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2021년에 시작된 ‘쇼츠(shorts)’라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180초(3분) 이내의 영상을 제공하는 섹션을 가리킵니다. 바쁜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간단하게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쇼츠 영상 하나를 보다 혼자 웃었습니다. 그 쇼츠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어느 날 어떤 목사님이 등산을 하다가 사자를 만났습니다. 목사님은 열심히 뛰면서 도망쳤지만 얼마 못 가서 절벽 위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목사님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저를 잡아먹으려는 사자의 마음을 돌려주십시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사자도 갑자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이 기적 같은 광경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기도를 드리는데, 그때 옆에서 사자가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나님, 오늘도 저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흔히 퇴직한 남편을 하루 식사 횟수로 구분해서 아내들이 한다는 우스갯말 중에 ‘○식이’ 시리즈를 들어보셨는지요? ‘무식이님’, ‘일식이씨’, ‘이식이놈’, ‘삼식이××’라고 한다지요? 저는 정년퇴직 후 거의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행복한(?) ‘삼식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 편에서 보면 물론 ‘××’를 붙여 쓸 만큼 역겨운 ‘삼식이’가 되겠지만요. 일이 많을 땐 일반 근로자의 두 배 정도인 하루 16시간 꼬박 일을 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에 저에게 영양 공급은 필수입니다. 묵묵히 삼식을 공급해 주는 아내가 그저 고맙기는 한데, 아내에게 거의 매일 듣는 “뭐 먹지?”에는 부담이 가긴 하지요.
저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문에 나오는 ‘일용할 양식’이 절실했던 순간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 특별한 순간은 무려 40년이 지났음에도 기억에 또렷합니다. 우리 부부가 주머니의 돈을 다 털어 김밥 두 줄 사서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에게 먹인 뒤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잠을 청했던 그날 말입니다. 하루 삼식 때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삼식을 때운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때부터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성경에서는 일용할 양식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잠언 30:8). 매일 세 끼를 입으로 먹어야 하는 육의 양식도 필요하지만 매순간 영으로 먹어야 하는 영의 양식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믿는 사람은 육의 양식도, 영의 양식도 일용할 양식으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육의 양식과 영의 양식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육의 양식도, 영의 양식도 생명을 위해 필요한 요소란 점입니다. 다만 육의 양식은 육의 생명을, 영의 양식은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필요하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그다음 일용할 양식이든, 영의 양식이든 그냥 기도만 한다고 주어지는 것은 아니란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기도하며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육의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의 양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육신은 음식을 통해 힘을 얻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처럼, 영혼은 말씀에 따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통해 성장하고 힘을 얻게 됩니다. 굳이 육의 양식과 영의 양식의 차이점을 찾는다면 육의 양식은 가난하지도 부하지도 않은 수준(잠언 30:8), 하루 세 끼 수준인 데 비해 영의 양식은 넘치는 은혜(고린도후서 9:8)와 충만한 성령(출애굽기 31:3; 에베소서 5:18) 수준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저는 일용할 양식도 풍성하게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풍성하게 받아 삼식 때우기조차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박재역 원장∥중학교 교사를 접고 동아일보 교열기자로 입사했다. 동아일보에서 정년퇴직 후 중국해양대학교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국어문교열연구원을 운영하면서 문서 교열과 등록민간자격 '어문교열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경고유명사사전》 (2008, 생명의말씀사), 《교열기자의 오답노트》(2017, 글로벌 콘텐츠), 《다 쓴 글도 다시 보자》(2021, 글로벌콘텐츠), 《맛있는 우리말 200》(2023, 글로벌콘텐츠) 등이 있으며 현재 다산은혜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에 장로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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