엘 야드 게비르타흐 켄 에이네누 엘 아도나이 엘호헤이누 아드 쉐예하네누)”(시123:2). 시편 123편 기자는 하나님께 우리의 도움이 있다고 말하며 나의 눈을 들어 하늘에 계신 주님께 향한다고 고백한다. 그 간절한 바라봄은 남종과 여종에게 있어서 주인의 처분이 중요하기에 종은 항상 그 주인을 쳐다본다고 말한다.

시편 120-134편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쉬르 하마올로트)’로서 각각 세 부분(120-124편은 예루살렘, 125-129은 성전, 130-134편은 다윗에 초점을 맞춘 노래이다)은 절기 때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는 순례객의 노래이다. 바벨론의 포로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역사적 회복의 노래이며 실제 여성의 뜰에서 남자의 뜰에 이르는 15계단을 오르면서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이 시편 123편은 야웨 즉위 시편으로서 야웨 즉위 축제 때 불려진 노래이다. 곧 거룩한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 용서함을 받는 회개의 참회와 하나님의 용서를 통해 시인은 감사의 노래가 불러지게 된다. 시편 32편은 바로 이 죄의 고백과 축제에서 회중의 감사 노래가 있고 죄의 용서와 축복과 저주와 연관된다(시130:6이하). 또한 이 시는 모든 재앙과 고통, 괴롭게 하는 사람들이나 원수에게서 구원하는 시(시편123; 125편)이다. 기도자들은 때때로 구원을 위한 폭풍 속에도 인내심과 열렬한 간구를 하는데, 이는 시편 123편에서 이를 보게 된다. “여호와여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또 은혜를 베푸소서 심한 멸시가 우리에게 넘치나이다(라바트 사베아 라흐 나프쉐누 할라아그 하샤아나님 하부즈 리게에요님)”(시123:3). 이는 시인이 겸손한 침묵 속에서 여호와 하나님과 함께 하는 구원의 확실함을 가지고서 견고히 서서 마치 시편 131편의 갓난아이가 어미 품에 안긴 것처럼 절대적인 시인의 의존함으로써 인해 하나님께 위로와 모든 필요와 욕구의 만족을 갖는다.

시편 123편의 절대 의존의 겸손한 마음이 잘 표현되었다. “안일한 자의 조소와 교만한 자의 멸시가 우리 영혼에 넘치나이다(할라아그 하샤아나님 하부즈 리게에요님)”(시123:4). 이러한 겸손한 마음은 시131편에 잘 묘사되었고 이스라엘이 조용히, 겸손하게 인내와 그 확신함을 가지고 여호와를 기다리는 것 같이, 곧 때가 되면 구원이 오리라는 기대를 한다. 한편 이 시편 123편은 개인적인 탄식의 형태를 가지고 종말론적 상황에서 노래한다. 곧 개인의 시적 관점에서 회중, 공동체를 위하여 탄원하는 시의 형식을 가진다. 이는 자신을 고통받는 자로서 공동체 회중, 대제사장 혹은 비슷한 제의적 제사장을 대표하는 의식적 존재자이다. 이러한 일인칭(I-Form)시 형태에서 국가적 탄식시들은 시편 44:5, 16; 74:12; 83:14; 123:1; 60:11 등이다. “하늘에 계시는 주여 내가 눈을 들어 주께 향하나이다”(시123:1). 한 인간의 인생의 문제나 국가의 문제는 하나님을 향하여 눈을 들고 하나님을 향하여 나가는 자와 민족에게 그 구원이 이뤄짐을 보여주며 이 시편 123편,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는 바라봄의 신앙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인생을 산 선교사가 있다.

