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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나목(裸木)이 되어 있었다. 충격도 아니었다. 왜였을까? 그의 주검 앞에서 문득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1867. 7. 8. ~ 1945. 4. 22.)의 판화가 오버랩 되어 온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주검의 형상들이 친숙하게 다가왔던 그의 흑색 판화들이 뇌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손을 내미는 모습, 살아 있는 자들 옆에 초연한 일상으로, 또는 갑자기 운명을 맞이하는 형상들을 음각한 주검의 표현은 편안하다 못해 평화 그 자체였다. 그랬다. 그 작가는 울부짖고 절망했던 우리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철저
시문학
최원영 발행인
2024.04.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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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병수 목사는 2023년 가을, 전북 부안 변산반도 도립공원 '채석강 해식절벽'을 방문하고 쓴 시를 영시로 옮겼다고 한다. 정 목사는 "우리말과 글의 섬세한 감성을 영어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단어를 찾아 고르며 애써봤으나 역시 미흡하여, 원문 시를 다시 첨부했다" 정목사는 "역시 시는 우리말과 글로해야 하나, 그래도 영어 시는 나름대로 맛이 있다"고 전했다.[채석강 해식절벽 앞에]: 정병수깨지고 깎이며/ 억만 세월 울었다/ 거친 파도에 부푼 두 손/다친 몸은/ 몰아치는 비비람에/ 젖은 가슴은솜 같은 봄바람에도/ 쓰라린 생
시문학
본헤럴드
2024.03.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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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로 핀 꼿_ 김성호 목사 아흔다섯번째 해를 맞는 첫날잔잔한 물가위에하얀 겨울꽃이 피였다물이 빛을 만나서 핀 꽃물은 잉태하는 생명 빛은 생명의 씨앗나의 삶에 열매는 없었지만끝날에는 생명시냇가작은 빛의 꽂으로 피고 싶다 아듀~이렇게 나도 곱게 저가면 좋겠다. 자연은 노추가 없어~흙으로의 귀화가 하늘로의 승화가 훌 훌 털어버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겨울비 맞으며 낙옆 밝고 가는길 너무 좋다^^ 위 시는 정병수 목사님이 페북에 올린 시이다. 시는 95세를 맞이한 김성호 목사님이 지인들에게 보낸 시라고 한다. 천국에서 다시 태어날 그 날을
시문학
본헤럴드
2024.01.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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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사색 송광택 목사-카페 슬리핑피시에서 커피를 마시며시간을 마신다 에티오피아의 공기와 빛물과 바람이슬과 흙내음이빚어낸 너의 시간을음미한다 천년의 시간도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나도 눈을 감으며향에 취해 본다 은은한 풍미로 인해눈뜨는 오감벗들과 더불어담소를 나누며마음에 쌓인 티끌도털어버리고 시공을 넘어 오늘 여기까지 찾아온 너는조용한 상담자따뜻한 치유자
시문학
송광택 논설위원
2023.11.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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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사랑 박재훈 연초록 봄 햇살을 좇아고전풍의검은 색 담장을 보듬은 몸부림 지독히도 사랑하였노라고생글거리는 노래였노라고그 몸서리치는 시절의 필연에너무도 사랑하여 꽃조차 되지 못하고남겨진 눈물마저진하디 진한 화석이 된 거라고또다시 봄이야 온들그 어지럽도록 휘날리는푸른 향기가 앉을 곳 있을까마는남루한대로함께 하므로 사랑이라고 봄이 아득히 멀어지는 어느 날에라도행여 지친 나비 날갯짓으로 날아올라떨어지는 꽃잎 바람에 휘날려꽃이 되고향기가 되어 주도록아직도 사랑하노라고끝없이 사랑하노라고꽃을 품은 담으로 박재훈 서 있어야 한다면꽃을 품은
시문학
송광택 논설위원
2023.05.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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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새싹들에게 송광택 어린 새싹 친구야, 너는 알고 있니?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중에서도 좋은 날네가 오던 날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엄마와 아빠가 꾸던 꿈들을너는 알고 있니? 어린 새싹 친구야,바라보아라 넓은 세상을걸어보아라 동서남북을파아란 하늘 넓은 들판멀리 파도치는 바다. 아이야,너희들이 만들 세상은어둠이 없는 빛의 나라미움이 없는 사랑의 나라다툼이 없는 평화의 나라눈물이 없는 기쁨의 나라. 아이야, 들어보아라너희들만 들을 수 있는 소리이슬이 풀잎에서 구르는 소리가슴 속 작은 새가 노래하는 소리밝은 해 솟아올라 꽃잎이 열리는 소
