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체보다는 성경에 관한 것을 공부

언젠가 영국을 방문한 한국 목회자가 영국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영국의 목사님에게 물은 기사를 본적이 있다. “부흥했던 영국교회가 왜 이렇게 텅 빈 교회가 되었습니까?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하고 묻자 영국 목사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교인이 성경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성경을 깊게 가르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지금 위기의 한국교회가 새롭게 부흥하는 길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는데 있다. 이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오직 성경”, “성경으로 돌아가자” 는 구호를 수없이 외쳤다. 하지만 그 다음의 대안은 약했다. 이제는 진단은 그만하고 실행단계로 들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가지고 행하는 일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성경을 공부하는데 큰 걸림돌은 한국 교회 안에는 성경공부로는 안 된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 성경공부가 오히려 교인들을 영적으로 교만하게 하거나 지식형 교인으로 만든다는 오해를 하는 목회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러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에 치중하게 된다, 그런 취약한 교회구조의 틈을 타서 이단과 사이비가 성경공부로 교회를 흔들고 있다. 교회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지 못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다.

한국교회가 성경공부를 많이 했지만 문제는 제대로 공부해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성경공부는 “성경자체“가 아닌 “성경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조직신학적 성경공부와 교리중심의 성경공부가 주를 이루었고 관심 있는 주제와 교회 성장에 관계된 내용을 선택하여 주입식으로 공부했다. 성경 텍스트 자체 보다는 성경에 관한 내용을 공부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목회자들이 신학교에서 그런 방법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신학교에서 이것을 배운 적이 없기에 자연스럽게 교회와 목회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물론 이것의 유익과 역할이 충분히 있다. 다만 그것으로 성경공부를 다 배운 것처럼 착각하게 하고 그만두는 것이 문제다.

삶의 변화보다는 지식을 배우던 공부

근원은 신학교 교육방법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헬라철학적인 방법으로 지식 중심의 성경공부의 영향이 크다. 수천 년 동안 중세교회와 종교개혁 이후까지 이런 성경공부가 주를 이루었고 결국은 성경공부를 지속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성경에 대한 학문은 발달했지만 정작 성경을 공부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지금 유럽의 구라파 교회들이 붕괴한 중요한 원인이다.

이런 성경공부 방법은 대부분 헬레니즘방식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은 여기저기 성경구절을 선택하여 인간의 생각으로 다시 구성하는 2차 자료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를 주도했던 성경공부는 어떤 것들인가? CCC, 10단계 성경공부, 베델성경공부, 네비게이토 성경공부, 크로스웨이 성경공부 등이다. 요즈음은 성경 맥을 잡는 성경통독 붐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경공부는 모두 성경에 관한 공부로 지식적인 공부에 머물고 계속 지속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정작 성경 텍스트 자체의 맛을 보지 못하고 지식적인 배움에 머물다 보니 중간에 그만두고 그것으로 성경을 공부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아직 성경의 언저리에 돌다가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면서도 성경을 공부했다고 쉽게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 예를 들면 1-3년 해보고 효과가 없다고 그만두는 상황이 지금 한국교회의 대부분의 모습이다.

이런 성경공부는 삶의 변화 보다는 성경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데 머문다. 그리고 과정 이수로 생각하다 보니 성경자체를 평생공부 한다기 보다는 성경을 학교공부처럼 졸업과정을 마치면 성경공부를 다 마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신학교에도 거의 이런 방식에 머물고 있다. 이것으로는 성경으로 돌아가는데 한계가 많다. 성경 문턱은 가지만 정작 성경 속으로 들어가는데 한계가 있다.

우리 중에 삶의 변화를 힘들게 하는 위험한 가르침은 헬레니즘방식의 가르침이다. 여기서 헬레니즘방식이란 믿음과 삶을 분리하는 것이다. 둘 중에 하나만 강조하고 그것으로 신앙 생활하게 하는 일이다. 믿음을 무시하고 행함만 강조하거나 혹은 믿음만 강조하고 삶을 무시하는 경우다. 지금 한국교회 속에서 둘 중에서 부족한 부분은 믿음보다 실천에 대한 것이다. 믿음에 대한 부분에 비해 실천의 영역이 많이 부족하다. 이것은 지금 한국교회가 초보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다. 벌써 선생이 되어야 함에도 아직 성숙한 단계로 나가지 못함을 보여준다. 믿음을 삶으로 드러내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 해 주지 않고 오직 믿음만 강조하는 것은 신앙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듣기만 하고 행하지 못하게 하는 신앙의 모습은 예수님이 특별히 경고한 내용이다.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방식까지 제시하여 그것을 몸에 체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르침이다.

예배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말씀의 능력

성경은 반복하여 말씀을 듣고 가르쳐 지켜 행하게 하라고 말한다. 행하는데 까지 나가지 않고 진리를 듣고 깨닫는 것에 치중하는 설교나 가르침은 죽은 신앙으로 만들 수 있다. 말씀을 듣고 영적 깨달음을 얻고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막상 세상에서는 다른 방식을 갖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말씀을 들을 때는 즐거움이 있고 은혜가 되는 것 같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적용력이 없이 맥없이 무너진다. 지금 한국교회가 풀어야할 숙제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주일날에 예배당에서 설교 말씀을 들을 때는 다 해결된 것처럼 생각이 되지만 막상 말씀대로 살려면 그것이 힘들다. 대부분 이 걸림돌에 걸려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돌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계속하여 말씀을 듣는 것으로 유지하고 이것을 반복한다. 설교자가 들려주는 말씀을 받아먹는 정도에 머물게 된다. 한국교회가 주일 예배의 한 번의 설교에 목숨을 거는 수준에서 고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편하게, 세상을 즐기면서 신앙생활하려는 습성 때문이다. 지도자까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지도자 역시 수고와 고생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는 주님을 따르는 제자가 나오기 어렵다, 왜 이런 현상이 만연될까? 그것은 아직 세상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미련이 남아서다. 죄에 대해 죽고 의에 대해서 산다는 의미를 잘 알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성령이 우리속에 들어오신 것은 육신을 따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성령을 따라 행하기 위해서다.

복음은 깨달음에 머물지 말고 행하는 데까지 나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행하는 지침과 방법들을 제시하여 실천하는데 성경의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갈수록 점점 짧은 설교에만 이끌리고 실천과정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설교로는 거기까지 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실천이 약하게 되고 다시 주일날에 예배당에 와 설교로 위안을 얻고 세상에 나가 이중생활을 하다가 또 다시 은혜를 받는 방법을 수십 년 반복한다. 이렇게 되면 교회 마당만 밟는 종교인이 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교회에 와서 설교 듣는 것이 늘 긍정적인 메시지에 관심이 있다. 교회가 세상에서 지친 성도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씀에 집중하여 전하고 듣다 보니 좀처럼 성숙에 이르지 못하고 어린아이 신앙에 머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초보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여 전하는 초보의 신앙에서 벗어나는 것이 힘들다.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성경은 행하는 책이지 깨달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철학은 늘 본질을 추구하면서 깨달음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실천적인 것 보다 사유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쉬지 않고 질문하고 깨닫다가 결국 아무것도 모른 체 죽는 것이 철학이다. 그러나 우리는 궁극적으로는 말씀대로 살게 하는데 핵심이 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거저 주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은 예수의 삶을 살아 내기 위함이다. 예수 믿는다는 것은 예수를 믿을 뿐 아니라 예수처럼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 그리스도를 위하여 은혜를 주신 것은 다만 그를 믿을 뿐 아니라 또한 그를 위하여 고난도 받게 하려함이라 ” (빌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