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지난 21일 오전 7시 35분에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남미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향년 88세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교황청 궁무처장인 페렐 추기경은 "그는 삶의 전체를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며 교황의 임종 소식을 알렸다. 그 이후 여러 언론에서 그의 치적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당국은 바티칸 광장에서 열릴 야외 장례행사에 세계 150∼170개국 사절단이 참석할 예정이 '경비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황제도에 대하여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을 매우 의미가 깊다고 사료된다. 교회사에서 교황제도는 기독교의 발전과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제도이다. 그러나 교황제도의 성립과 발전은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많은 질문과 도전을 제기한다. 개혁신학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교회의 권위가 성경에 근거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황제도는 초대교회의 단순한 지도체계에서 점차 확장되어 성경적 근거를 넘어서는 권위를 주장하게 된 인간적 제도로 이해된다. 본 글에서는 교황제도의 역사적 발전과 그 역할, 주요 갈등, 그리고 이에 대한 개혁신학적 평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교황제도의 역사적 발전
2.1. 초기 기독교 공동체와 로마 감독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사도들의 지도 아래 있었으며, 사도들이 세운 장로들(감독들)에 의해 각 지역교회가 인도되었다. 사도행전과 서신서에 나타난 초기 교회의 모습은 위계적 구조보다는 평등한 장로 중심의 리더십 모델에 가까웠다. 로마 교회의 감독(bishop)도 초기에는 다른 지역 교회의 감독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었으며, 베드로가 로마의 초대 감독이었다는 주장은 후대에 형성된 전설에 가깝다.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신약성경은 어떤 사도도 다른 사도들 위에 군림하는 최고 권위자로 묘사하지 않으며, 베드로에게 특별한 계승적 권위가 부여되었다는 증거도 없다. 오히려 에베소서 2:20에서는 교회가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세워졌다고 말하며, 그리스도께서 모퉁이 돌이심을 강조한다.
2.2. 교황권의 발전과 확립
로마의 감독이 특별한 권위를 가지게 된 배경에는 여러 역사적 요인이 있다:
1. 로마의 정치적 중요성: 로마가 제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로마 교회도 중요성을 띠게 되었다.
2.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지라는 주장: 로마 교회는 두 저명한 사도의 순교지라는 전통을 강조했다.
3. 마태복음 16:18-19의 해석: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라는 구절을 로마 감독의 우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했다.
4. 정치적 공백: 서로마 제국의 몰락 이후, 로마 감독은 정치적 리더십의 공백을 채우게 되었다.
레오 1세(440-461)와 그레고리 1세(590-604)와 같은 강력한 로마 감독들은 교황권의 기초를 놓았다. 특히 그레고리 7세(1073-1085)는 "교황 독재령"(Dictatus Papae)을 통해 교황의 절대적 권위를 주장했다.
개혁신학자들은 이러한 발전이 성경의 가르침이나 초대교회의 실천에서 벗어난 것으로 본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며(엡 1:22),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제사장이라는 만인제사장설(벧전 2:9)을 강조한다.
2.3. '교황(Pope)' 호칭의 등장과 의미
'교황'(Pope)이라는 호칭은 그리스어 'Pappas'(아버지)에서 유래했으며, 초기에는 모든 감독들에게 존경의 표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점차 로마 감독만의 독점적 호칭이 되었다. 6세기 경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를 '보편적 감독'(Universal Bishop)이라 부르자, 로마의 그레고리 1세는 이를 비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후대 로마 감독들은 이 호칭을 자신들의 것으로 주장했다.
개혁신학은 마태복음 23:9의 "땅에서 아무도 너희 아버지라 부르지 말라 너희 아버지는 한 분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분이시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 교황(Holy Father)이라는 호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한다.
3. 교황의 주요 역할과 권위
3.1. 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
로마 가톨릭 전통에서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이다. 교황은 주요 축일에 미사를 집전하고, 회칙(encyclical)을 통해 윤리적, 교리적 지침을 제공하며, 성인 시성을 승인하고, 전 세계 주교들을 임명하는 등 광범위한 영적 지도력을 행사한다.
요"라고 말하며 교회의 일치를 강조한다.
4.2. 황제와 교황 간의 권력 투쟁
서구 역사에서 교황과 세속 군주 간의 투쟁은 중요한 정치적 주제였다. 11-12세기 서임권 투쟁(Investiture Controversy)은 성직자 임명권을 두고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 간에 벌어진 갈등이었다. 교황 그레고리 7세와 황제 하인리히 4세의 대립,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프랑스 왕 필립 4세의 충돌은 교황권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들이었다.
개혁신학은 로마서 13장과 베드로전서 2:13-17을 인용하며 정당한 세속 권위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는 동시에, 타락한 세속 권력과의 타협에 대해서는 경계한다. 교회는 세상의 정치 권력을 추구하기보다 그리스도의 증인으로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본다.
4.3. 아비뇽 유수와 교회 대분열
14-15세기의 아비뇽 유수(Avignon Papacy, 1309-1377)와 이어진 교회 대분열(Western Schism, 1378-1417)은 교황제도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들이었다. 이 시기에는 최대 세 명의 교황이 동시에 존재하며 서로를 이단으로 정죄했다. 이러한 혼란은 교황제도의 신뢰성을 크게 손상시켰고, 결국 콘스탄츠 공의회(1414-1418)에서 공의회주의(Conciliarism)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혁신학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사례가 교황제도의 신적 기원이나 무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본다. 그들은 교회의 권위가 단일한 인간 지도자가 아닌 성경에 근거해야 함을 주장한다.
