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목사의 호스피스 이야기 (5)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김승주 목사 / (사)안양호스피스협회회장(현), 한국호스피스협회고문(회장, 이사장 역),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역), 호스피스완화의료 표준교육 교육자(국립암센터)

 

영혼을 가진 영적존재는 무슨 일로 고통하며, 어떻게 대처하는가?

 

1) 의미의 추구:

인간은 의미를 먹고 사는 존재다. 어떤 경우에는 밥보다는 의미를 먼저 찾기까지 한다. 의미를 모를 때 인간은 고통 한다. 특히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어떤 의미를 찾으며 고통하는가?

 

* 존재의 의미:

죽음 앞에서 자기 인생에 대하여 보람 있게 살았고, 아무런 아쉬움도 없다고 이야기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이 아쉬움과 미련을 갖게 되기에 죽음은 본능적으로는 부정적이 될 수밖에는 없다. 더욱이나 상대적 빈곤감이 컸던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에 대하여 의미를 찾지 못하기가 쉽다. 한 인간이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 왔는데 살아 온 날들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면, 이처럼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호스피스들에게는 어떻게 해서든지 삶의 의미를 찾게 하고 나름대로는 의미있는 인생을 살아 왔구나는 자각과 감사로 마치게 도와야 한다.

대처: 심리학에는 더블 리스닝’(긍정 피드백)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통하여 결론을 긍정으로 마치게 하는 소통방법이다. 호스피스에서는 환우가 어떤 삶을 살아 왔던지 간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의 긍정적인 면 만 보고 반응하는 것이다. (* 더블 리스닝은 기법은 1. ‘내용 알아주기’ 2. ‘선한욕구 알아주기’ 3. ‘감정 알아주기’)

 

세상에서 100% 완벽한 사람은 없다. 청문회에서 우리는 그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직하게 우리 자신은 또 어떠한가. 우리의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대부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다. 어떤 삶에도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있다. 호스피스들은 대화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긍정적 부분을 격려해주고 의미를 부각시켜 주어야 한다. 물론 무의미를 유의미로 전환시키는데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모든 대화 사이에는 라포(따뜻하고도 신뢰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가령, 환우 중에 과거 행실이 좋지 않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주변의 눈길이 곱지 않았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때 상담자들의 기본자세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성장과정에서 금수저 흙수저는 현실적이고, 부의 세습은 현실이지 않은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어쩌다보니 그렇게들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이야기를 들어 보면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이 너무나 많다.

이제 마지막에 이르러 살아 온 날들을 돌아 볼 때 내가 이러려고 세상에 왔나?’ ‘차라리 태여 나지나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그러나 서로 간에 라포가 형성되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숨겨진 긍정적 스토리도 털어 놓게 되어 있다(누구에게나 양가감정이 있다).

억울한 스토리를 털어 내는 동안에 억압되거나 격앙된 감정이 풀어지게 되고 순화되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그래도 집에는 공부 잘 하는 대학생 자녀가 있다는 식의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부정적 투사가 빠르면, 긍정적 투사도 그만큼 빠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쓰다듬는 데에는 그 만큼의 인내가 필요하다. 이때 가만히 듣고 있던 호스피스들은 적당한 때를 기다려서

참 훌륭하시군요. 누구보다도 아들은 아빠를 잘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적 힘이 생겼을 때는 틀림없이 한() 많은 아빠 몫까지를 살아 줄 것입니다“.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 자녀 교육을 시킬 생각을 하셨나요? 솔직히 제가 만일 선생님 처지였다면 저는 그 상황에서 자녀 교육시킬 생각까지는 자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정말 참 잘 사신 것 같습니다며 위로와 적극적인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위로와 격려를 들으며(삶의 의미를 찾은 후)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가 흘리는 눈물은 이해해 준 이에 대한 고마움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잃어버렸던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된 것에 대한 격한 감정에서 나오는 눈물일 것이다.

필자는 실제로 비슷한 사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떠나는 마당에서 그 간의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것! 호스피스들의 너무도 중요한 사명이다. 한 걸음 나아가서 이 세상은 나에게도 살아 볼 가치가 있는 세상이었어!”라고 고백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호스피스들이다.

* 시간의 의미

호스피스 환자란 현대 의학적으로 치유불가를 선고받은 사람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유 불가 선고를 받은 후,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시간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점점 더 고통이 가중되고, 가족들에게는 심적, 물질적 부담을 주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칠 수 없다면, 빨리 정리하기를..” 바랄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조력 존엄사법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종교적으로나, 사회 정서 상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지만, 원인과 결과를 탓하기 전에 오죽이나 고통스러우면 이런 생각까지를 하게 되었는가를 안타까워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호스피스들의 역할의 중대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호스피스 기간은 어떻게 보면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다. 자기 인생을 완성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완성이란, 그동안 본의 아니게 왜곡되었던 관계들의 원상회복을 의미한다. 회복시켜야 할 관계는,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가 있다.

* 수직적 관계란 절대자와의 관계다. 수직적 관계 회복이란 한마디로 회개를 말한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시작할 때 생명의 주인이 기대하시던 청사진이 있을 것이다. “다 이루었다시던 주님처럼 그 청사진대로 충실하게 살아왔노라당당히 고백할 자가 있을까?

필자가 강의를 다니던 서울의 Y교회는 지역사회 어려운 분들을 모셔다가 식사를 대접하는 따뜻한 교회이며, 개 교회에서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을 시행할 만치 사회적 공헌도가 높은 교회이며, 그 교회 담임 목사님은 타 교단 목회자인 나에게까지 명성이 알려지고 있을 정도로 교계 활동이 활발했던 존경받으시던 목회지였다. 그런데 그 분이 은퇴 후, 얼마 가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폐암을 얻으셨다. 치유에 온갖 노력을 하였지만 애석하게도 모든 것이 무위가 되고 말았다. 들리기에는 그 때부터 그 목사님이 하신 일 중 가장 큰 일은 회개였다고 했다. 새삼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절대자 앞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다 죄인이다.

호스피스 시간은 모든 죄인들이 이것을 새롭게 확인하는 시간이다. 호스피스 기간에는 세상 잡다한 것들은 이제는 다 뒤로 하고 눈길을 하늘에 준비된 한 성()으로만 고정해야 한다. 그리고 회개를 통하여 맑은 영혼을 유지하면서 평안히 지내다가 부르심을 받아야 한다. 부르심을 받는 순간까지 경력 자랑, 돈 자랑, 사업 걱정하다가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 어리석은 사람이고 불행한 사람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부르심을 준비하는 사람이 맑은 영혼을 유지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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