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위기의 한국교회와 갱신의 필요성
한국교회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세속화, 코로나19 이후 교회 출석률 감소, 젊은 세대의 이탈, 그리고 교회 내부의 여러 문제로 인해 한국교회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 성경적 원리를 회복하는 일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Connect, Grow, Impact"(연결, 성장, 영향력)라는 비전과 슬로건은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 세가지 가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반영하며, 성경적 교회론의 핵심을 담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 세가지 가치를 신학적, 성경적,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깊이 성찰하고, 한국교회 상황에 적용하여 구체적인 갱신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본론: 한국교회의 연결, 성장, 영향력
1. 연결(Connect):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화해의 공동체
1.1 신학적 기초: 화해와 연합의 신학
교회의 본질은 화해의 공동체이다. 바울은 고린도후서 5장 18-19절에서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 났으며 그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또 우리에게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다"라고 선언한다. 십자가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회복시키는 화해의 사건이며, 교회는 바로 이 화해의 메시지를 체현하는 공동체이다.
화해의 신학은 단지 수직적 차원(하나님과 인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에베소서 2장에서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14절)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16절)을 강조한다. 이는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경계를 넘어선 포용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한국교회의 현실을 살펴보면, 교회 내 세대 간, 계층 간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교회와 세상 사이의 소통 부재로 인해 기독교는 점점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결'은 교회가 회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가치이다.
1.2 성경적 모델: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
사도행전 2장 42-47절에 묘사된 초대교회는 진정한 연결의 공동체였다.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썼다"(42절). 여기서 '교제'로 번역된 '코이노니아'(κοινωνία)는 단순한 친교를 넘어, 깊은 영적 연합과 물질적 나눔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초대교회는 소유를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나누며, 날마다 모이기를 힘썼다. 이러한 공동체성은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며"(47절)라는 말씀처럼 사회적 신뢰로 이어졌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초대교회의 코이노니아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특히 개인주의와 경쟁이 팽배한 현대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진정한 나눔과 연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1.3 실천적 적용: 연결의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구체적 방안
1.3.1 관계 중심의 목회구조 재편
한국교회의 대형화, 효율성 중심의 목회는 종종 개인의 영적 필요와 관계적 돌봄을 간과한다. 소그룹 중심의 교회 구조로의 전환은 성도 간의 깊은 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교회의 DNA를 변화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1.3.2 세대 간 연결을 위한 통합적 접근
한국교회는 노령화와 젊은 세대의 이탈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세대 간 연결을 위해서는 멘토링 프로그램, 통합예배, 세대 간 공동 봉사활동 등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1.3.3 디지털 시대의 연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와 소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한국교회는 디지털 플랫폼을 단순한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닌, 진정한 연결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교회 밖 사람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 성장(Grow): 말씀과 성령 안에서 자라가는 제자공동체
2.1 신학적 기초: 성화와 제자도의 신학
기독교 신앙에서 '성장'은 성화(聖化, sanctification)의 과정이다. 베드로후서 3장 18절은 "오직 우리 주 곧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라"고 권면한다. 이는 신앙이 정적인 상태가 아닌, 끊임없는 성장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제자도(discipleship)는 이러한 성화의 여정을 구체화한 개념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를 따르라"(마 4:19)고 초청하셨고, 대위 임령(마 28:19-20)을 통해 "모든 민족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명령하셨다. 제자도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전인격적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하며, 질적 성장, 즉 제자도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 이제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적 성숙에 초점을 맞추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2.2 성경적 모델: 바울의 제자훈련
바울은 디모데에게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딤후 2:2)고 권면했다. 이는 제자가 제자를 낳는 영적 재생산의 원리를 보여준다. 바울의 제자훈련은 지식 전달을 넘어, 삶의 모범을 통한 전인적 훈련이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전 11:1)는 말씀은 바울의 제자훈련 철학을 잘 보여준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바울의 제자훈련 모델을 회복해야 한다. 프로그램 중심이 아닌, 삶을 나누는 관계적 제자훈련이 필요하다.
