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철 목사] 역사관, 교회관

  • 입력 2025.09.22 14:25
  • 수정 2025.09.2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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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에는 천지창조와 세상의 시작과 끝을 다룬 내용이 연대기적으로 담겼다. 실제로 세상 역사를 모두 쓸 만큼의 분량에 해당하는 엄청난 내용의 이야기들이 창세기 첫 장의 단 몇 줄에 수록되어 늘 궁금하고 아쉬웠다. 역사관에 들어서면 그 얘기들이 실타래 풀리듯 해설되니, 마치 비밀의 공간을 활보하는 느낌을 준다. 빛이 옅어지면서 화면이 밝아온다, 창조 당시의 실제 장면이 영상에 재현되면 모든 영들은 시공의 세계가 열리며 태어나는 우주의 잉태를 신기롭게 확인한다. 첫 조상의 출현 과정을 상세히 지켜보며 인식과 수긍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다. 기록 내용에 맞춰 전송되는 창조 영상은 넘치는 현장감으로 인해 몰입감이 최대치에 이른다. 인류의 시작과 종말, 죄의 시초와 결말, 홍수 심판과 불 심판, 이스라엘과 이방 역사, 제국의 흥망사 등을 연관시키며 전체적인 구도로 이끈다. 가인과 아벨의 예배와 살인 장면은 중요도 때문에 삽입된 듯하고 바벨에 읽힌 사건들과 신비의 인물인 에녹의 고양된 영성도 소개되어 흥미를 돋운다.

천지창조 장면에서는 우주의 광대함이 무엇보다 장관을 이룬다. 에덴동산에서 변장한 사탄과 첫 사람들과의 실랑이는 최고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불러일으키고 동산 중앙의 두 그루 나무가 비칠 때는 모두 깊은 한숨을 내쉰다. 성경 역사가 구속사의 관점에서 해설되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아귀가 맞아 이해되니 지각과 인식의 지평이 확대되는 느낌이다. 다음 교회관으로 이동하면 성령강림으로 태어난 교회가 종말의 때까지 걸어온 행적을 보여준다. 서두에 사도행전 역사가 재조명될 때면 당시에 활약했던 영들, 그중에서도 박해당하고 극난의 길을 걸었던 영들이나 순교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소아시아 지역의 교회들이 개척자들의 눈물 속에 세워지고 베드로의 뒤를 이어 선교의 바통을 이은 바울의 행적이 제국의 심장인 로마를 관통시켰을 때는 승리 찬가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와 감동의 파고를 일으켰다. 사악한 사탄의 추종자인 황제들이 획책한 10대 박해를 거친 교회가 기독교국가로 공인되는 장면에서는 박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교부시대는 교회의 골격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위대한 신학자들 중에 변절자가 생겨 삼위일체 하나님과 주님의 신성을 두고 옥신각신했고 사탄이 파종한 반역과 배신의 독기로 순전한 교회는 자중지란을 겪었다. 거짓 목자와 거짓 선생이 이리떼를 이루어 끈질기게 교회의 진리를 사방에서 물어뜯어 종말의 때까지 암약했다. 교회는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진리의 말씀인 성령의 검을 휘두르며 잘 버텼다.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 배신하고 변절함으로 교회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지만 교회가 스스로를 점검하고 진리로 철저히 무장하는 계기도 되었다. 동방교회와 서방교회의 분리, 가톨릭의 득세와 수도원 운동, 변질된 교회의 흉측함과 개혁가들의 필사적 대항, 크롬웰 이후 청교도들의 미국 이주, 세계적인 선교사 파송 시대와 특정 지역의 부흥운동들, 다시 타락과 변질과 회개와 각성 운동들, 주님의 재림을 전후한 대환난, 마지막 전쟁과 세상의 종말, 이 모든 내용들이 성경의 스토리와 세상의 굵직한 사건들과 병행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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