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이 시대의 진정한 꼰대들은 어디에 있는가?


Isaak Lee : yeesaak7@gmail.com

Azusa Pacific Univ.  Calvin Theological Sem.


최근 어느 블로그에 꼰대 분별법을 나열하면서 꼰대의 특성, 그 첫번째를 꼰대는 자기가 꼰대인줄 모르는 사람이 꼰대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표적 사례로 한 정치인이 올린 SNS의 글을 소개한다.


“ 20대 청년들에 대한 저의 지지가 낮은 것은 아마도 꼰대 이미지 때문일 겁니다. .... 그렇습니다. 저는 젊은이들이 저를 꼰대라고 싫어 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흙수저 출신으로 무학인 아버지와 문맹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고학으로 학교를 다녔고 유산 1원도 받지 않고 독고다이로 검사,국회의원,집권당 원내대표,경남지사,보수본당 대통령후보까지 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두아들로부터 세상에 가장 존경받고 있는 아버지입니다. 그래서 자신있게 이땅의 청년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합니다. 아들아 내가 너희들의 롤 모델이다. 그런데 왜 나를 싫어하니? ”


짧은 글이지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정말 완전무결한 꼰대의 이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명문(?)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기준이나 성공관이 모두 같다고 생각하는 편협함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비뚤어진 자부심, 그래서 자기가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교만함까지, 같은 한 인간으로서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부류의 사람들은 정치인,연예인,재벌 또는 종교인 등, 대중 앞에 서는 사람들이거나 나름대로 자기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흔히 가지기 쉬운 인격장애(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의 한 패턴이다.

이는 심한 자기우월감(A sense of superiority)과 자기애(Narcissism) 그리고 과대망상(grandiose delusion)이 교차되는 자기애성 인격장애(自己愛性人格障碍,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NPD)로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잘나가는 인기인이나 유명인들이 약물중독에 빠지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이런 꼰대의 기질은 나이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의외로 젊은 꼰대들도 많은 편이며 일반적인 불안 장애와 달리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 외에도 꼰대의 특성은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만 세상을 판단하려 하거나 능력을 배제한 채 오직 나이나 경력만으로 서열을 정하고 다스리려는 기질, 그리고 전통적인 편견과 관습으로 형성된 고정관념과 아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들은 자신의 생각이 젊고 깨어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옷이나 젊은 세대를 따라 입고 인터넷서핑을 즐기며 젊은세대의 문화를 쫓아 하는 것으로 젊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본래 꼰대는 아버지나 선생님등, 나이 많은 어른을 지칭하던 차세대들의 기성세태에 대한 호칭 은어였지만 근래,특히 2000년대 들어 꼰대는 앞선 예처럼 구태의연한 사고의 틀에 갇혀 소통이 되지 않는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통칭하는 말로 변형되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꼰대의 어원은 주름이 많다는 의미에서 '번데기'의 방언인 꼰데기나 꼰디기에서 왔다는 설과, 옛날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물고 다니던 곰뱡대가 축약되어 생겨났다는 설, 그리고 일제 강점시기에 백작을 지칭하던 꼼태에서 유래했다는 여러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아무튼 꼰대를 꼰대로 분별할 수 있다면 지극히 냉철하고 건강한 시각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 무조건 구식이고 뒤떨어지고 안통하는 꼰대라는 선입견을 가지는 것이다.

실제로 역꼰대가 생기는 이유를 설문조사 했을 때 응답자들의 46.9%는 젊은 세대는 무조건 옳고, 나이든 세대는 구식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였으며 역꼰대 행동이 젊은 세대의 행동 양식이라고 생각해서가 17.4% , 또래 집단의 역꼰대 행동을 따라하게 되어서가 13.3%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77.6%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아예 꼰대를 무시하고 꼰대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뚜렷한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꼰대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미래의 꼰대가 되어 가고 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말이다.

이런 세대간의 갭은 곧 치명적인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젊은이들은 이런 선입견으로 소통을 피하고 꼰대들은 나름대로 꼰대취급을 받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어야 하는 사회가 된다면 꼰대들의 축적된 경험과 소중한 물리적,지적자산들은 자연스럽게 맥이 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딛고 서있는 현재는 결국 꼰대들이 남긴 유산이다. 경제문화적으로 선진국이라 일컫는 사회일 수록 이 자산을 귀하게 여기고 공유하며 활용한다. 젊은이들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경험과 성숙함은 건축의 기초와 같은 것이며 기초가 부실한 건물은 층수를 많이 올리지도 못할뿐더러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경험과 감성이 풍부한 꼰대, 자기 주관이 뚜렷하면서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진정한 꼰대, 꼰대다운 꼰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그리워하는 꼰대부재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역사에 위대한 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나이를 보면 거의 60대 이상이 태반이다. 파우스트(Faustus)는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80세의 작품이며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은 빅토르위고( Victor-Marie Hugo, 1802-1885)60세의 작품이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나 파블로 피카소( Pablo Ruiz Picasso, 1881-1973)80세가 훨씬 넘어서까지 그림을 그렸다. 클로드 모네( Oscar-Claude Monet, 1840 - 1926)의 대작 수련( Water Lily Pond)77세에 그리기 시작한 작품이다.

