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위에 선 사람들
3박 4일의 홍콩 여정, 벌써 10일이 지난 과거의 추억이 되었지만 도시와 순간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제야 기록을 남긴다. 기록은 소중한 추억을 오래동안 간직하기 위한 나만의 작은 습관이다.
홍콩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시대의 종말과 다가올 금융질서의 흐름을 피부로 느끼고, 그 속에서 우리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세계 금융 질서의 변화를 마주하다
이번 여정의 중심에는 (주)게이트 시스템 염웅섭 대표와 홍콩 BMI 그룹의 협약이 있다. 세계 금융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지금, 가상 디지털 화폐는 더 이상 주변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새로운 시대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거래소의 역할은 핵심이다. 안정성과 신뢰, 속도와 기술력—이 모든 것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금융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출발선에서 함께 서 있다. 아무도 먼저 가본 적 없는 길을 개척하는 설렘,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뜨겁게 다가오는 감정이다.
●뜻밖의 버스 세례
그러나 이 여정이 특별한 이유는, 비즈니스의 성과만이 아니다. 협정서 서명을 앞두고, 게이트 시스템의 엄 대표가 관광버스안에서 세례를 받았다. 엄 대표는 이대희 목사님으로 부터 8주간 성경 공부를 하며 믿음의 기초를 다져 왔다. 하나님께서는 세례예식의 순간이 오기 전에 이미 은혜의 씨앗을 뿌리셨고, 그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셨다. 그 바탕 위에, 해외 관광버스 안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세례가 진행되었다.
내가 한 일은 세례를 베푼 일이다. 씨를 뿌린자는 이대희 목사님이고, 자라게 하신분은 하나님이고, 다만 나는 하나님의 시간에 세례를 주는 목사로 쓰임받았다.
예정에도 없던 ‘버스 세례’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깊은 감동과 은혜를 선물로 안겼다. 관광버스 안이라는 평범한 공간이, 한 사람의 새로운 결단과 고백으로 인해 성스러운 무대가 된다. 그 순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홍콩의 도시 풍경은 마치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이 열린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이 장면은 사도행전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예루살렘 교회에 큰 핍박이 일어나 사도들이 흩어졌을 때, 빌립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광야로 나갔다. 그곳에서 “에디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모든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가 예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돌아가는”(행8:27) 길이었다. 빌립은 간다게를 만나 성경 말씀을 풀어주었고, 간다게는 즉시 세례를 받았다. 2천 년 전의 그 기적 같은 사건처럼, 이번 홍콩의 버스 안에서 일어난 세례 또한 성령께서 친히 일으키신 은혜의 역사다. 개인의 고백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기뻐하고 축복하는 사건이며, 지금도 살아 있는 하나님의 이야기다.
●첫걸음이 주는 힘
이번 여행에서 또 하나 우리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던 일은, 게이트 시스템의 첫 번째 투자자 이재석 씨는 바로 대표의 친구였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투자 중 하나는 가까운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다. 투자라는 것은 단순히 “얼마를 넣으면 얼마를 번다”라는 계산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투자는 신뢰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대표의 친구가 보여준 이 첫걸음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그는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너는 나의 친구이니까, 나는 너를 믿으니까”라는 마음으로 결단했다. 그것은 차가운 계산의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신뢰의 관계에서 흘러나온 순수한 손길이었다. 그래서 이 투자에는 ‘거래’라는 말보다 ‘선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것은 게이트 시스템 거래소가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맺어진 첫 열매였다. 공동체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친구에게도 일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게이트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그 첫 손길은 언제나 기억될 것이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존귀한 이름으로 회자될 것이다. 첫 번째 투자자의 믿음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질서를 열어가는 거대한 여정의 첫 장을 연 것이다.
●마지막 밤의 기도
마지막 날 밤, 호텔 안에서 또 하나의 잔잔하지만 깊은 장면이 있었다. 바로 대표의 친구이자 첫 번째 투자자인 이재석 씨는 “나도 안수기도를 받고 싶다”는 고백을 전한 것이다. 늦은 밤, 사람들 앞에서 이런 바람을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용기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에 은혜를 주셨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민과 갈급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고백이었다.
우리는 형제의 손을 잡고, 어깨와 머리에 손을 얹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성령의 능력과 믿음으로 새로운 인생을 결단할 수 있도록 축복하고 위로하며 함께 마음을 모았다. 목회자인 나 자신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동행자들이 함께 기도하며 그의 소원을 들어드린 이 순간은 큰 기쁨과 은혜가 되었다. 뜻하지 않게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소박하고 소중했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 오래 남을 아름다운 시간이다.
●미래와 감동이 만난 자리
돌아보면, 이번 홍콩에서의 4박 5일은 두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새로운 금융 질서의 격변 속에서 만난 협약과 비전의 자리이고, 다른 하나는 뜻밖의 세례와 기도의 순간에서 느낀 인간적인 감동이다. 경제와 영성, 미래와 현재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시간이다.
●새로운 길 위의 확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어쩌면 이런 순간을 만나기 위함일지 모른다.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울림을 발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길 위에 서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된다. 홍콩에서의 며칠은 그 확신을 제 마음에 또렷하게 새겨주는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