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제게 태권도는 그저 운동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습니다. 6살 때 도복을 입고 처음 도장 바닥을 밟았던 그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이후, 태권도는 제 삶의 중심에서 함께 호흡해온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수련을 통해 인내를 배웠고, 대련을 통해 절제를 배웠으며, 가르침을 통해 겸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태권도와 함께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질문이 생겼습니다.
“나는 지금 떳떳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필리핀 선교지에서 태권도를 사역의 통로로 삼아 수많은 이들과 마주했지만, 정작 ‘국제 사범 자격증’ 없이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한편에 작은 울림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어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국기원에서 진행하는 국제사범자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훈련은 고되고, 이론은 까다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저는 ‘처음 마음’을 회복해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전 세계 태권도 사범님들과의 만남은 제게 또 하나의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태권도’라는 하나의 정신 아래, 우리는 금세 형제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땀과 열정을 보며 마음이 연결되었습니다. 하나의 자격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우리 안에 진실한 신뢰와 존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자격이란 단지 자격증 한 장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음을 준비하고, 태도를 다듬으며,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떳떳함’을 갖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느 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그 순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자’라는 위대한 부르심의 이름표도 함께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그 자격을 잊고 살아갑니다. 사명보다 감정에 치이고, 신분보다 현실에 눌리며, 그 부르심의 자리에서 한걸음 물러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지금 이 시간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나는 이미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짐해 봅니다.
누가 자격이 있느냐 묻는다면, 하나님이 저를 부르셨기에, 그분의 은혜로 자격을 주셨기에 저는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자격에 걸맞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녀답게, 복음 전하는 자답게, 하나님의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자, 삶의 방향인 것입니다.
혹시 자격이 없다고 느끼시나요? 지나온 삶이 부끄럽고, 부르심의 자리가 너무 멀게 느껴지시진 않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자격은 노력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격을 갖춘 자입니다. 그 사실을 믿고 다시 그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자격을 회복하는 길은 결국 다시 주님께 돌아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떳떳하게’, ‘기쁘게’, ‘감사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자격을 갖춘 자로 살아가는 당신의 삶이, 하나님께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예배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