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의 호스피스 이야기 (6)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3) 사랑의 추구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 외로움처럼 무서운 병은 없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말기환자의 요구는 웬만한 윤리,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면 수용해야 한다. 그것마저 거부하거나 차단되어 버린다면, 고립무원의 그는 더 이상의 생을 버틸만한 힘(의미)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그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날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일 그에게서 그 어떤 비극적인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그것은 어떤 사안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 일어 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존재 의미이기도 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난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고통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지인 가운데 말기 선고를 받는 순간! “그럼 내 손녀(OO)는 어떻게 하지?”하며 울부짖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주님도 요13:1에서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하셨다. 평소 주님을 따르던 제자 무리는 많았다. 주님은 그들을 모두 불쌍히 여기셨고 사랑하셨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주님께도 특히 사랑하시던 자기 사람들이 있었다. 인류를 구하려 오셨고, 그 큰 일을 눈앞에 앞두고 있었지만, 주님께도 한 인간으로써의 이별의 아쉬움과 아픔을 준 대상이 있었다.

남은 시간은 그 대상들과 사랑을 주고받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러하지 못한 경우들도 있다. 특히 유산 배분 등으로 갈등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남아 있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떠나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큰 고통이다. 사전에 정리가 잘 되었다면 너무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혹 그러하지 못하다면 유능한 중재자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지금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은 아주 사소한 문제로 환자 앞에서 자녀들 사이에 다툼이 일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조용한 자리로 불러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죄책감이다. 잘 해도 그렇게 되는데 하물며 이렇게들 하시면 얼마나 후회를 더 하시려고들 그러시는가?“ 하였더니 다시는 환자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호스피스 병원 재원기간이 평균 약 20여일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너무도 없다. 그 떠나는 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임종 시에는 일시적 충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언젠가 연합기관 호스피스 세미나에서는 필자의 ()안양호스피스선교회 부설마샬 역할극팀의 공연이 있었다. (공연 내용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던 가족이 떠나는 순간, 가족들이 순간적으로 통곡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는데 연극이 끝난 후, “저렇게 우는 것은 호스피스 가족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고 지적하는 사람을 보았다. 민망했던 필자는 조용한 시간에 당신 가족이 떠나도 침묵할 자신이 있는가?” 되 물은 적이 있다. 호스피스들도 한 인간임을 숨기려 해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다. 상담자이든, 호스피스이든, 목회자이든 자신이 한 인간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사랑하던 사람들을 떠나면서 가지는 아쉬움은 너무도 큰 고통이기에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남기고 싶어 한다. 남기고자 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것이 재산일 수도 있고, 유지일 수도 있다. 남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감사히 받으면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동안 노고가 참으로 많으셨어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받은 사랑(가르침) 늘 간직하고 살아가겠습니다”, ”유지를 잘 받들겠습니다등으로 떠나는 사람에 대한 애정 고백과 함께 따뜻하게 위로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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