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5년 5월 7일 미국 뉴스는 “추기경들, 콘클라베 첫날 새 교황 선출 실패”라고 급파했다. 교황을 선출하고 있는 바티칸 시나투스 성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아닌 교황선출 실패를 알리는 검은 연기가 났기 떄문이다. 4월 21일 로마 로마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이자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88세의 일기로 별세(가톨릭 용어: 선종)한 이후 제 267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하여 세계 각지에 있는 133명 추기경들이 모였다. 첫 투표에서 3분의 2에 해당되는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없었기에 흰 연기가 아닌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던 것이다.
교황 선출제도는 가톨릭교회의 리더십 승계를 위한 핵심 메커니즘으로, 약 2000년에 걸친 역사적 발전을 거쳐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 제도는 단순한 행정적 절차를 넘어 신학적,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 약 13억 명의 영적 지도자이자 바티칸 시국의 수장으로서, 그 선출 과정은 종교적 의례와 현실적 권력 이양의 두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교황제도와 그 선출방식은 성경적 근거가 부족하고 교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본 분석에서는 교황 선출방식의 구체적 절차와 역사, 그 신학적 의미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혁신학적 관점의 비판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1. 교황 선출방식
교황(Pope)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서, 다음과 같은 특별한 과정을 통해 선출된다:
콘클라베(Conclave): 교황 선출을 위한 특별한 회의로, 라틴어 'cum clave'(열쇠와 함께)에서 유래했으며 참석자들이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채 진행된다.
참여자: 80세 미만의 모든 추기경들이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현대에는 보통 120명 내외의 추기경들이 참여한다.
투표 과정: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되며, 철저한 보안과 비밀이 유지된다.
각 추기경은 "나는 하느님 앞에서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를 선택한다"라고 적힌 투표용지에 한 명의 이름을 적는다.
유효표의 2/3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교황으로 선출된다.
연기 신호: 투표 결과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로 알린다. 검은 연기는 미선출, 흰 연기는 새 교황 선출을 의미한다.
선언: 새 교황이 선출되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이라는 선언이 이루어진다.
2. 교황 선출의 의미
가톨릭 관점에서 교황 선출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도적 계승: 교황은 초대 교황 베드로의 후계자로 간주되며, 이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의 직접적인 권위 계승을 의미한다.
보편적 일치의 상징: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하나로 묶는 일치의 중심점으로서 기능한다.
신앙과 교리의 수호자: 교황은 가톨릭 신앙의 최종 해석자이자 교리의 수호자로 간주된다.
영적 권위: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Vicarius Christi)로서 신적 권위를 위임받은 존재로 인식된다.
교황무류성(Papal Infallibility): 1870년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공식화된 교리로, 교황이 신앙과 도덕에 관한 사안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할 때 오류가 없다는 믿음이다.
3. 교황 선출의 역사적 발전
교황 선출 방식은 교회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초기 교회(1-4세기): 로마 교구의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함께 감독(후에 교황으로 불림)을 선출하였다.
중세 초기(5-10세기): 로마 귀족과 비잔틴 황제 등 세속 권력의 개입이 심해져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
교회 개혁(11세기): 1059년 니콜라우스 2세는 추기경단에게만 교황 선출권을 부여하는 법령을 공포하였다.
콘클라베 제도 확립(13세기):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는 길고 지연되는 교황 선출을 방지하기 위해 현대적 의미의 콘클라베 제도를 확립하였다.
근대(15-19세기): 가톨릭 국가들(특히 스페인, 프랑스, 오스트리아)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특정 후보의 선출을 막을 수 있었다.
현대(20세기 이후):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의 개혁으로 국가의 거부권이 폐지되고, 80세 이상 추기경의 투표권 제한 등 현대적 규칙이 확립되었다.
4. 교황 선출방식의 장단점
장점
전통과 연속성: 2000년 가까운 역사적 전통을 유지하며 교회의 연속성을 상징한다.
안정성: 검증된 고위 성직자들에 의한 신중한 선출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장한다.
정치적 독립성: 폐쇄된 콘클라베는 외부 세력의 직접적 개입을 차단한다.
