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나에게 걸어오는 말에 귀 기울이는 방법

 

글. 송광택(출판평론가,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글. 송광택(출판평론가,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나봄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인 저자(염두연)는 몸이 일상의 시간을 늦추고 이제는 나의 몸과 사랑하게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배움과 경험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강의하고, 연구하고, 나누는 삶을 즐기다가 저자는 대형 교통사고를 기점으로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세 가지 면에서 독자에게 통찰을 준다.

 

첫째. 저자는 내 몸을 돌보는 일에 소홀한 사람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2019112508!’ 하는 소리와 함께 저자의 삶은 정지되었다. 저자는 우측 뇌의 깊은 타박 충격과 척추 2, 4번 압박골절에 얼굴은 파열로 꿰매고, 갈비뼈 충격으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 의료진의 처방과 구급요원들의 손에 몸을 맡기는 일 외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챙기던 몸이 부서진 것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지만, 현실이라는 것을 보게 되는 순간 의미 없는 몸부림을 멈추었다. 내 힘이 다 빠질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은 생명이었다.”(41)

저자는 자신의 몸을 돌보는 일에 소홀하지 않아야 할 수십 가지 이유를 발견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주 지나온 날,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보이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예측하는 그림을 펼쳐보았다. 분명 나는 어제와 같은 모습 같으나 천천히 변화하고 있었다. ‘어제와 다른 삶을 살려면 목표와 계획대로 움직여야만 한다.’는 신념체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내 몸을 믿고 인생의 목표와 전략에 따라 빈틈없이 행동했던 나에게 엄청난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50)

사고가 나고 치료가 시작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내 몸의 뼈와 근육이 보내는 신호에 민감해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통증은 몸에 상처가 생겼을 때 말 못 하는 몸을 이루는 조직들이 뇌와 몸에게 보내는 신호이며, 통증은 작은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치료하라는 메시지다. 더 사랑하며 돌보라고 보내는 경고 시스템이다.” 그래서 저자는 통증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함을 느낀다. “아프면 아픈 곳을 바라보고, 자세히 관찰하는 것. 이 간단한 일이 내 몸과 마음을 살린다”(56)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커다란 변화를 겪으면서, 특히 몸에 대한 충격을 온 삶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저자는 그동안 외면하려 했던 몸의 소리들과 마주해야 했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몸에 대해, 그리고 그 몸이 만드는 마음과 삶에 대해서.

 

둘째. 저자는 내 몸을 돌보는 일을 하도록 구체적인 도움을 준다.

잠자기 전 잠깐만 시간을 내어서 종일 힘겨웠던 내 몸을 위해 바라보고, 느끼고, 말을 걸어보자. 피곤에 찌든 내 몸을 친절하게 보살피고, 위로하며, 몸의 욕구에 따라 해소할 자신만의 운동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 몸은 피곤과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머릿속의 쓸데없는 생각이 비워지고 여러 감정이 혼란을 잠재워야만 잠도 잘 자게 된다. 건강은 밤과 낮을 잊어버린 생체 시계가 제 기능을 되찾을 때 돌아온다. 특히 깊은 잠에 빠져들어야 할 11~2시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나 자신에게 명명하고 몰아붙이는 건 내 몸에 대한 엄청난 폭력과도 같다.”

저자는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했다. 마치 두 살배기 어린아이를 대하듯 무조건 공감하고 수용하고, 인정해 주기로 했다. 자신의 몸과 연애를 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먼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보았다. 마음이 편한 사이가 되니 점점 더 질문도 많아졌다. 나는 오늘도 내 몸을 바라보며 괜찮니?” “충분해!” “사랑한다.”라고 말한다.

삶은 사랑이고 때로는 폭풍우 같다. 그래도 살아 있음은 축복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내 얼굴과 손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미안하다.” “고맙다.” 하며 마치 노래를 부르듯 말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신체적 바른 자세는 몸의 외적인 자세뿐만 아니라 내장기능의 위치, 역할을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한다. 앉은 자세나 걸음걸이는 우리 몸의 건강과 습관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기분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자세에 따라 기분도 바뀐다.

바른 자세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세를 바로잡으면 우리 몸의 순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바른 자세는 경직된 목이나 어깨근육이 풀린다. 구부정한 자세는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몸 움직임도 줄어든다. 움직임이 줄어들면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이렇게 늘어난 체중은 다시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재생능력이 있다. 몸이 스스로 재생하는 방법은 우리의 자세에 달려 있다.”(200)

