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점이 있다. 서양화는 캔버스가 꽉찬 느낌이다. 그래서 약간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양화는 여백이 있어서 좋다. 캔버스에 난()하나 그려 놓은 것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편안함을 느낀다. 여백이 주는 여유이다.

지역도 교단도 목회 스타일도 나이도 학교도 다른 목사님들 7명이 북한강 상류 서종IC 근처에서 모였다. 우리들은 이 모임을 '긍정플러스'라고 명명했다. 모임의 특징이 있다. 회장도 총무도 회계도 없다. 그날 호스트가 밥을 사고 차를 대접한다.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모임이 아니다. 마음에 무담감을 가지고 모이는 장이 아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삶의 스케줄 속에서 여백을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목사는 참으로 바쁜 스케줄에 목이 매어 살아간다. 목이 매인다는 것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감사함으로 자유를 기꺼히 포기하고 교회와 성도와 주님의 종이 되기로 작정했기에 불편함은 없다.

나의 삶도 한 주간을 돌아보면 스케줄에 몸을 맞기고 있다. 교회예배 준비와 기도원 관리와 본헤럴드 신문사 운영 및 기사쓰기와 비즈니스 관련 각종 회의 등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새벽에는 책을 읽고 오전에는 글을 쓰고, 점심때부터는 내 시간이 아니다. '시간에 내 자신을 맡겨버린다.' 그래도 행복하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주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열심이기 때문이다. 주님의 '명예'와 나에게 주신 '사명'과 관계된 일이기에 지칠 줄 모른다.

이런 삶의 연속 선상에서 긍정플러스 모임은 여백을 주는 시간이 되었다. 북한 강변의 카페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삶에 활력을 얻었다.

북한 강변을 따라 청평댐에서 가평으로 이어진 강변길은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이다. 설명이 필요없다. 강변과 산과 전원마을들을 눈으로 즐기며 가다보면 마음에 남은 앙금이나 힘겨웠던 삶의 무게들이 그냥 벗어버리게 된다.

가평에서 춘천을 가다보면 세이드 가든이 있다. 나의 고향은 춘천이다. 이 길을 수없이 운전하며 다녔다. 그런데 세이브 가든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관람을 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세이브 가든은 골짜기를 따라 형성되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형지물의 흐름을 잘 살려냈다. 한국은 산악 지대가 전국토의 70%가 넘는다. 세이브 가든도 평범한 골짜기에 불과하다. 평범한 골짜기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접목되어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었다.

목사님들과 함께 골짜기를 걷는 것만으로도 삶의 여유와 기쁨이 충만해진다. 인공과 자연의 차이점은 사뭇 다르다. 자연은 그 자체가 주는 느낌이 아름답다. 자연과 한 몸이 되면 몸에는 긍정에너지가 생긴다. 자연에 몸을 맡기면 스스로 탄력성을 회복한다. 이것이 자연이 주는 힘일 것이다.

삶의 여백을 찾아간다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크로노스의 시간에서 카이로스를 만들어가는 질적 시간을 회복하는 길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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