2.3 실천적 적용: 성장하는 공동체를 위한 구체적 방안
2.3.1 전인적 제자훈련 체계 구축
한국교회의 제자훈련은 종종 지식 전달이나 교리 교육에 치중되어 왔다. 진정한 제자훈련은 지성, 감성, 영성의 균형 있는 성장을 추구한다. 말씀 연구, 영성 훈련, 공동체 생활, 선교적 실천이 통합된 전인적 제자훈련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2.3.2 일상에서의 제자도 실천
한국 기독교인들은 종종 주일과 평일, 신앙과 일상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신앙생활에 빠지기 쉽다. 교회는 성도들이 직장, 가정, 학교 등 일상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성경적 세계관 교육, 직업소명 발견, 가정 예배 활성화 등을 포함한다.
2.3.3 평신도 리더십 개발
교회 성장의 핵심은 평신도 리더십의 개발에 있다. 목회자 중심의 위계적 구조에서 벗어나, 모든 성도가 자신의 은사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와 여성의 리더십 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3. 영향력(Impact):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교적 공동체
3.1 신학적 기초: 하나님 나라와 선교적 교회론
교회의 궁극적 사명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가운데 있다"(눅 17:21)고 선언하셨다. 하나님 나라는 미래의 종말론적 실재이면서 동시에 현재 이 땅에서 실현되어 가는 실체이다.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Church)은 교회의 본질이 '보냄 받음'에 있다고 본다. 요한복음 20장 21절에서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고 말씀하셨다.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부름 받은(ecclesia) 공동체이자, 동시에 세상으로 보냄 받은(missio) 공동체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선교에 많은 열정을 보여왔으나, 종종 선교를 '교회 밖의 특별한 활동'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의 모든 활동이 본질적으로 선교적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3.2 성경적 모델: 예수님의 통전적 사역
예수님의 사역은 말씀 선포와 사회적 실천이 통합된 통전적(holistic) 접근을 보여준다. 누가복음 4장 18-19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사명을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함"이라고 선언하셨다.
초대교회도 이러한 통전적 접근을 따랐다. 사도행전 2장의 초대교회는 말씀 선포와 기도, 그리고 사회적 나눔을 통합적으로 실천했다. 이는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셨다"(행 2:47)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교회는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복음의 통전적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3.3 실천적 적용: 영향력 있는 공동체를 위한 구체적 방안
3.3.1 지역사회 섬김과 변혁
한국교회는 지역사회와의 연결점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지역 필요에 응답하는 실질적인 섬김 프로그램, 지역 기관들과의 협력,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 등을 포함한다. 교회는 더 이상 지역사회의 섬(孤島)이 아닌, 지역사회 변화의 촉매가 되어야 한다.
3.3.2 문화적 참여와 대화
한국교회는 문화적 게토화(ghettoization)에서 벗어나, 문화와의 적극적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는 예술, 미디어, 학문 등 다양한 문화적 영역에서의 기독교적 참여를 의미한다. 특히 젊은 세대의 문화적 감수성을 존중하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신앙적 표현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3.3.3 사회정의와 화해의 사역
한국사회는 여러 사회적 균열과 갈등에 직면해 있다. 교회는 화해의 공동체로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 해소와 정의 실현에 기여해야 한다. 이는 소외된 이웃을 향한 섬김, 환경 보존, 인권 옹호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결론: 갱신된 한국교회를 위한 통합적 비전
한국교회의 갱신과 부흥은 "Connect, Grow, Impact"라는 세 가지 가치의 통합적 실현을 통해 가능하다. 연결(Connect)은 화해의 공동체로서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성장(Grow)은 말씀과 성령 안에서 끊임없이 자라가는 제자도의 여정이다. 영향력(Impact)은 세상을 향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다.
이 세 가지 가치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진정한 연결이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며, 내적 성장 없이는 외적 영향력이 공허하다. 또한 세상을 향한 영향력은 다시 새로운 연결로 이어진다.
한국교회는 지금 중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 성경적 가치를 회복할 때, 한국교회는 다시 한번 역동적인 생명력을 회복하고, 이 시대에 하나님 나라의 참된 증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기도하며 연합하는 새로운 부흥의 물결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한국교회에 다시 한번 1907년 부흥운동이 이러나 종말적 교회로 하나님 나라 복음 확장에 위대한 통로가 되길 간구드린다.
▲정준모 목사, 본지 논설위원, 라이프굿타임즈 대표, 로키마운틴 성경, 신학연구원, 총신대, 백석대, 대신대, 계명대 등 목회신학 교수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