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서도 생명의 꽃은 핀다
미얀마에 온 지 6일이 되었습니다. 한낮 체감 온도는 36도 정도 됩니다. 7년 만에 미얀마로 오는 길은 험했습니다. 기상악화로 2시간 지연 출발, 비행 중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오랫동안 흔들림(trembling)이 있어 이내 멀미를 불러올 정도였습니다. 그 흔들림을 느끼며 미얀마의 현재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 절차가 모두 슬로우(slow)자체였습니다. 그런데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현지인들은 그 분위기를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공항을 빠져나오니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2시를 넘어섰습니다. 공항 밖에서는 저의 오랜 친구들이 우리를 환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숙소로 가는 도로에는 차가 몇 대 보이지 않을 만큼 한산했습니다. 시간이 멈춘 도로가 미얀마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니 첫째 날이 밝았습니다.
▪첫째 날
커튼을 여는 아침 풍경은 여전히 이국적인 열대 나무들이 모두 색다르게 보였습니다. 운무가 가득했고, 수많은 새의 울음소리가 미얀마임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는 아침 큐티와 기도 시간을 갖고 쉐비다 지역으로 출발했습니다. 그곳에는 양곤 실로암교회 유치원과 쉐비다 빈민가 유치원이 있습니다. 허영 선교사님과 묘투 전도사가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묘투 전도사는 1세대 이주민이었습니다. 미얀마로 돌아와 신학을 하고 지금은 양곤 실로암교회에서 사역자로 있고, 빈민가 유치원은 그의 아내가 사역하고 있습니다. 빈민가 유치원에는 주일에 300명의 아이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미얀마의 미래이기에 우리는 힘껏 기도해주었습니다. 오랫동안 열악한 사역지에서 부부가 헌신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비포장도로를 1시간쯤 달려 모세동산 유치원에 갔습니다. 시골길로 가는 중에 미얀마 시골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도 보게 되었습니다. 모세동산도 이주민 1세대인 원나 형제가 헌신하고 있는 곳입니다. 형제들의 헌신을 보면 마음에 감동이 컸습니다. 아이들과 찬양하며 축복의 기도를 드려주었습니다.
저녁 시간 이주민 1세대인 찬다 집사 가족이 우리를 환대해 주었습니다. 미얀마에서 넘치는 환대를 받으니 도리어 격려가 됐습니다. 15년이 지나도 한국에 있는 실로암교회를 잊지 못하는 것을 보니 형제들에게는 실로암교회가 영혼의 고향인 듯합니다.
▪둘째 날
오전에 빛과 진리 교회( light and truth)로 갔습니다. 이곳 교회에서는 미얀마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3개월 동안 영적 훈련을 시키는 라마나욧 같은 곳입니다. 이곳 모임을 이끄는 지도자들은 다름 아닌 이주민 1세대였던 고트위 목사와 2세대 데이빗 집사입니다. 둘은 사역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고트위 목사는 성경을 가르치고, 데이빗 집사는 찬양을 가르치고 전파하고 있습니다. 데이빗 집사는 자신이 작사 작곡한 찬양을 불렀습니다. 신앙은 종교도 형식도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찬양인데 미얀마에서는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둘은 실로암 스피릿을 가지고 사역하고 있습니다. 고트위 목사는 공단 지역에 교회를, 데이빗 집사와 피터 집사는 대학가 옆에 청년 복음화를 위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땅을 사놓은 상태입니다. 우리 형제들의 헌신을 보며 저는 정말 큰 격려를 받았습니다. “목사님! 우리가 있습니다. 목사님의 목회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고백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윤 집사님 공장에 가서 예배드리고, 싱뿌 집사 사업장으로 갔습니다. 한국 화장품을 수입하여 온라인으로 미얀마 전역에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우리 팀은 함께 기도하고 안수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싱뿌 집사는 양곤중보기도 모임도 이끌고 있습니다. 신실한 형제를 만나니 참 기뻤습니다.
