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기도】 “역사(驛舍)에 울린 한밤중의 찬송이 나를 살려”

  • 입력 2020.09.11 11:04
  • 수정 2020.09.16 10:28
글자 크기
프린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야교회 쉼터인의 간증 (1)

임명희 목사 / 영등포 노숙인의 대부로 알려진 임명희 목사(광야교회 담임)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 합동신학대학원대학을 나오고 예장(합신) 광야교회 개척 후 34년째 목회하고 있으며, 교회 법인을 설립하여 무료급식소, 홈리스쉼터, 쪽방상담소, 돈키호테까페, 엘레오스치료원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임명희 목사 / 영등포 노숙인의 대부로 알려진 임명희 목사(광야교회 담임)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 합동신학대학원대학을 나오고 예장(합신) 광야교회 개척 후 34년째 목회하고 있으며, 교회 법인을 설립하여 무료급식소, 홈리스쉼터, 쪽방상담소, 돈키호테까페, 엘레오스치료원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나는 83년부터 봉제공장을 했다. 70명 정도의 직원에 한 달 매출이 6,000-6,500 정도에 이르는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잘 나가게 되자 수출에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클레임(제품에 하자가 있다 하여 제품을 거부하는 것)을 맞아 비행기 경비, 원단 비, 제품비 등 모든 것을 변상해 주다 보니 망하게 되었다. 그때가 97년 IMF 때였다.

멍한 상태로 몇 개월 있다가 건축업을 하던 큰 매형이 목수 일을 배워서 건축으로 먹고 살라하여 목수 일을 배우게 되었다. 3-4년을 배운 뒤에 큰 매형이 일을 맡겨 주어 건축으로 재미를 보고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그때 신길동에 집과 보라매 쪽에 오피스텔도 장만하게 되었다.

많은 집과 건물을 짓는 건축업 사장으로 제기해서 비교적 큰 공사를 맡는 행운이 왔다. 지하 3층에 지상 20층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게 되었는데 건축 중에 지하 2층 공사 현장에서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 총무가 돈을 가지고 날라버렸다. 그 사고로 나의 믿음, 나의 인생, 나의 미래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집으로 보상비, 인건비, 재료비 등을 요구하고 들이닥쳤다. 두 아들과 와이프는 살도록 주소와 명의를 다 와이프 앞으로 이전시켜 놓고 죽음을 향해 집을 나왔다. 영등포 공원에 가서 술 마시고, 준비해 간 제초제를 먹고 죽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약을 사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멀쩡해 보이면 팔지 않는다. 그래서 농약을 사기 위해 안양시장에 세 번이나 갔다 마지막에는 허름한 옷을 입고 갔더니 팔았다.

그 약을 품고 죽을 장소로 선택한 공원에도 몇 번을 가 봤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죽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역 뒷길을 따라 도림천에 가서 죽기로 했다. 그런 마음으로 영등포 역사로 가고 있었다. 그때가 2017년 10월 첫 화요일 밤 추석 연휴였다. 그런데 역사로부터 찬송 소리가 들려왔다.

'이 명절에 그것도 한 밤중에 웬 찬송이...!' "한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하매 죄수들이 듣더라(행 16:25)" 술은 많이 마셨는데 찬송 소리가 가슴속에 파고 들어왔다. 그렇게 찬송 소리에 이끌려 갔다.

대합실 3층에 올라가니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뭐야! 잠도 안 자고...' 뒤편에 가 멍하니 서 있는데 어떤 부인이 오셔서 말을 걸었다. "어떻게 오셨나요?" 말이 나오질 않았다. "누구신가요?" “교회 사모예요.” "네에..." "제가 사업하다 망해서 죽으러 나왔네요."

어쩌면 붙잡아 줄 것 같아 사실대로 말한 것이다. 사모님이 "죽지 마세요." 하면서 “우리 교회 쉼터로 가서 생활하면서 마음에 힘을 얻기를 바랍니다.” 하며 목사님께 나를 데리고 갔다.

목사님이 나를 보고 손을 잡아주며 기도해주시고, 교회 쉼터로 인도해 주셨다. 지금 교회 쉼터에서 생활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세례도 받았다. 목사님이 나를 만날 때마다 묻는 말씀이 "이제는 죽을 생각 안 하지요?" “네! 저 안 죽습니다!”

쉼터로 온 날도 어렵게 사온 제초제를 품고 잤지만 다음날 왠지 죽을 마음이 사라지고 편안해져서 약을 버렸다. 이제는 주님 위해 뭔가 일을 해야겠다. 그날 밤 역사의 밤중 예배가 나를 살렸고, 교회가 나를 살게 하니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겠는가? 교회와 예배는 사람을 살리는 하나님의 생명이 머무는 곳이다. 전에는 한 번도 교회에 가 본 적이 없던 내가 망하고 나서 아예 교회로 들어와 살고 있다. 이게 웬 은혜인가? "주의 말씀을 열면 빛이 비치어 우둔한 사람들을 깨닫게 하나이다. (시 119:130)"

 

 

 

저작권자 © 본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