몸을 살리는 일은 몸과 친해지는 일이다. 친하게 지내려면 자주 만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질문하고, 느끼고, 반응해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럴 때 몸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몸과 소통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삶의 순간을 충만하게 만든다. 그래서 저나는 오늘도 몸을 움직여서 뇌와 마음을 건강하게, 행복하게 가꾸어간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의 효과를 소개한 부분이다. “춤은 몸을 움직여 뇌와 마음을 바꾸는 작업이다. 춤은 자신과의 만남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몸에 어떤 역사가 새겨져 있는지 만나는 몸의 움직임이다.”(242) 저자는 몸을 만나면서 버리고, 절제하고, 용서하고, 나누는 인생 전반을 다시 공부하는 인생학교에 입학한 셈이다. “내 몸이 어떻게 애쓰며 살아왔는지 만나러 가는 길은 특별한 형식이 없다. 분주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음악과 함께 몸이 원하는 대로 걷고, 뛰고, 뒹굴고, 빙빙 돌기도 하는 동작을 한다. 춤이라고 하지만 그냥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는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로운 동작으로 몸과 만나 데이트하는 행복한 시간이다.”(242-243)

저자는 내가 처음 태어날 때부터 현재까지몸의 움직임과 발달 과정을 춤 동작으로 표현해보라고 제안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조용한 음악, 때로는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환경을 설정한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눕는다.

좌로 우로 뒹굴며 뒤집기를 한다.

두 손과 두 팔을 움직여 배를 밀고 가고 싶은 곳으로 기어간다.[중략]

팔을 자유롭게 이리저리 뛰어 걷는다.

몸이 원하는 대로 자유로이 춤을 춘다.

몸이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심호흡을 한다.

가만히 멈추고 몸의 느낌에 집중한다.

몸의 느낌, 감정, 욕구를 기록지에 기록해본다.(243-244)

 

셋째. 저자는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글쓰기를 소개한다.

충격적인 교통사고의 후유증 때문에 아직도 내 마음이 벼랑 끝에 서 있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곤 한다. 조심조심 한 발씩 헤쳐 더욱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두려워하던 그 순간에 대해 몸서리를 치며 실눈을 뜨고 바라보는 연습도 빼놓지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상처, 욕구, 바람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자 하는 일종의 의례(예식).”

저자에게 있어서 글을 쓴다는 것은 그의 정신적·영적 바라봄의 시간이자 회복을 갈구하는 시간이다. 글을 쓰면서 가던 길을 잠시 멈추어 묵상하는 시간이다. “잘 가고 있는지, 여태 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라보며 나를 다독여본다. 내가 쓴 글은 일기가 되었다가 편지가 되었다가 미래계획서가 되기도 한다. 몸과 함께 걸어온 일기는 내 개인의 몸과 사회, 세계가 마치 생태적 환경을 드러낸 그림처럼 잔잔히 퍼져 있다. 어떤 순간은 가슴이 저리고, 어떤 순간은 미소가 돕는다. 내 몸 읽기를 멀리 떨어져서 관조해 보면 울다가 웃다가 한 편의 드라마 같다.”(262-263)

저자는 글을 쓰는 동안 두려워서 멈추고 있던 자신의 모습도 보았다. “불안해서 예민하게 긴장하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보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생사의 기로에서 다시 살아났으니 진실하게 직면하고 고백해본다. 먼저, 마주하기 어려운 순간 이전의 마음과 의도를 돌아보며 다독여본다.”

저자가 사고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글을 쓰려고 시도했을 때 처음에는 머리가 하얘지고 한 줄도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내 안의 고통과 마주친 그 순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솔직한 심정을 일깨워 내 어두운 마음의 숲을 한 걸음씩 떼어보았다. 누군가의 비판이나 판단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냥 나 자신과 진실된 만남을 생각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자신 속에 여기저기 숨어 있던 열등감과 상처를 만났다. 지난 시간 동안 해오던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다시 일어나 걷기를 2년 동안 계속했다. “이 고통과 부끄러움을 딛고 일어선 나를 가만히 안아보았다. 어두운 나의 내면을 헤치면서 걸을 때 수많은 가지를 쳐가면서 나아갔다. 많은 일, 성과가 나의 능력의 잣대인 양 온 힘을 다해 살았던 나를 바라보니 참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고 저자는 진솔하게 고백한다.

이제 저자는 ‘12월 마지막 주 교회 설교 말씀을 떠올리며 다짐한다. “이전의 소유지향적인 삶To have에서 존재 지향적인 삶To be를 넘어 사명지향적 To give 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그 여정을 그려본다. 내 삶을 글로 채운다.”

저자는 몸과 트라우마에 대해 깊은 연구와 치료 체험을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몸의 신호를 잘 듣기 위해서는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스란히 관찰하고 들여다보라고 한다. 이 책은 언제나 내 몸이 하는 말을 듣고 귀 기울이며, 거기에 반응해주겠다는 약속을 되새기는 책이다. 나와 내 몸의 신뢰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다시 건강해질 수 있고, 몸과의 사랑을 지속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진정한 웰빙(Well-Being)과 풍성한 삶을 추구하는 모든 이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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