시문학
송광택 논설위원
2023.05.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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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찬가(讚歌) 김정권 어둠속 무거운 침묵추위를 이겨야 하는 고난적막한 고요짓눌리는 죽음의 그늘 땅속에서 움트는생명의 근원(根源)생명의 약동(躍動)생명의 역사(役事) 침묵은 승리의 노래로고난은 환희로고요는 천지를 울리는 찬양으로죽음은 부활로새로운 세계가 열려천지는 광채(光彩)로 가득하다. 튤립은 겨울의 모진 고난을 이기고환희의 노래로부활의 찬가를 부른다. 삭막(索莫)한 대지에 찬란한 빛을 비추는튤립온 세상에 기쁨을 주는 아름다움그 향기(香氣)생명력(生命力)으로 충만하다. [작시(作詩) 노트]튤립(tulip)은 땅속에서 구근(球根)
시문학
정준모 목사
2023.04.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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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송광택 한 올의 빛도 차마한 움큼의 바람도 감히나서지 못하는 어두움,이미 뜻으로 생각할 수 없고마음으로 자리할 수 없는벼랑 끝에서 얼마만큼의 피와살이 섞인 눈물로말씀하시는 이하늘은핏빛 아픔으로 울고땅은 숨죽이고 바라본다 저주 아래 흘리는 피 무너져 내리는 사망 권세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빛처럼 승리의 아픔이 터져 나오는가 보라 친구여죽음 안으로 뛰어들 수도고통 위로 날아오를 수도 있는날개가 움튼다부활의 새벽을 기다리며
시문학
송광택 논설위원
2023.04.0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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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빛광성교회 설립자 정성진목사는 21세기 문명사적대변혁의 혼란한 시기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자기 내려놓음의 길을 걸어갔다. 무엇보다 개척하여 초대형교회를 세우고, 65세에 정격 은퇴와 더불어 원로목사직도 포기했다. 내려놓는다는 것처럼 어려운 길이 어디 있겠는가? 내려오는 것을 못해 평생 일궈놓은 사역지를 스스로 황폐하게 만들고 흐트러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주님은 대중사역을 하신후 조용히 홀로 시간을 하나님께 드렸다. 다 아는 진리인데 이것을 '자신'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잘 안된다. 결국 이기심이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정성진목사
시문학
최원영 발행인
2023.04.0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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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심을 구하는 기도 마르틴 루터 사랑의 하나님,참된 복종을 허락하소서.세상 것이든 영원한 것이든 모든 것을 온전히 포기하게 하소서.중상, 모략, 판단, 정죄 같은 잔인한 악을 멀리하게 하소서.혀로 행하는 큰 불행과 해악을 저희로 부터 멀리하소서!무고하게 헐뜯는 소리를 다른 사람에게서 들을 때감추고 침묵하는 법을 가르치소서.오직 아버지께만 털어놓게 하시고 모든 것을 아버지 뜻에 맡기게 하소서.그렇게 함으로 저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기꺼이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해 설》위대한 기도는 언제나 위대한 이해와 지식의 결과다.루터는
시문학
송광택 논설위원
2023.03.2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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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영원한 주제는 사랑이다예술의 영원한 주제는 사랑이다. 영화나 음악에서 주된 이야기는 슬픔과 환희의 표현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 론에서 가장 완벽한 문학 장르는 비극이라고 단언했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연민과 회한을 통해 격정을 덜어내는 진솔한 스토리야 말로 예술의 절정을 말해 준다. 우리들의 삶속에서 비극은 슬픔 그 자체로 각인되어 남지만 예술이 보여주는 비극의 장르는 가슴을 적셔주는 아픔과 눈물로 이어지다 결국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감정의 분출을 통해 슬픔보다 오히려 후련함과 비움으로 상쾌함을 느끼게 한다는
