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그렇지 않으면 토하여 버리리라

  • 입력 2021.02.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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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목사의 CDN 성경연구】 (99) 영향력(Infulence)

 

NC. Cumberland University(Ph.D.), LA. Fuller Theological Seminary(D.Min.Cand.) ,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Th.M.), 고려신학대학원(M.Div.), 고신대학교 신학과(B.A.), 고신대학교 외래교수(2004-2011년), 현)한국실천신학원 교수(4년제 대학기관), 현)총회신학교 서울캠퍼스 교수, 현)서울성서대학 교수 현)대광교회 담임목사(서울서부노회, 금천구
NC. Cumberland University(Ph.D.), LA. Fuller Theological Seminary(D.Min.Cand.) ,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Th.M.), 고려신학대학원(M.Div.), 고신대학교 신학과(B.A.), 고신대학교 외래교수(2004-2011년), 현)한국실천신학원 교수(4년제 대학기관), 현)총회신학교 서울캠퍼스 교수, 현)서울성서대학 교수 현)대광교회 담임목사(서울서부노회, 금천구

탕수육 먹는 방법에도 취향이 있다. 이른바 ‘찍먹파’와 ‘부먹파’다. 튀김을 소스에 찍어 먹느냐 소스를 튀김에 부어 먹느냐에 따른 양대 파벌이다. 덜먹(덜어 먹기)도 있다. ‘개취(개인마다 취향이 다름)’라며 논쟁을 회피하는 사람도 있다. 찍먹도 아니고 부먹도 아닌 볶먹(소스에 볶아 먹는 것)도 있다. 어떻게 먹느냐는 취향이다. 무엇을 먹느냐는 본질이다. 중국집에선 찍느냐 붓느냐다. 교회는 차가운가 뜨거운가이다. 라오디게아 교회가 그렇다. 그리스도는 교회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신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말씀하지 않으신다. 영적 열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양극단을 다 긍정한다. ‘차든지’를 부정적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시선을 도시가 아닌 교회로 향해야 한다. 주목할 곳은 석회와 유황으로 뒤덮인 히에라폴리스 밑의 절벽이 아니다. 차지도 뜨겁지도 아니한 라오디게아 교회다. 매스껍도록 미지근한 물 인줄 모르고 바닥에 토해 낼 수밖에 없는 온천수가 아니라 교회다.

라오디게아 도시는 히에라볼리 및 골로새와 비교했을 때 리쿠스 강 골짜기에 있는 세 도시 중 가장 유명했다. 이 도시는 리디아, 브리기아, 갈리아 세 지역의 중심 중추였다. 라오디게아 도시 자체는 두 가지 문제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음은 물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좋은 물을 내는 수원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두 도시에서 물을 끌어와야 했다. 리쿠스 강은 여름이면 말라버렸다. 라오디게아는 물을 구하기 위해서 긴 수로를 사용해야 했다. 골로새의 질 좋은 식용수가 되는 차고 맑은 시냇물도 라오디게아에 도착하면 미지근할 뿐만 아니라 불순했다. 때로는 더러워서 병을 유발시켰다.

1. 그리스도는 교회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신다

그리스도께서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하신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는 오랜 세기에 걸쳐 수많은 논란의 주제가 되어 왔다. 대체로 ‘영적으로 차지 말고 뜨거워라’로 해석되었다. ‘차든지’를 부정적으로 해석해 왔다. 영적으로 미지근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신다. ‘차가워라’고 말씀하시고 있는가. 이 은유는 라오기게아의 물 공급 문제에서 시작된다. 차거나 뜨거운 것 모두는 긍정적으로 이해된다. 이 둘은 인내, 믿음, 사랑의 행위로 특징지어진다. 헌신과 동의어이다. 미지근한 것은 차거나 뜨거운 것의 반대로 타협을 의미한다.