국제적 대표성: 전 세계 추기경들이 참여하여 교회의 보편성을 반영한다.
합의 중심: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므로 극단적 성향의 후보 선출을 방지한다.
단점
엘리트주의: 소수의 고위 성직자들만 참여하여 일반 신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대표성 부족: 추기경단의 지역적, 인종적 구성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 분포와 일치하지 않는다.
투명성 부족: 비밀투표 방식으로 내부 정치과정이 불투명하다.
혁신의 어려움: 보수적 성향의 추기경들이 주로 임명되어 개혁적 변화가 어렵다.
파벌 정치: 교황청 내 다양한 파벌과 이해관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 개혁신학의 분석과 비판
성경적 근거 부족
개혁신학자들은 교황제도가 성경에 명시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마태복음 16:18-19에 대한 해석이 가톨릭과 개혁신학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개혁신학은 이 구절이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가리키며, 그의 직위나 권위가 후계자들에게 계승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스도의 유일한 중보자 역할 침해
교황을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보는 관점이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디모데전서 2:5에 따르면 "하나님은 한 분이시요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고 하며, 개혁신학은 그리스도와 신자 사이에 어떠한 중개자도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교회론적 문제
교회의 머리는 오직 그리스도뿐이라는 원칙(에베소서 1:22-23)에 위배된다고 본다.
칼빈은 "보이지 않는 머리(그리스도)에게 보이는 대리자(교황)를 부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개혁신학은 교회가 사람의 권위가 아닌 말씀에 의해 다스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위의 원천에 대한 문제
개혁신학자들은 교회의 최고 권위는 교황이나 공의회가 아닌 성경이어야 한다고 본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원칙에 따라, 교회의 전통이나 교황의 가르침보다 성경의 권위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교황무류성 교리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부정하는 비성경적 교리라고 비판한다.
제도적 비판
교황제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경적 기초보다 인간 전통과 정치적 고려에 의해 발전한 제도라고 본다.
콘클라베 제도 역시 영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제도적 필요에 의해 형성된 인위적 장치로 여긴다.
교황 선출 과정에서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은 초대교회의 투명하고 공동체적인 리더십 선출 방식과 대조된다고 지적한다.
역사적 오용에 대한 비판
교황권의 역사적 남용(면죄부 판매, 정치적 개입, 이단 심문 등)을 비판한다.
마르틴 루터는 "95개조 논제"에서 교황의 면죄부 판매를 강력히 비판하였다.
칼빈은 교황제도를 "사탄이 교회를 속이는 가장 강력한 술책"이라고 표현하였으며, 루터는 교황을 "적그리스도"로까지 규정하였다.
결론
교황 선출제도와 콘클라베는 가톨릭교회의 핵심적인 리더십 승계 메커니즘으로, 오랜 역사를 통해 발전해왔다. 이 제도는 가톨릭 교회의 전통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였으나, 개혁신학 관점에서는 근본적인 성경적, 신학적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근본적인 교회론적 차이는 교황제도에 대한 상반된 평가로 이어진다. 가톨릭은 교황을 사도적 계승과 교회 일치의 상징으로 중시하는 반면, 개혁신학은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인위적 제도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차이는 '교회란 무엇인가', '권위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리스도와 신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신학 질문에 대한 다른 이해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에큐메니컬 대화에서는 상호 이해와 존중의 자세가 중요해지고 있다. 많은 현대 개혁신학자들은 과거의 강경한 비판보다는 건설적인 대화와 공통점 모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회의 일치와 복음의 본질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대화는, 서로 다른 전통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교황 선출제도에 대한 개혁신학적 비판은 단순히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과 권위, 그리고 그리스도와 신자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신학적 입장 차이를 반영한다.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고 존중하면서도, 기독교 신앙의 핵심 가치인 그리스도 중심성에 대한 공통된 헌신을 바탕으로 한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오직 성경으로,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으로, 오직 하나님 영광 등 16세기 개혁 교회의 슬로건은 주님 오실 때까지 영원히 진리요, 표상이요, 원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