우리는 MICT신학교도 방문했습니다. 미얀마 정부 인가받은 가장 큰 신학교입니다. 여기에는 민아웅툰 교수가 있습니다. 역시 1세대 실로암 가족입니다. 우리는 대학원생들과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졸업반들입니다. 한국 교회가 미얀마를 위해 기도한다고 하니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우리 팀은 은혜라는 찬양을 불러주었습니다. 민아웅툰 교수는 자신이 품은 실로암교회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우리는 총장님과 대화하며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는 미얀마의 미래를 짊어질 300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일린 집사 사업장으로 갔습니다. 다운타운에 자리잡고 있는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입니다. 깨끗하고 맛도 좋고 너무 좋은 분위기입니다.
나일린 집사는 북쪽에 있는 실로암교회 가족인 조라와 조시안 집사의 사역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로 협력하고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셋째 날
만델라이에서 9시간 버스를 타고 와서 피터 집사가 통역으로 합류했습니다. 너무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우리는 트리니티 신학교로 갔습니다. 40명의 청년이 미얀마 전역에서 모였습니다. 함께 서로 기도하며 영적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하우 목사님도 1세대 이주민이었습니다. 귀국하여 신학교를 세우고 24년째 이끌고 있습니다. MMFC 교회 멤버들도 모였습니다. 켄파우 장로와 삐앙 집사, 누암봉 집사, 상비형제가 한국생활 간증을 나누었습니다. 삐앙집사는 삐눌린에서 우리를 만나려 10시간 버스를 타고 은비와 함께 왔습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MMFC교회가 500평의 교회 부지를 사서 건축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 부지로 가서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3층 건물의 교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의 사역 중 하나로 미얀마 마약 지역에서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하여 교회에서 돌보고 있는데 켄파우 장로가 앞장서고 있습니다. 켄파우 장로는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우리가 돌려주어야지요 고백하며 감동을 전했습니다.
잠시 트레샤 고아원도 방문하여 12명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몇 개월 안 된 아기가 있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낳고 몇일 만에 죽어 고아원으로 왔습니다. 이 사연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우리는 13년 동안 트레샤 고아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빠잉 형제 부부가 우리 팀 저녁을 환대해 주었습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밤에는 피터 집사와 깊이 있는 교제를 나누며 서로 격려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넷째 날
주일 아침 양곤 실로암교회로 가서 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저는 ' 믿음'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통역은 피터 집사가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세명의 여자 청년들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어디서 예배를 드려도 '여호와 삼마' 로 함께하심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쉐비다 빈민가 유치원으로 이동하여 어린이 300여 명과 주일 축제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말씀은 홍미란 사모가 전했습니다. 아이들의 찬송 소리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율동 찬양팀의 찬양은 너무 다이나믹 해서 우리도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우리는 빈민가 가정을 방문하여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주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13년을 누워있는 제따죠 아웅에게 가서 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아이를 버리고 떠났다고 슬퍼하셨습니다. 긍휼한 마음이 더욱 들었습니다.
우리 팀은 빈민가 가정을 방문하여 복음을 전했습니다.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이주민 1세대 묘투전도사와 에와 사모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저녁에는 꽁민따 홀에서 실로암 가족들 모임을 가졌습니다. 80여명이 양곤을 중심으로 각지에서 모였습니다. 싱뿌 집사가 사회를 보고 데이빗 집사가 찬양 인도하고, 민아웅툰 교수가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함께 동행한 실로암교회 김대봉 장로님이 복음을 나누었습니다. 예수님을 구세주로 받아들인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찬양과 율동과 격려와 위로 그리고 환대가 넘쳐나는 축제 같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 고백하길 메마른 땅에 단비 내리듯 심령에 성령의 단비가 가득 채워졌다고 고백했습니다. 복음의 원심력, 하나님의 가족의 확장성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데이빗 집사와 피터 집사와 고트위 목사가 실로암 미얀마 교회를 세우기 위해 교회 부지도 계약을 했습니다. 이렇게 미얀마 전역에서 복음은 활화산 되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복음의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 보냈더니,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셔서 영적인 농부들이 되어 미얀마 곳곳에서 영적 추수하는 것을 보며 이주민 선교의 희망을 다시금 보게 하셨습니다. 미얀마의 혼란 속에서도 생명의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감사의 마음이 넘쳤습니다. 이주민 선교는 한국교회의 희망입니다. 감사합니다.
미얀마 양곤에서( 2월 17일)
섬김이 이명재 목사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