사무엘 무어(Samuel F. Moore, 1860-1906, 무어, 모삼열)선교사는 승동교회를 창립하고 천대받고 버림받은 백정들에게 희망의 복음을 전한 선교사였다. 그는 맥코믹 신학교 출신으로서 미국 일리노이주 그랜드 릿지에서 출생하여 몬타나 대학을 졸업하고 29살 때, 1889년이었는데 바로 신학교에 진학하여 1891년 선교사로 임명을 받는다. 그 다음 해인 1892년 신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4월 목사 안수받고 한국으로 선교사로 파송받는다. 부인 로즈(E. Rose)와 함께 고향을 떠나 1892년 9월 19일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한다. 그리고 14년간 한국에서 사역하다가 장티푸스로 발병하여 하늘의 부름을 받고 선교 사역을 마감하기까지 한국에서 예수 복음 전파의 길을 갔다.

그는 복음 선포하는데 매우 선명하면서도 온화하고 관대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무어 선교사는 헬라인이나 야만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복음 안에서 하나라는 복음 본래의 사명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변함없이 실천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누구도 모방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선교 태도는 조선의 하류층의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었고 이러한 그의 리더십에 힘입어 가장 훌륭한 교회가 세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자유자나 종이나 복음 안에서 하나라는 역사의 진실을 몸으로 실천하고 한국 사회의 신분타파를 정착시킨 주인공이 되었다. 그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도움으로 좋은 어학 교사를 만나 한글을 배웠고 한글로 전도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학에 능통하였다. 무어 선교사는 권서인 서상륜과 함께 백정이 모여있는 곤당골(현 롯데 호텔)에 자리를 잡고 백정들을 상대로 전도를 하여 1893년 6월 16명이 모인 가운데 곤당골교회를 설립하고 학교도 세웠다.

봉주리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장티푸스에 걸려 죽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어 선교사의 고종의 주치의, 제중원 원장인 에비슨 선교사의 진료를 받게 하여 치료해주었고 완쾌된 박씨는 큰 감명을 받고 곤당골 교회에 출석하여 세례를 받고 이름도 없던 백정 박씨는 박성춘이라는 이름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박성춘을 무어 선교사와 함께 백정 선교를 하여 교회내의 양반 천민의 신분 철폐가 없어지게 된다. 이것은 혁명적인 일로서, 이 일을 통해 교회의 위상이 좋아졌다. “예수님 안에서는 양반과 천민의 구분이 없으며 다 주님 안에서는 형제고 자매입니다.” 무어 선교사는 천민들이 모여 사는 마포 강변으로도 오가며 전도를 하였다. 천민들에게 이러한 해방의 소식이 전해지자 마포에서 배를 타고 광나루까지 다니면서 전도한 결과 16개의 교회를 세우게 된다. 그 대표적인 교회가 마포구이 동막교회와 서대문구에 대현교회이다.

양반들이 따로 나가 예배를 드리던 홍문삿골 예배당이 불에 전소되었고 눈물로 회개한 양반들이 다 곤당골교회로 모여들었고 이렇게 하여 양반 천민이 예수 안에서 하나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렇게 되자 교회가 점점 부흥하였고 교인들이 많아지자 무어 선교사는 1905년 인사동에 새 예배 처소를 마련하고 양반과 천민이 함께 승리하는 교회라는 뜻의 승동교회가 세워지게 된다.

무어선교사와 1904년 무렵 승동교회, 당시 백정 가족 모습
무어선교사와 1904년 무렵 승동교회, 당시 백정 가족 모습

무어 선교사는 1906년 12월 장티푸스로 소천하였지만 그의 묘비명은 이렇게 쓰였다. “조선인을 사랑하였고 또 그들을 예수께로 인도하기를 원하였나이다.” 그는 조선의 민중 선교사로서 민중 사랑의 전도자의 창시자가 되었다. 나중에 백정 박성춘이가 장로 선거에 당선되자 양반들이 더 이상 천민들과 함께 다닐 수 없다고 하면서 안국동에 안동교회를 세웠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조선의 수천 년만의 노예, 천민, 종의 신분을 타파하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예수사랑 정신은 이렇게 무어 선교사의 복음 전도로 복음이 전파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세계는 이러한 복음 혁명이 계속 일어나도록 오늘도 선교의 겨자씨 뿌림이 이어지도록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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