라오디게아는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데니즐리에서 수도관을 통해 물을 가져왔다. 이 도수관은 날씨와 대적의 공격을 받기 쉬운 약점을 갖고 있었다. 리쿠스를 건너 10km 북쪽에 Hierapholis는 온천 지대였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었다. 석회암 온천이다. 지금도 전세계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휴양도시다. 현 지명은 파묵칼레다. 로마시대에는 당대 세상의 모든 영화와 향락을 누렸던 곳이다. 약 100m 높이에 이르는 백색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자연 장관은 멀리서 보면 마치 만발한 목화송이로 뒤덮인것 같아 ‘목화성’이란 뜻의 ‘파묵칼레’로 불린다. 이 온천은 도시에서 올라와 광활한 고원 지대를 지난다. 라오디게아 바로 맞은편에 있던 넓은 절벽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 절벽은 높이가 약 9m, 너비가 약 1.6km에 달했다. 당시 부유하게 살았던 라오디게아인들은 돌 송수관으로 뜨거운 물을 끌어들여 사용했다. 석회 온천으로 유명했다. 라오디게아까지 온천수가 오는 동안 식어 미지근해졌다. 물이 집에 도착했을 때 미지근하고 더러워졌다. 뱉어 내기에 딱 알맞았다. 사실 라오디게아는 그 위치가 상업에 유리한 도시로 성장했지만, 물을 공급받기 위해 도수관을 놓으려고 해도 미지근하고 구토가 나는 물만 얻을 뿐이었다.

라오디게아 지역으로 이어진 수로
라오디게아 지역으로 이어진 수로

온천은 뜨거워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 목욕과 직물을 염색하는 데 유용하다. 온천이 출발할 때 뜨겁고 미네랄이 함유된 물이다. 고원을 지나고 절벽 가장자리에서 폭포수로 떨어졌을 때는 미지근함 그 자체다. 현지 터키인들은 “라오디게아의 미지근한 온천수는 물맛도 없을 뿐 아니라 불순물이 많아서 이 물을 마신 사람들이 구토를 일으키거나 병을 앓았다”고 말한다.

미지근한 것은 차가움과 뜨거움 사이의 기분 나쁜 온도를 나타낸다.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다’는 은유는 라오디게아 도시에 물을 공급하는 지리적이며 경제적인 영향을 떠올리게 된다. 이보다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한다. 온도 구분에 다른 관점을 보여 준다. 미지근한 신앙은 중간 정도의 미성숙한 믿음이 아니다. 우상 숭배와 혼합된 더러운 신앙을 의미한다. 우리가 믿는 신앙이 참 진리라면 진리답게 철저히 믿어야 한다. 거짓이라면 그것을 철저히 반대해야 한다. 미지근한 태도와 어정쩡한 무관심은 신앙 안에 우상숭배가 들어왔을 때 나타난다. 하나님과 우상이 혼합될 때 신앙은 미지근한 물처럼 더러워진다. 토할 수밖에 없다.

미지근함은 폭포수가 아니라 잔칫집으로 인도한다. Greco-Roman 시대의 음료는 차든지 뜨겁든지 했다. 잔치의 주인은 손님들의 취향에 맞게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를 제공한다. 뜨겁거나 차가운 포도주가 음료로 적합하다. 가평의 자라섬 축제의 명물이 있다. 뱅 쇼(vin chaud)다. 뜨거운 와인이다. 청주는 데워먹듯이 데워 따끈하게 마시는 포도주다. 프랑스말이다. 후텁지근한 중동의 여름날에 제격인 와인은 냉랭한 화이트 와인이다. 섭씨 5도 이하의 차갑게 마시는 게 제격이다. 헬라인들과 로마인들은 포도주를 샘 안에 두거나 눈을 채운 여과기에 포도주를 섞어서 차갑게 했다. 로마시대에는 포도주와 물을 데워진 상태에서 혼합하여 마시는 것을 선호했다.

2. 미지근하면 그리스도의 입에서 토하여 버리신다

라오디게아 근처에는 두 도시가 인접해 있었다. 히에라볼리와 골로새다. 전자의 온천은 치유 효과가 있었다. 섭씨 35도의 약효가 있는 온천이었다. 후자의 차가운 물은 순수하고 마실만하며 생기를 북돋아 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 물도 건강에 좋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두 형태의 물은 모두 유익하다. 온천은 뜨겁고 치료에 도움이 된다. 질 좋은 온천수와 냉천수를 공급을 받았다. 그러나 공급 도중에 온천수는 식어버리고 냉천수도 미지근해져 그 효능이 제대로 발휘 못했다. 교회는 차든지 뜨겁든지 해야 한다. 세상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치료의 역할이 소금과 빛의 사명이다. 교회가 미지근하여 무기력하면 영적으로 지친 자들에게 활기를 주지 못한다. 영적으로 병든 자를 치유하지 못한다.

