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를 찾는 모든 자들이 주를 말미암아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하시며(야시슈 웨이시메후 베카 콜 메바케쉐이카) 주의 구원을 사랑하는 자들이 항상 말하기를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하게 하소서(웨요메루 타미드 이게달 엘로힘 오하베 예슈아테카)”(시70:4).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저물고 있다. 정국은 불안하고 사회 갈등은 심화되어 나라가 도산할 것 같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다. 이러한 때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도우심이 필요한 때이다. “(다윗의 시로 기념식에서 인도자를 따라 부르는 노래) 하나님이여 나를 건지소서 여호와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시70:1). 이 시편 70편은 개인 탄원시로서 시편 3; 5; 6; 7; 22; 25; 26; 27:7-14; 28; 31; 35; 38; 39; 42; 43; 51; 54; 55; 56; 57; 59; 61; 63; 64; 69; 70; 71; 86; 88; 102; 120; 130; 140; 141; 142; 143 편 등이다. 그리고 여기에 종속된 부속 양식으로서 의지 신뢰시(Confidence Psalm)를 설정한다(시4; 11; 16; 23; 27:1-6; 62; 131). 이 시편 70편은 시구가 반복되는 시들 중에 하나로서 시가 반복되는 것은 그 시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편 14편이 53편에서 반복되고 또 이 시편 70편은 시 40:13-17절에서 반복된다. “여호와여 은총을 베푸사 나를 구원하소서 여호와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시40:13). 시편 70:1절은 “하나님이여 나를 건지소서 여호와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엘로힘 레하찌레니 아도나이 레에제라티 후샤)” 라고 다윗은 시를 읊고 있다. 시편 40편에서는 ‘은총을 베푸사’가 첨가되어 노래하고 있지만 비슷한 간구, 탄원의 시편이다. 시편 70편과 시편 40편은 동일한 자료도 있지만 약간의 차이도 나타난다. “가령 시편 40:13절은 제발(Be pleased)로 시작되지만 70편에는 빠져 있다. 사실 70편은 1절에 속히라는 말이 없다. 그것은 히브리어로 ‘긴급하게’를 영어로 hurry, hasten으로 번역한 것이다. 시편 40:14절에 생명을 찾아 멸하려 하는 자(confounded)뒤에 함께(together)즉 ‘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시편 70:2절에는 ‘다’ 또는 ‘함께’라는 말은 없다”(이종윤).
시편 70편은 그 시편 기자가 심각한 고통에 빠져 있는 상태를 보여준다. 원수들이 아하 아하 하면서 조롱하며 그의 목숨까지도 찾고 있다. “나의 영혼을 찾는 자들이 수치와 무안을 당하게 하시며 나의 상함을 기뻐하는 자들이 뒤로 물러가 수모를 당하게 하소서 아하, 아하 하는 자들이 자기 수치로 말미암아 뒤로 물러가게 하소서(야슈부 알 예케브 바세탐 하오메림 헤아 헤아)”(시70:2-3). 다윗의 생애는 늘 쫓기는 인생을 살아간다. 사울에게서 쫓기고, 아들 압살롬에게도 쫒기는 인생을 산다. 다윗은 ‘속히 나를 도우소서, 속히 내게 임하소서, 지체하지 마소서’라고 하며 시편 70편 5절 속에 무려 4번이나 ‘속히’라고 표현한다. 다윗은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 빠진 자라고 묘사한다. 속히 하나님이 구하시지 않으면 멸망하고 죽음의 경각에 달리는 순간이 될 것이기에 속히 건짐을 당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시편 40편의 절박한 상황이 다시 시편 70편에 반복되어 어려움과 탄식의 폭풍속에 삶의 고난이 점철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수많은 재앙이 나를 둘러싸고 나의 죄악이 나를 덮치므로 우러러볼 수도 없으며 죄가 나의 머리털보다 많으므로 내가 낙심하였음이니이다”(시40:12). 이 고난의 원인이 죄로 말미암음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수많은 재앙의 뒤에는 바로 우리의 죄, 지은 죄의 결과라는 사실에서 시인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가난하고 궁핍한 처지가 죄악 때문이라는 사실과 ‘자신과 원수, 의인을 위한 기도시’를 통해 긴급하고 속히 기도 응답이 필요한 순간에 ‘찬양과 고백, 감사와 탄원 또는 타인을 위한 기도(중도기도)’(ACTS: adoration, confession, thanksgiving, supplication)를 해야 하는 것이다. 시편 70편은 시편 40:13-17절을 반복하였기에 그냥 뛰어 넘어 짧게 주석한다. 그런데 루터는 그렇게 하지 않고 주석을 10쪽이나 한다. 그리고 이 기도는 공포와 억측과 냉담의 모든 공격을 방어하는 방패요 창이며 짧지만 하늘에 급히 상달해야 할 것 같은 기도, 천둥 벼락과 같은 파괴적인 내용이다. 원수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기도는 응답의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영혼을 찾는 자들이 수치와 무안을 당하게 되고 나의 상함을 기뻐하는 자들이 뒤로 물러가 수모를 당하게 되며 아하 아하 하면서 모독하는 자들이 뒤로 물러가게 되는 일들이 기도를 통해 일어난다. 기도 응답을 통해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고백하는 일이 있으며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자들이 고백할 수 있는 진정한 승리의 선포이다. ‘주여 속히 오소서’, 긴급한 구원의 요청은 오늘날 재림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마라나타’ 부르짖는 소리와 같다. 오늘의 시대는 바로 그러한 긴급한 기도와 구원의 간구가 요청되는 때이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니 하나님이여 속히 내게 임하소서 주는 나의 도움이시오니 나를 건지시는 이시오니 여호와여 지체하지 마소서(와아니 아니 웨에브욘 엘로힘 후샤 리 에즈리 우 메팔티 아타 아도나이 알 헤아하르)”(시70:5).
