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의 호스피스 이야기 (9)

 

말기환자의 위기 상담

영적 돌봄(희망 추구)에서 긍정적 수용. 2

다른 종교 호스피스 내세관을 비교하면서 가지게 된 생각 중 하나는 우리도 죽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기는 하지만, 대개 부활주일 전 후로 주님 죽으심의 의미와 또 주님 재림에 대하여는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주님이 오시거나, 우리가 가거나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점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면이 있다. 구원받은 사람이 죽으면 천국 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문제는 죽어가는 과정(전인적 고통)에서 겪게 되는 고통에 대해서도 미리 이해도 해야 하고, 또 어느 정도는 마음 준비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일화이지만 생각의 여지가 있기에 소개해 본다. 어느 야구 투수가 국제대회에서 통쾌한 우승을 하였는데 그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큰 시합을 앞두고 내 생애에 이만큼 큰 경기를 치르게 되겠는가?”는 생각이 들게 되니 갑자기 긴장이 되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들 다 잠든 시간에 밖에 나와 밤새도록 공 던지는 연습을 했다. 비결이라면 이것이 비결이다 고 답을 하더라고 했다.

우리 생애에서 죽음만큼의 큰 문제가 있을까? 이 엄청나고도 중요한 것을 하나의 은사로 치부하고, 남의 일처럼만 여기며 이래저래 건너뛰고 지내다가는 막상 그 상황을 부딪치게 되면 어찌할 바를 몰라 크게 당황하면서 평상시 답지 않게 전혀 믿음이 없는 불신자와 같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지만, 죽음에 대하여도 간접경험이라도 해 두는 것이 그래도 아예 외면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모 신문에 소개된 어느 의사의 이런 들을 보았다. 자식이라면 꺼뻑하시던 자상하신 어머님이신데 암을 얻으셨고, 백방으로 노력하였지만, 끝내는 말기 선고를 받으셨다고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어머님은 180도 다른 사람이 되셔서 아주 작은 일에도 짜증과 역정을 내시곤 하여 가족들이 가까이할 수가 없었다던 안타까운 가정을 소개하면서 본인이 죽기에 이를 만치 큰 고통을 경험했던가, 죽음을 잘 수용하는 것을 본 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죽음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호스피스는 주님의 뜻을 따라 가장 작은 자를 돌보는 일 (25: 40)’ 뿐만이 아니라, 바로 나의 죽음을 연습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호스피스

나의 죽음을 연습하는 과정

아버지는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어느 날 자신이 무슨 고통을 제대로 알았다고 고통에는 뜻이 있다 는 책(: 이 책은 옥한흠 목사님의 대표적 저서임)을 냈을까 라며 자조의 말을 내뱉은 적이 있습니다. “ 이것은 우리가 존경하는 옥한흠 목사님의 아들 성호 씨가 쓴 아버지 옥한흠‘ 155~156 페이지에서 소개한 폐암 말기에 이른 옥한흠 목사님의 고통 중 보여 주신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피력한 글이다.

위기 극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이다. 인간은 누구나 기본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이 불안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때부터 운명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철학자 폴 틸리히는 불안을 * 존재론적 불안(=죽음) * 도덕적 불안(=죄책감. 정죄) * 정신적 불안(=무의미. 허무)으로 나누었다. 그중에서 존재론적 불안즉 죽음은 최대의 불안이자 위기이다. 극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의미 이해에 있다.

# 빅터 프랭클의 로고 세러피(의미 요법) 이해

유대인계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빅터 플랭클은 2차 세계대전에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에서 가혹한 노동. 배고픔. 추위, 폭력, 가스실 공포.. 등 온갖 고초 속에서 고통하다가 전쟁 종료와 함께 생환되었다. 그는 체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수용자들 가운데 미래를 가진 사람은 인내하고 용기를 가지지만, 미래를 상실한 사람은 면역성 저하를 부르고 서서히 죽어가더라고 하였다. 실제로 자신은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야만 했었는데 ‘* 가족들을 만나야 했고, * 빼앗긴 연구 자료를 복원하여 의미 요법을 완성해야 했고, * 그 안에서 같은 수용자들의 정신과 상담을 해야만 한다 는 등의 사명감으로 깨진 유리병으로 면도를 하여 외모를 관리하며 생기 있게 보임으로써 가스실 행을 모면했다. 그는 수용소에서는 다 필요하지 않다. 오직 삶의 의미만 유효하다라고 설파하였다. ‘살아야 하는 의미를 분명히 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견디어 낼 수 있다’. 우리말에도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엄마는 강하다는 뜻과 맥은 통하는 이야기이다.

 호스피스 환우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과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서려면, 적어도 다음 몇 가지의 의미 이해는 확고해야 한다. 이 위기 극복에 실패하면, 말기 환자는 심한 우울증을 겪게 되고,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에 이를 수도 있다 (암환자 자살률은 일반인의 두배). 그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죽음과 관련한 사안의 의미를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 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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