5. 개신교의 교황제도 비판
5.1.종교개혁자들의 비판적 관점
마르틴 루터, 존 칼빈, 울리히 츠빙글리와 같은 종교개혁자들은 교황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루터는B1520년 저작 「바빌론 포로된 교회」에서 교황의 권위를 거부했으며, 교황을 "적그리스도"로까지 묘사했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교황제도가 초대교회의 단순한 감독 제도에서 벗어나 과도한 권력을 축적했다고 비판했다.
개혁신학자들은 교회의 유일한 머리는 그리스도이며(골 1:18),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직접적인 접근권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다(히 4:16). 이는 그리스도와 신자 사이에 중보적 역할을 하는 교황이나 성직자 계급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5.2. 성경적 근거에 대한 논쟁
교황제도의 성경적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마태복음 16:18-19("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에 대해, 개혁신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제시한다:
개혁신학자들은 또한 베드로가 실제로 로마의 감독이었다는 확실한 역사적 증거가 없으며,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그의 권위가 후임자들에게 계승된다는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1. "반석"(petra)은 베드로(petros) 자신이 아니라 그의 신앙고백("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을 가리킨다.
2. 베드로에게 주어진 "천국 열쇠"는 베드로만의 독점적 권위가 아니라 마태복음 18:18에서 모든 제자들에게 확장된다.
3. 신약성경 어디에서도 베드로가 다른 사도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으며, 갈라디아서 2:11-14에서는 바울이 베드로를 공개적으로 책망했다.
4.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야고보가 장 역할을 했으며, 베드로는 여러 발언자 중 하나였다.
5.3. 교황무오설에 대한 반론
개혁신학자들은 교황무오설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한다:
1. 성경적 근거 부재: 신약성경 어디에도 베드로나 그의 후계자들이 오류 없는 가르침을 전할 것이라는 약속은 없다.
2. 역사적 모순: 역사적으로 여러 교황들이 이단적 견해를 지지하거나 서로 모순된 가르침을 선포했다. 예를 들어, 교황 비길리우스는 삼장론(Three Chapters)에 대한 입장을 여러 번 바꾸었고, 교황 호노리우스 1세는 사후에 제6차 에큐메니컬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3. 인간의 불완전성: 로마서 3:23("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와 같은 구절은 모든 인간, 심지어 높은 교회 지도자도 오류와 죄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가르친다.
4. 최종 권위는 성경: 개혁신학은 디모데후서 3:16-17("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을 인용하며, 오직 성경만이 신앙과 행위의 무오한 규범이라고 주장한다.
6. 현대 교황제와 에큐메니컬 대화
6.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변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와 개방을 가져왔다. 교황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의 지도 아래, 교회는 더 대화적이고 에큐메니컬한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 개념이 강조되고, 평신도의 역할이 재평가되었다.
그러나 개혁신학적 관점에서는 교황의 기본적 권위 구조와 교리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본다. 교황 무오설과 교황 수위권은 여전히 로마 가톨릭 교회의 핵심 교리로 남아있다.
6.2. 개신교와의 대화 시도
현대 교황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트 16세, 프란치스코는 개신교 교단들과의 대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1999년 루터교 세계연맹과 로마 가톨릭 교회가 서명한 "칭의 교리에 관한 공동선언"은 중요한 에큐메니컬 진전이었다.
그러나 개혁신학자들은 여전히 교황제도, 마리아 교리, 성인 숭배, 연옥 등과 같은 근본적 차이점이 남아있음을 지적한다. 진정한 일치는 성경적 진리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6.3. 남은 과제와 전망
교회 일치에 대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교황제도는 여전히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중요한 장벽으로 남아있다. 개혁신학적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있다:
1. 성경의 권위: 전통과 교황 교도권을 성경과 동등한 권위로 보는 가톨릭의 입장과, 오직 성경만을 최종 권위로 보는 개신교의 입장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
2. 교회론적 차이: 가시적 기관으로서의 교회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보이지 않는 교회에 대한 이해 차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3. 구원론: 믿음만으로 의롭게 된다는 개신교의 입장과, 믿음과 행위가 모두 중요하다는 가톨릭의 입장 사이의 대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개혁신학자들은 교황제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자매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중요시한다. 에베소서 4:15의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는 말씀처럼, 모든 대화의 목표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성장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7. 결론
교황제도는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성경적 근거가 부족한 인간적 제도이다. 초기 교회의 단순한 감독 제도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확장된 교황의 권위는, 개혁신학이 강조하는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원칙과 충돌한다.
개혁신학자들은 교회의 유일한 머리는 그리스도이며,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제사장이라는 성경적 가르침을 강조한다. 교황제도에 대한 비판은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교회가 그 본래적 사명인 복음 선포와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살아가는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동시에 개혁신학은 모든 참된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임을 인정하며, 교파적 차이를 넘어 복음의 핵심 진리 안에서 일치를 추구한다. 요한복음 17:21의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라는 예수님의 기도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추구해야 할 일치의 모델을 제시한다.
교회사를 통해 볼 때, 교황제도는 인간의 권위가 하나님의 말씀 위에 놓일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개혁신학은 지속적인 개혁(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의 원칙에 따라, 교회가 항상 성경의 가르침에 비추어 자신을 점검하고 개혁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의 교회도 인간적 전통과 제도보다 그리스도의 주권과 성경의 권위를 우선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 교황은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 속에서 이 땅에 왔다가 때가 다하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를 추종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애도를 표한다. 그러나 그는 결코 교회의 유일한 머리가 되신 그리스도의 구원이 필요한 한 인간의 삶을 살다가 부르심을 받았다. 그는 인류 구원의 중보자가 아니라 중보자가 필요한 인간일 뿐이다.
▲ 정준모 목사, 본지 편집위원, 라이프굿타임즈 대표 및 발행인, 로키마운틴 성경 및 신학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