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국교회 내의 목회 환경이 변화되면서 이제는 교회 재정에 사례비를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일을 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우리는 그분들을 ‘일하는 목회자들(일목)’이라고 부른다. 현재 페이스북 <일하는 목회자들> 그룹에는 약 만 명의 멤버가 가입됐다.
오늘은 열여섯 번째 시간으로 천안 착한이웃교회 담임으로 섬기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스펠트럭(Gospel Truck)을 운영하고 있는 정진 목사(기감)를 소개한다. 정진 목사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신학대학원을 나와 목회를 시작했으며, 개척교회로부터 시작해서 36년간 목회를 이어온 아버지(성환교회 정재춘 목사)를 보며 장래희망이 개척교회 목사였다고 한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일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카페 등 다양한 일도 해봤다. 영력(말씀)있고, 실력(지혜)있고, 진실(양심)된 목회를 모토 삼은 정진 목사의 가스펠트럭 사역을 인터뷰했다.
Q1. 아버지가 개척교회부터 목회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가 개척교회를 하는 모습을 봤다면 개척교회를 꿈꾸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된 것인가?
A. 어릴 때부터 개척교회를 하는 아버지를 굉장히 존경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개척에 대한 부담감이 덜했다. 아버지가 목회를 하신지 36년이 됐다. 내 나이만큼 목회를 하신 거다. 아버지가 개척을 하실 때 태어났고 자라면서 아버지가 목회하시는 모습이 어린 눈에는 굉장히 좋게 보였다. 그게 나도 목회를 개척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교회가 크게 부흥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교회가 가족 같이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 모습들 때문에 목회라는 생각이 ‘교회는 가족이구나’ ‘어떻게 하면 밥상머리에 앉은 가족 같은 교회가 될까?’였다. 그것은 개척교회라서 가능한 것 같다. 신학대학을 다니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성가대원으로 서게 됐는데 너무 사람이 많다 보니까 그 안에서 나눠지고 또 나눠지고 나중에는 4~5명 소그룹으로 쪼개지는 것을 보면서 과연 대형교회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모이는 것이 맞을까? 생각을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나중에 목회를 하면 개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신대원에 입학 후 졸업과 동시에 개척을 했다.
Q2. 어릴 때부터 아버지 목회를 보며 자랐고 이후 신대원 졸업까지 여러 교회들을 봤으며, 지금은 현장에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로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무엇이 한국교회만의 장단점이라고 생각하는가?
A. 문제라고 한다면 내가 제일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굳이 한국교회 문제라고 한다면 말씀에 벗어난 목회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섬김과 낮은 자의 모습으로 그리고 제자들을 양육하는 방법으로 초대교회가 세워졌는데, 313년에 기독교가 공교회화 되면서 가정교회가 무너지고 건물이 교회로 변했다. 그렇게 교회가 대형화되고 조직화되면서 가정과 교회가 분립된다. 교회가 이중적으로 변했다. 교회는 더 이상 사랑의 공동체나 섬김의 공동체가 되지 못했고, 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사랑의 공동체’가 이제는 교회에서만 하면 되는 괴리가 생긴 것이다. 이것이 한국교회만의 문제를 넘어 지난 1700년 동안에 계속된 문제다. 그것이 종교개혁을 통해 바꾸려고 했지만 개신교도 똑같이 제도화되고 조직화되면서 가톨릭처럼 변질되고 말았다. 건물을 짓고 사람을 모으는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럼에도 희망은 무엇인가? 제대로 된 교회를 살리려는 운동들이 일어나고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각자의 삶 속에서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목회자들이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정과 일터와 직장이 교회가 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교회의 희망이자 장점이 아닌가 싶다.
