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목사】 나를 버리지 마세요.

  • 입력 2022.03.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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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과 거절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유기불안으로 이어져

GOODTV / 가족의 네 가지 의사소통 | 김승연 목사 [세상을 보는 창 | 오색오감 156회

도식심리치료 분야를 개척한 제프리 영 박사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단절과 거절의 욕구’, 두 번째는 손상된 자율성’, 세 번째는 손상된 한계’, 네 번째는 타인 중심성’, 마지막 다섯 번째로는 과잉경계 및 억제이다.

이런 욕구들이 적절하고 균형감 있게 경험되면 마음에 성장이 예쁘게 자라난다. 그 중에 단절과 거절의 욕구를 채우지 못한 상태로 성장이 되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생각보다 피곤하게 된다.

중요한 어떤 사람과 떨어져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주 화를 낸다거나 배우자가 어디에 있는지 자꾸 확인을 하고 마음에서는 싫지만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지 못하고 맞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습관들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는 바로 단절과 거절의 욕구에서 유기불안성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즉 버림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의해서 만들어진 행동패턴인 것이다.

K씨는 70대 중반이다. 젊었을 때부터 아내가 어디에 있는지 언제나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부부관계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적절히 필요하다. 그러나 서로의 독립된 공간과 시간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정작 떨어져 있으면 혹시 아내가 멀리 갔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한 마음이 압도될 때가 많았다.

물론 K씨는 이런 심리적인 상황을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아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할까?”

아내가 연락이 안 되면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왜 이렇게 화가 자주 나고 조절이 안 되는 걸까?”

 

이런 심리적인 상황과 원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만 살아왔던 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에게 더욱 집착이 되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알지만, 너무 집착적이어서 남편이 언제 화를 낼지를 몰라 남편에 기분을 맞춰서만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불행하게 느껴지고 있을 뿐이었다.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감이다. 그래서 치료적 관계에서도 안정감 있는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안정감이 떨어지면 버림받을 것이 두려워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지 못한다.

제 아들은 원래 말을 잘 듣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점점 자랄수록 제 말을 왜 이렇게 안 듣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속상해요. 제 말을 잘 듣는 아이를 보면서 착하게 자라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했어요. 그런 아들을 보면서 주변에서 부러워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정말 요즘 이 아이가 제 아들이 맞나 싶어요. 중학생이 되면 더 말을 잘 들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제 말을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데 요즘 같아서는 희망이 느껴지지 않아요.”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순응적인 아들의 마음에 숨겨진 것은 버림받고 싶지 않음이었다. 무서운 엄마 앞에서 감히 자신의 생각을 펼치지 못 했을 뿐이었다. 자기가 뭘 잘 못 했는지 모르겠지만 잘못했다고 말했어야 했고 마음에서는 납득이 되지는 않지만 엄마 말이 옳다고 말했어야 했었다. 엄마는 정말 몰랐다. 아들의 마음에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떤 가정이 하나님 보시기에 기뻐 보이는 가정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이 무조건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아이로 성장되는 것이 좋은 것일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해봐야 한다.

가트맨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사랑은 결코 열정으로만 하는 법이 아닌 것 같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여서 열정으로 사랑은 하지만, 정작 상대는 정서적 버림을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랑은 결코 내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이 사랑으로 느껴져야만 사랑이 되는 법이다.

단절과 거절의 욕구가 결핍되면 유기불안(버림받음)에 대한 현상도 있지만, 그 밖에 불신/학대’, ‘정서적 결핍’, ‘결함과 수치심그리고 사회적 고립에 영역도 있다.

앞으로 4주간 단절과 거절의 결핍으로 인해 만들어진 현상에 대해서 나누려고 한다. 다음 주에는 불신과 학대에 대한 내용을 함께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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