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빅토리아 호수


 죽기 전 꼭 한 번은 가봐야 여한이 없다고 하는곳_빅토리아호수


산과 호수, 바다에 둘러싸인 빅토리아의 색깔들을 모아 덧칠하면 어떤 색채가 될까. 고구마를 닮은 밴쿠버 섬의 남쪽 끝에 자리한 그 곳에 첫발을 들여 놓았을 때 생긴 물음표였다.

주변 도시들을 다 합쳐도 30만 명이 채 안 되는 빅토리아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홀림 당하게 하는 것일까. 캐나다 서부의 최대도시 광역밴쿠버의 200만 명이 넘는 곳을 제치고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수도가 있는 곳. 하룻밤 이상 머물고 가는 관광객들이 연간 400만 명이고 크루즈 여행객들도 50만 명이 넘는 그곳은 분명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 있으리라. 오죽하면 백인 여성들에게 죽기 전 꼭 한 번은 가봐야 여한이 없다고 했을까.

빅토리아에서 벌써 사계절을 보냈다. 한여름에도 땀이 나지 않는 신선한 기온과 청량감이 더한 바람은 잊고 살았던 충만을 가슴으로 느낀다. 그 절기들을 온전한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사색하면서 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자연과 동화되어 사는 내 이웃과 빅토리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내 감성이 그려낸 빅토리아의 색채는 블루였다.

 올해는 새해 첫날부터 여행을 떠나 이른 봄 돌아왔다. 숨 막힐 듯 콘크리트 숲 도심에서 머물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길을 나서 산책로에 들어선 난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지난해 늦가을 위태롭게 간신히 매달려 있던 산 사과 하나, 너도밤나무 꼭대기에 마지막 남아 떠나길 주저하며 나풀거리던 그 잎 하나를 차마 볼 수 없어 고갤 숙이고 걸었던 그 길이 아니었던가. 잠시 떠나 있던 그 사이 어떤 색채로도 묘사할 수 없는 신비함으로 빼곡히 고갤 내민 새싹들은 그리움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기다림을 침잠해 놓았다. 우리가 춥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던 겨울동안. 분명 저들은 비우고 홀연히 떠나 스스로 땅에 묻혀 썩히길 자청했기에 이른 봄 새롭게 태어난 것이 아닐지.


잃은 것은 관계였고 얻은 것 또한 관계였다


온전한 사계절을 빅토리아에서 보내면서 내가 잃고 얻었으며 또한 성장한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관계였고 얻은 것 또한 관계였다. 사람들과의 물리적 만남이 단절 된 것은 표면적으로 잃은 것일 수 있겠다. 그 관계의 단절을 통해 난 비로소 자유를 얻었고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물리적 만남은 여백이 있어야 새로움이 생기고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만 영혼의 만남은 가까울수록 신뢰가 쌓인다는 것도 자연에서 터득한 이치다. 습관처럼 관계를 유지해 왔던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가까이 있었기에 알 수 없었던 그들의 참모습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고 그리움도 새롭다. 숲에 가면 가만히 서 있을 때가 잦다. 그러다 한 번씩 끝없이 높아진 나무들을 보듬고 귀를 대본다. 몇 해의 절기들을 보내고 나서 그들의 소리와 내면의 울림이 동화되어 감을 느낀다.


조금은 덜 세련된 모습들이 더 자연스럽다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든 사람들이, 남자보다 여성비율이 높은 그곳은 멋있고 화려함 보다 조금은 덜 세련된 모습들이 더 자연스럽다. 빅토리아는 물질적 풍요보다 영적인 풍요가 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살기 좋은 곳이다. 신은 두 가지 행운을 동시에 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수많은 이들이 동경하며 머물기 원하는 그 곳에 살면서 더 갖기를 원하고 조금 더 앞서 가고자 한다면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모든 잡다한 번뇌와 조급함은 바로 이 욕심에서 생긴다. 많은 것을 덜어내고 줄임으로 조금 허기져 때론 쓸쓸함이 없지 않았지만 그 간결함으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은 것은 내가 그 곳에서 성장한 이유 중 하나다.


블루는 지극히 서민적인 색채다


블루는 지극히 서민적인 색채다. 노동자 계급을 지칭할 때 블루칼라, 블루진, 의로운 일에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감옥에서 입었던 옷도 블루였다. 부의 상징인 골드나 권위를 나타내는 적색과 거리가 먼 블루는 조금은 외롭고 부족해 보이지만 늘 꿈꾸게 하는 보통사람들의 색채다.

열셋 되던 해 홀로 서울로 떠나길 머뭇거리는 내게 등을 떠 밀며 영원한 나의 멘토가 건넨 첫 마디도 "청운의 꿈을 가져라"였다. 내 삷 속에 깊이 자리한 블루는 꿈을 상징하며 평화를 갈구하고 어울림을 중시한다. 또한 블루는 그 어떤 밝은 색과도 잘 어울리지만 유독 어두운 색깔은 금방 블루에 묻히고 만다. 빅토리아의 봄, 여름, 가을 바다는 항상 블루다. 그러나 회색 빛 겨울바다를 초원에서 바라보면 결국 빅토리아는 블루가 된다. 블루의 원색은 초록이므로.

아! 빅토리아 그 곳은 블루다.

(1)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수도인 빅토리아에서 RV 리조트를 운영(2)CGB(capital of Golden Bridge) CFO 역임(3)M&A Specialist(기업인수합병 및 기업가치평가 전문가)(4)해지사모펀드 운영(5)The CJ Holdings Canada(2013~현재) CEO
(1)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수도인 빅토리아에서 RV 리조트를 운영
(2)CGB(capital of Golden Bridge) CFO 역임
(3)M&A Specialist(기업인수합병 및 기업가치평가 전문가)
(4)해지사모펀드 운영
(5)The CJ Holdings Canada(2013~현재) CEO

문화방송 청소년문학상 대상
월간 "순수문학"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주관 "월간문학" 신인상 공모 당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빅토리아 호수 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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