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태규 목사】 너도 밤나무

  • 입력 2025.04.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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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감리사로 섬길 때 서울남연회 감리사들이 북유럽 선교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나라가 독일 프랑크프르트였습니다. 하이델베르그 근처에서 쉬고 보름스로 이동하여 종교개혁가 루터 기념 동상, 돔 광장, 시청사, 종교 회의장을 순례하기 위해 가는데 길가에 밤이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여행 중 간식도 부족한 터라 급히 밤 4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남이 모르는 기쁨이었습니다. 제일 뒤에 따라가다 보니 일행과 떨어질까 봐 딴 곳에 집중할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보슬비가 오니 발걸음들도 빨라졌습니다.

내 앞에 가시던 문충웅 감리사님도 급히 밤을 두 개쯤 줍는 모습 을 보면서 사람은 다 똑같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빠른 걸음 속에서도 마음이 급하여 입으로 밤을 깨물어 먹어 보았습니다. 대충 대충 벗겨서 먹을 속셈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입 깨무는데 어찌나 쓴지 밤이 아니라 상수리였습니다. 그러나 모양은 영락없는 밤이었습니다. 가이드한테 물으니 그 이름도 밤은 밤인데 못 먹는 밤으로 "너도 밤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학생들의 학습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여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 시간 이후 내 머릿속에서는 요한복음 21장에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실 때 처음에는 자신만만하던 베드로가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주님이 아십니다"라고 답했던 말이 떠오르면서 하나님의 음성이 내 마음판을 때렸습니다.

너도 목사냐? 너도 부흥사냐? 너도 사람이냐?"

“오 주여! 자신만만하게 답할 수 있는 인물이 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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