또한 인류사에 가장 중요한 결정들 역시 80%60대 이상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콘라트 아데나워( Konrad Hermann Joseph Adenauer, 1876-1967 ) 73세에 서독의 수상이 되었다. 미국 적십자사의 창시자이며 초대 회장인 클라라 바턴(Clarissa "Clara" Harlowe Barton, 1821-1912 )이 미국-스페인전쟁(1898) 중 쿠바에서 간호사로 참전했을 때도 77세였다.

밴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81세에 미국 헌법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골다매이어( גולדה מאיר 1898-1978)70대에 이스라엘 여성수상이 되었다. 레이건은 69세에, 트럼프는 70세에, 바이든은 78세에, 김대중도 74세에 대통령이 되어 중요한 직을 수행했다. 아브라함도 75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모세도 80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지 않았는가?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교사는 경험많고 연륜있는 교사들이다. 자녀를 낳거나 키워보지 않은 젊은 세대, 그것도 편중된 성 일색의 한국 초등교육은 균형면에서 미래세대의 인성과 정서를 걱정해야 할 만한 수준이다.

공신력있는 CNN이나 ABC, BBC등의 채널을 본다면 앵커들은 물론 대담자들의 연령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쪼글쪼글한 얼굴에 체머리를 흔들며 자기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꼰대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한국영화나 시리즈가 흥행하며 해외무대에서 상을 받게 되었는데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에서 주목한 배우들은 둘다 80대인 원로배우였음은 그들의 이런 시각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저명한 교향악단의 구성원들만 봐도 현악기,목관악기,심지어 관악기까지 백발이 성성한 꼰대들이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삶의 풍성한 경험이 담아내는 성숙한 소리의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모든 분야에서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힘을 써야 하거나 빠른 머리의 회전이 필요한 자리에는 젊은이들이, 경험과 깊은 사려가 필요한 자리에는 꼰대들이 앉아 서로를 보완해 가며 가장 효과적이며 적절한 문명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발표하는 취업자수 증가 추세를 보면 60대 이상이 제법 많은 편인데 이 일자리의 대부분은 단기 노동직이다.

힘쓸 수 없는 사람들을 힘써야 하는 자리에 끌어다 앉혀 놓고 수치계산만 하고 있는 것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력낭비이며 국고낭비인 셈이다. 늙도록 버티고 앉아있는 꼰대들 때문에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젊음지상주의의 기이한 사회현상 때문에 적재적소에 인력이 배치되지 않으므로 극도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고용악화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합리화 되는 사회, 늙으면 자연스레 약자가 되고 꼰대취급 받아야 하는 사회, 그래서 기를 쓰고 젊어지고 예뻐지려는 젊음지향, 외모지향의 프레임에 갇혀,성형일등국가가 된 대한민국, 우리 모두는 사회병리적인 집단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 우리 전체가 꼰대이면서 꼰대인줄 모르는 꼰대민족,꼰대국가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 정권은 먼저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원로들은 아버지 솔로몬이 성전건축7년 왕궁건축 13년을 하느라 백성들이 그동안 지치고 힘들었으니 왕이 백성을 섬기는 자세로 선정을 베풀것을 조언했다. 그들은 모두 솔로몬왕과 더불어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경험많은 산증인들이었다. 그러나 르호보암은 그들을 꼰대로만 여기고 그 조언을 무시한채 자기와 함께 자란 어린 사람들과 국정을 의논하였다.

성경에 어리다는 표현을 썼지만 당시 왕의 나이가 40세가 넘었으므로 실제로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국정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그 친구들은 왕이 아버지보다 더욱 더 무섭게 백성을 휘어잡아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고 르호보암은 그들의 말을 따라 국정을 운영하므로 결국 백성들은 르호보암에게 등을 돌리게 되고 급기야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두 왕국으로 갈라지는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왕상 10:16).

이 역사는 단지 옛날 이스라엘 역사,성경의 교훈이 아니라 오늘 우리 가정,직장,교회,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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