Q3. 일하는 목회자로 사역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A. 가장 힘든 것은 목회자로서 목회에만 전념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다. 목사가 됐다는 자체는 에스라처럼 말씀을 연구하고 준행하며 백성들에게 가르치기를 힘쓰는 것이 선지자적 사명인데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목회자로서의 본질적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부족해서 늘 아쉽다. 어쩔 수 없이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잠을 줄이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쌓이고 변화되지 않는 삶 속에서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다. 또한 목회 계획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도 힘들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힘들다. 그러나 그때그때마다 그런 문제들 앞에 지치지 않고 힘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내 앞에 푯대가 바로 서 있고 복음이 서 있고 십자가가 서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어려움을 당하더라고 그 길이 진리라는 것을 믿으며 좁은 문 좁을 길로 갈 수 있어 행복하다.
Q4. 목사님의 생각하는 미래 세대에도 살아남는 교회와 목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일단 교단을 떠나야겠다. 왜 교단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가 하면 우리 젊은 목회자들이 볼 때 교단의 변혁이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교단을 이끄는 분들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교단의 제도적이고 조직적인 틀이 깨지고 시대적 상황에 유연성을 갖지 않는 이상 미래세대를 잡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 젊은 세대들이 교단을 이끌어 가면 나아질까? 라고 생각할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학생 때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교단에 들어와 연급을 밟다 보면 물들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이고 관료적인 것을 탈피하는 끊임없는 몸부림이 있어야 살아남는다고 본다.
Q5. 정진 목사님의 가스펠트럭의 사역보고서를 보고 눈에 띄는 답변을 보았다. 그것은 목회지는 '천안시 서북구 서부1길 62 착한이웃교회'로 소개하면서 따로 사역지를 ‘충남 천안시’로 폭넓게 소개했다. 마치 요한 웨슬리가 ‘세계는 나의 교구’라고 말한 듯한 인상이었는데 목사님의 사역의 범주는 어디인가?
A. 나는 무엇보다 우리 동네를 사역의 현장으로 삼고 있다. 다른 지역까지 감당할 깜냥이 되지 못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싶고, 이런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기면 각자 자기 위치에서 동역하고 싶다.
Q6. 목사님의 가스펠트럭은 다음 세대인 아이들을 찾아가는 교회로 보인다. 주차할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트럭이 교회가 되는데 특별한 모임의 시간 없이 아이들을 만나는가?
A. 처음에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이들을 만났다. 하지만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소위 단골손님들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단골손님들이 모이는 곳에 가게 되고 시간도 아이들이 나오는 시간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미리 약속을 하고 만난다. 가 보면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있는 그곳에 교회도 가서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면 서로 비속어들을 쓰면서 말이 거친 것을 본다.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열 명이나 열댓 명까지 몰려다닐 때는 아이들을 다 같이 부르지 않고 한 명씩 불러서 그들을 케어한다. 그렇게 일상적인 만남을 가지다가 기도하면서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다른 동네도 가본다.
Q7. 목사님 교회 예배당 입구에 아이들의 사진과 기도제목을 붙여 놓고 그것을 성도님들과 나누고 연결하는 것을 봤다. 그렇다면 목사님만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맞는 교사들을 세우고 그들과 연계시킨 것인가?
A. 그렇다. 시작은 제가 하지만 성도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을 한 명씩 품게 한 다음 1:1 사역을 성도님들이 하게 한다. 예배당 입구에 사진으로 붙여진 아이들은 다 1:1 교사가 있고 1:1 스승이 따로 있다. 목사인 나는 아이들을 놓고 기도는 하지만 아이들을 1:1로 만나지는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인 앤 아웃’이라고 부르면서 기도제목을 적어놓은 것이다. 아이들과의 매칭은 목사가 하지 않고 교사들이 기도하는 중에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나도 교사들과 1:1 양육을 하기 때문에 우리 교사들은 1:1 교육의 유익을 알고 있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직접 양육하면서 교사 자신들도 성장하는 것을 체험했다. 예를 들어 어떤 중학생 아이는 약속을 매번 어긴다. 그 담당교사는 그것을 겪어보니까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그러면 나는 그런 성도들의 고충을 들어주면서 그들의 목회 사역을 인정한다. 나는 그것이 제자훈련이라고 생각한다.