당시 소아시아는 황제 숭배를 거부하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의 핍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회엔 각종 이단이 난무했다. 그리스도는 이런 가운데 믿음을 지킨 일곱 교회의 수고를 인정하고 격려한다. 동시에 질책도 아끼지 않는다. 그리스도는 차지도 뜨겁지도 아니한 미지근한 신앙 양태를 비판한다. 에라볼리스의 온천에서 리쿠스 언덕을 넘어 라오디게아까지 관을 통해 여정의 끝자락에 이르면 온천물은 미지근해지고 메스꺼워진다. 뜨거운 물은 서서히 식어서 미지근해지고, 골로새의 차가운 물은 라오디게아에 도착하면 미지근한 물이 된다. 차가움, 뜨거움, 미지근함의 은유들은 Greco-Roman 식사 관례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식사의 비유적 표현에 적합하다.

자동차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엔진, 변속기, 바퀴 등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의 색깔은 어떤가. 개인 선호도일 뿐이다. 좋아하는 색과 ‘다른’ 색은 있을 수 있다. ‘틀린’ 색이란 있을 수 없다. 찬 음료도 있고 따뜻한 음료도 있다. 다르다. 틀린 게 아니다. 그러나 미지근함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이다. 토하여 버릴 뿐이다. 사실 고대세계에서는 차거나 뜨거운 물 또는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었다. 하지만 미지근 물 또는 포도주는 그렇지 못했다.

교회는 생수를 공급하는 편의점이 아니다. 냉수든 온수든 물을 파는 곳이 아니다. 교회는 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니다. 교회는 포도주를 파는 술집도 아니다. 교회는 복음을 무료로 나눠주는 하늘 대리점이다.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친다.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한다. 미지근한 물의 온도는 주변의 온도와 같다. 눈으로 봐도 손으로 만져도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미지근한 라오디게아 교회가 그랬다. 세상과 별 차이가 없다. 세상 사람과 별 다를 바 없다. 세상과 별 다를 바 없는 교회는 미지근한 교회다.

라오디게아 교회 옛터 복원 과정
라오디게아 교회 옛터 복원 과정

2002년부터 파묵칼레대학 조사단이 15년간 8㎢가 넘는 장대한 도시 유적을 발굴·복원 작업하였다. 4세기에 건립된 라오디게아 교회당을 복원하였다. 이 교회당은 4세기 중엽 일요일을 안식일과 예배일로 규정한 라오디게아 종교회의가 열린 실제 공간으로 추정된다. 에베소 교회와 같은 큰 교회가 없던 4세기에 세워져 초기 교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341~381년 라오디게아 교회에서 열렸던 공의회에서 60개 조항의 교회 규정이 확립되었다. 유대교의 토요일이 아닌 예수님이 부활한 일요일을 예배일로 정하였다. 라오디게아 교회가 7세기까지 비잔틴제국의 중요한 성소로 이어졌다.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필요한 것은 교회다움이다. 영적이 기질이 아니다. 열정이냐 냉정이냐가 아니다. 사역의 열매가 문제다. 잠언에는 ‘뜨거운’ 것은 자제력의 결핍을 나타내는 멸시적인 은유다. 오히려 ‘차가운, 냉정한’은 신중함과 자제력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은유다. 이처럼 사람의 기질은 다르다. 교회마다 열정이 있는 교회가 있다. 냉정한 교회도 있다. 온천의 효과가 있고 냉수마찰의 효과도 있다. 그리스도께서 원하는 교회는 뜨거운 교회와 냉정한 교회가 아니다. 영향력을 미치는 교회다. 세상을 향한 선한 영향력을 요구한다. 육신의 치료가 아닌 영적 치료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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