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섭 선교사】 간절함 끝에 만난 하나님

  • 입력 2025.07.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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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섭 선교사 / 현)감리교 목사, 필리핀 민다나오 선교사, 전)필리핀국제대학 교수, 사단법인 국제희망나눔네트워크 필리핀 지부장, 본헤럴드 객원기자
오준섭 선교사 / 현)감리교 목사, 필리핀 민다나오 선교사, 전)필리핀국제대학 교수, 사단법인 국제희망나눔네트워크 필리핀 지부장, 본헤럴드 객원기자

올해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13명의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희에게는 굉장히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 여정은 단지 태권도 대회 참가가 목적이 아니라, 기도의 씨앗이 열매 맺기까지의 간절한 믿음의 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이 아이들은 언젠가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비자를 받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많은 서류와 행정 절차들이 필요했습니다. 심지어 모든 아이들이 여권조차 없었기에, 처음부터 준비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습니다.

여권 발급을 위해 서류를 구비하고, 비자 신청을 위해 수도 없는 문서를 작성하고,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증빙자료들을 모으는 과정 속에서 저도, 함께 준비하던 필리핀 담당자도 지칠 대로 지쳐버렸습니다.

“이번엔 그냥 포기하고 내년에 다시 준비할까…”

속으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요청하는 서류는 계속해서 추가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심호흡을 해야 겨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붙들어 준 것은 아이들의 ‘기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Pastor, we are praying…”

“God will make a way…”

아이들은 기도의 손을 모았고, 낯선 타국을 향한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께 길을 열어달라고 간절히 구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 끝까지 해보자. 하나님이 하시게 하자.”

그렇게 다시 서류를 제출하고, 요청을 메꾸고, 비행기 표를 끊었습니다. 비자 발급을 받기도 전이었지만 저는 믿음으로 항공권을 결제했습니다. 그만큼 간절했고, 기대가 있었으며, 하나님께서 이 여정에 개입하고 계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출국을 일주일 남겨둔 어느 날, 드디어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손에 쥔 여권 안의 비자 스탬프는 단순한 승인 도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는 흔적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저 대회 참가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기도였고, 믿음의 연단이었으며,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경험하는 여정이었습니다.

며칠 뒤면 이 아이들과 함께 대한민국 땅을 밟습니다. 그리고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그 경기를 통해 승부가 갈릴 것이고, 때론 아쉬운 결과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이번 여정의 진짜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데에 있다는 것을요.

어쩌면 이 아이들은 그 무엇보다 더 소중한 걸 배워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 절박함 속에서 길을 여신 하나님, 그분을 진짜로 만난 기억은 어느 메달보다도 더 무거운 감동이 되어 그들의 마음에 새겨질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깨닫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하나님도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을요. 우리가 간절하면, 하나님은 반드시 응답하신다는 사실을요.

혹시 지금 포기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 순간, 다시 무릎을 꿇어 보시길 바랍니다. 기도의 끝에서 하나님은 일하실 것입니다. 간절함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여정 끝에서 당신도 하나님의 응답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 여정이, 하나님께서 함께 걸으신 길이었음을 분명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태복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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