1:1 제자양육 만이 미래교회가 살 길이다. 예수님도 제자들을 개인적으로 다 만나주셨다. 우리 교회가 6년이 됐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교회는 제자양육만 한다. 아이들이 말씀이 실제가 되도록 매일 삶의 고민을 묻고 그것을 성경적으로 풀어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Q8. 정진 목사님 사역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정의하는 하나님 나라는 무엇인가?
A. 나는 하나님 나라는 바로 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인 곳은 하나님 나라며 예수님의 이름이 전파되는 곳이 하나님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교회다. 예수의 영인 성령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함께 떡을 나눴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 것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기도 가운데 일용할 양식은 육체적 양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초대교회의 식탁공동체를 오해하면 단순히 먹는 일에만 집착할 수 있다. 그래서 하나님 말씀을 나누는 곳이 하나님 나라라고 믿는다. 일대일 제자 양육은 하나님 나라를 실제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하나님 말씀이 실제화되고 말씀대로 사는 곳이 교회이고 하나님나라다.
Q9. 목사님은 초대형교회에서 신앙생활도 하시다가 개척교회 목회를 하면 양극단을 다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형교회에서 하는 1:1 제자 양육과 개척교회에서 하는 1:1 제자 양육이 어떻게 다른가?
A. 감리교단에서 제자양육을 하는 좋은 것들을 많이 봤다. 가장 큰 차이는 대형교회는 성경공부로 끝날 때가 많다. 지식을 쌓는다. 제도권에서 조직화된 제자양육법은 성경공부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사도바울이 초대교회를 세울 때마다 디모데나 누가를 데리고 다녔다. 목회하는 현장을 같이 다니면서 봐야 한다. 현장을 같이 체험하는 것이 진정한 말씀양육이다. 주님이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양육된 제자는 기필코 제자를 생산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제자 훈련을 받아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제자 세운 사람이 똑같이 제자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1:1 제자 양육이다. 이것이 다른 점이다.
Q10. ‘가스펠 트럭’은 앞서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의 가스펠 트럭과 목사님 가스펠 트럭의 차이는 무엇인가?
A. 사실 큰 차이점이 없다. 가스펠 트럭의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고 본다. 차이는 미국은 땅이 크다 보니 가스펠 트럭도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작다. 도로도 작고 주차 공간도 작다. 그러다 보니 가스펠트럭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1톤 트럭으로 한 것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사역이 있는 것이고 한국은 한국대로의 사역이 있다. 미국의 가스펠 트럭은 크기만큼 종합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가스펠 트럭 전에는 수레를 끌고 다녔다. 길바닥에 버려진 카트에 바퀴를 달고 이것저것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품을 채운 후 복음을 전하러 나갔다. 이제 트럭으로 하다 보니 다양한 물품들을 실을 수 있었고 그것으로 복음을 전달한다. 나는 작은 트럭이 아이들의 눈높이는 맞추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트럭 공간이 좁아서 아이들을 가까이 대면할 수 있다. 트럭 위로 많이 올라오지도 못한다. 그렇게 아이들 3~4명을 대하는 동안 친밀감을 형성한다. 그러면 나머지 아이들은 기다려준다. 교회 문턱을 낮추고 아이들이 볼 때 교회가 만만해야 다가올 수 있다. 그 만만한 위치에서 성경을 보여주면 아이들에게 복음이 쉽게 다가간다.
Q11. 일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 그동안 공동취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언론에 소개됐고 페이스북 그룹에서만 만 명이 넘는다. 이들과 동질감을 갖는 일하는 목회자로서 목회를 준비하는 후배들이나 일목 동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A. 정식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8년 차이다. 나는 실패를 경험했다. 하다 보니 좀 더 프로페셔널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 일하는 현장에서도 실패했어도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분야에서 어떤 결과를 내었으면 좋겠다. 또 그 일이 아니면 다른 일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지 전문성을 가지고 했으면 좋겠고, 10년을 버티면 뭔가 결과물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Q12.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중보기도은 무엇인가?
A. 세 가지 정도다. 첫째, 가스펠 트럭이 10호까지 이어지게 하소서. 둘째, 주신 소명에 끝까지 순종하는 종이 되게 하소서. 셋째,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