이러한 구원의 긴급성을 가지고 선교지에 가서 선교한 초기 조선의 선교사가 있다. 공주의 선교사들 중에 샤프(Robert Arthur Sharp, 1872-1906)선교사는 서울에서 황성 기독청년회의 초대 이사로 있으면서 기독교 청년 운동을 펼치었다. 그는 정동제일교회와 배재학당에서 교육을 담당하다가 1904년 감리교 공주 선교부 책임자로 임명되어 왔다. 샤프 선교사는 공주 하리동 뒷산 일대를 구입하여 선교부를 꾸미고 공주제일교회를 마련했고 남학생을 위한 명설학당을 개교하였고 부인인 사애리시는 여학생을 위한 명선학당을 개교하여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들 선교사 부부가 교육선교를 하여 공주 땅에 신교육이 이루어져 조선의 희망의 횃불을 들게 된다. 언덕 위에 2층 짜리 붉은 벽돌은 공주 최초의 서양식 벽돌 양옥집으로 많은 구경꾼이 방문하는 명물이 되었다.
샤프 선교사는 순회 전도를 자주 하였는데 공주, 천안, 조치원, 청주 등 쉬지 않고 전도 여행을 하였다. 1906년 2월 말경 논산 지방 순회 전도 중에 장티푸스로 인해 갑작스레 소천을 하게 되었다. 샤프는 순회 전도 중에 진눈깨비를 피해 들어간 집에서 하필 상여가 보관된 곳에서 그만 불행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전날 죽은 장티푸스 상여를 만진 것이 화근이 되어 그는 34세의 젊은 나이로 소천하게 된다. 자녀도 없던 사애리시는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이 충격이 되어 학교를 스웨어러 부인에게 맡기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사애리시는 하나님의 사명을 잊을 수 없어서 조선 땅에 돌아와 남편의 선교의 고귀한 뜻을 잇기 위해 1908년 8월에 공주로 돌아온다. 그녀는 더욱 더 헌신적으로 사역을 감당하였다. 명선 학당을 영명 여학교로 개명하고 1909년에는 강경 만동 여학교와 논산에 영화 여학교도 세웠다. 충청도 여러 교회에 유치원도 설립하고 아동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는 1940년 일제에 의해 선교사가 강제 추방될 때까지 복음화와 여성들을 교육하며 인재를 길러내게 된다.
사애리시 선교사는 늘 샤프 선교사의 무덤이 있는 곳을 향해 “오늘은 부여 갑니다. 오늘은 논산과 강경에 갔다 옵니다” 하며 매일 얘기하듯 보고하면서 일생을 홀로 보냈었다. 수시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며 연주해 주던 오르간 위에는 항상 아들같이 젊은 남편의 사진을 놓았다. 오직 한 사람, 샤프 선교사에 대한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을 가지고 선교에만 몰두한다. 사애리시 선교사는 행방불명된 독립군 아버지를 둔 오애리시를 입양하여 키워 세브란스 간호학교에서 공부하도록 후원하였고 많은 아이를 입양하고 후원자가 되어 소외된 여성들에게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미 유관순의 어머니를 교육하며 한국 독립운동의 지도자를 많이 배출한 이야기는 소개하였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선교의 꽃이 피고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이 선교사들의 손에서 길러진다. 이 선교 이야기는 공주의 기라성같은 선교사(알렌, 우리암, 우광복, 우애리시, 스웨어리)들의 아름다운 손길을 통해 이어졌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