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대한민국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10명의 자식을 키워도 한 명의 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세태"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효 문화의 약화와 현대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맞물려 나타난 현상으로, 단순한 도덕적 해이나 개인의 이기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이다.
노인 부양의 현실과 통계적 접근
20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23.7%에 불과하며, 이는 1990년의 77.3%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노인의 59.4%가 자녀와의 별거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는 전통적 효도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태현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효의 의미는 물리적 동거보다 정서적 유대와 경제적 지원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비동거 자녀의 82.3%가 정기적인 방문과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부모 부양에 참여하고 있었다.
◾기독교적 관점: 기독교 윤리학자 리처드 포스터(Richard Foster)는 "그리스도인의 가정생활"에서 "효도는 부모의 필요에 맞게 적응하는 지혜를 포함하며,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디모데전서 5:4은 "만일 어떤 과부에게 자녀나 손자들이 있거든 그들로 먼저 자기 집에서 효를 행하여 부모에게 보답하기를 배우게 하라 이것이 하나님 앞에 받으실 만한 것이니라"라고 말하며, 이는 방식보다는 효의 실천을 강조하는 구절이다.
사회구조적 변화와 노인 부양의 어려움
현대사회의 구조적 변화는 전통적인 부양 방식을 어렵게 만들었다. 고령화연구패널조사(KLoSA)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92.1%가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라는 이유로 독립적 노후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박길성 교수는 "핵가족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주거 공간의 축소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방식의 부모 부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라고 지적한다. 이는 도덕적 해이보다는 사회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독교적 관점: 개혁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는 "사회구조의 변화는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으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그리스도인은 부모 공경의 원리를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라고 가르쳤다. 또한 잠언 1:8-9에서는 "내 아들아 네 아버지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머니의 법을 떠나지 말라 이는 네 머리의 아름다운 관이요 네 목의 금 사슬이니라"라고 말씀하며,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단순한 의무가 아닌 자녀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축복임을 시사한다.
세대 간 가치관 차이와 갈등
세대 간 가치관 차이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노인의 67.3%가 "자녀는 부모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30-40대는 28.9%만이 이에 동의했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노인 세대가 생각하는 '효'와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효'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가치관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10명 자식을 키워도 한 명 부모를 못 모신다"라는 세대 간 오해가 깊어질 수 있다.
◾기독교적 관점: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세대 간의 이해와 존중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연결된 공동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에베소서 6:1-3에서는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라고 가르치며, 부모 공경과 자녀의 복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에베소서 6:4는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고 명령하여 세대 간 상호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경에 나타난 효의 의미와 현대적 해석
기독교적 관점에서 효도는 십계명의 다섯 번째 계명인 "네 부모를 공경하라"(출애굽기 20:12)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는 구약성경 히브리어에서 "공경하다"로 번역되는 주요 단어는 כָּבֵד(kaved) 이다. 이 단어의 어근 **כבד(k-b-d)**는 "무겁다", "중요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약성경 헬라어에서 "공경하다"로 번역되는 주요 단어는 τιμάω(timao)는 "가치 있게 여기다", "존중하다", "영예를 돌리다", "높이 평가하다","귀하게 돌보다" 등이다. 마가복음 7:10, 마태복음 15:4에서 예수님이 십계명을 인용하실 때 이 단어를 사용하셨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말하는 '공경'이란 반드시 물리적 동거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정서적, 영적, 경제적 지원을 포함한다"고 그는 해석한다.
예수님께서도 "누구든지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고, 그 부모에게 아무 것도 하여 드리지 않게 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너희의 전통으로 폐하며"(마가복음 7:11-13)라고 말씀하시며, 형식적인 효보다 실질적인 부모 공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기독교적 관점: 개혁신학자 존 칼빈(John Calvin)은 십계명 해석에서 "부모 공경은 단순한 외적 순종이 아니라 진정한 존중과 사랑, 그리고 실질적인 돌봄을 포함한다"라고 가르쳤다. 또한 디모데전서 5:8에서는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라고 명시하여, 가족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 신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은 "효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표현은 달라질 수 있지만, 부모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근본 원칙은 변함없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효도 패러다임의 모색
앞으로의 효도는 전통적 가족 부양 방식과 현대적 사회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영민 교수는 "노인 부양의 책임을 가족과 사회가 적절히 분담하는 '사회적 효도'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사회적 효도 시스템의 구축은 시급한 과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43.4%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는 OECD 평균(13.5%)의 3배가 넘는 수치이다.
◾기독교적 관점: 현대 기독교 윤리학자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는 "정의로운 사회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이들, 특히 노인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성경에서는 레위기 19:32에서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라고 명령하며, 노인 공경을 사회적 의무로 규정한다. 미카 6:8은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가르치며, 사회적 정의와 개인적 효도의 균형을 제시한다.
결론: 효의 본질을 되찾아서
"10명 자식을 키워도 한 명 부모를 못 모시는 세태"는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변화와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효의 본질을 되찾는 것이다. 효는 형식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경과 존중의 표현이어야 한다.
국민대학교 윤리학과 이다인 교수는 "효의 본질은 동거 여부가 아니라 부모에 대한 진정한 감사와 존중의 마음이며, 이것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사회의 효는 반드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할 필요 없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되고 실천될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적 관점: 개혁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는 "기독교적 효도는 형식보다 본질을 중시하며, 부모에 대한 진정한 존중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라고 가르쳤다. 골로새서 3:20-21에서는 "자녀들아 모든 일에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는 주 안에서 기쁘게 하는 것이니라.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지니 낙심할까 함이라"라고 말씀하며, 효도의 정신이 사랑과 이해의 관계에 기초함을 보여준다.
진정한 효는 형식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표현 방식은 달라질 수 있으나 부모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2:3-4에서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고 가르치며,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리스도인의 가정에서 효도의 기초가 됨을 상기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