시문학
본헤럴드
2023.03.0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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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정병수 하늘 향한 소원 오그라들고입의 곡조 차라리 눈물이니개미허리 부여잡고애꿎은 물로 빈 배를 채운다주림은 힘듦이며 슬픔이어라 하늘 열려 곡간 넉넉하니 올챙이 배 황소 배 되어 크게 입 벌려 노래하고 춤추며 뛰논다개굴개굴 객객 개개굴 남산만 한 개구리 배 왠지 허기지고침침한 눈 가쁜 호흡버거운 다리배부른 자여 주릴지로다쟁쟁하는 귀울림에 밤잠을 설치니채움은 짐이요 어둠뿐이다 채움도 주림보다 나을 게 없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버리는 자 하늘 내림 맛보리라 하늘 떡이 비운 배에 채워진다비움은 만족이니 낙원이어라
시문학
정병수 목사
2023.0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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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송광택 시간이 길을 열기 전하늘에 별이 달리기 전땅 위에 이슬이 내리기 전 바다에 향유고래가 노닐기 전숲 속에서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기 전동산에 꽃향기가 퍼지기 전 동녘에 해가 뜨기 전황혼의 풍광이 고개를 들기 전은하수가 우윳빛으로 빛나기 전 처음 사람이 티끌을 딛고 일어서기 전마음이 눈을 뜨기 전시인의 노래가 아직 들리기 전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지기 전수치가 아직 다가오기 전악의 불화살이 날아오기 전 스스로 계신 분어제와 오늘과 내일이영원한 현재이신 분께서말씀하시네“빛이 있으라”
시문학
송광택 논설위원
2023.01.0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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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린 오월의 숲은 물빛 미소가 번지고 블루바다는 아직도 사랑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만 보던 한 여인이 기다림에 지쳐 한아름 가득 품고 있던 5월의 꽃 알리움을 바다에 흩뿌린 채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다. 온순한 썰물을 타고 이내 멀어져가던 알리움은 사방으로 하나씩 흩어지며 무료함을 달래던 페닌슐라 남쪽 모퉁이를 물들이고 있었다. 막 모습을 드러낸 손톱반달이 바다에 투영되자 금빛이었다가 금시 온 바다를 알리움의 상징 연분홍으로 채색해 놓은 그 환희를 당신은 본적이 있는가?초승달이 뜨는 오
시문학
본헤럴드
2022.05.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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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난 강원도 어느 산골의 11월 끝자락은 피안의 세계에 들어 온 듯 순례자들의 종착지였다. 손을 내밀면 바람이 잡힐 것만 같고 저 산등성을 넘으면 그리운 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발걸음은 이내 빨라지기 시작했다. 사각거리던 속닥거림도 연노랑 물결도 언제인 듯 사라지고 초연히 그네들끼리 서 있었다. 11월을 대표 하는 건 분명 자작이라고 단정했던 나는 마음이 조급해 지거나 휑해질 때마다 그들을 찾아가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원색초록도 아닌 민낯 수수함으로 한여름을 보낸 그들은 쪽머리를 한 여인의 단아함
시문학
본헤럴드
2022.03.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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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온 후 첫 번째 맞는 겨울이다. 하늘에 닿을 듯 키가 큰 더글라스 숲에 첫눈이 내렸다. 크리스마스카드에서 보았던 그 풍경들이다. 우리나라 보다 100배 크기의 넓은 땅을 가진 캐나다는 서부 밴쿠버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은 겨울 내내 눈과 함께 겨울을 난다. 좀처럼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태평양만을 끼고 있는 밴쿠버에 이토록 많은 눈이 내린 건 처음이다.게으른 농부가 뒤늦게 목화수확을 하듯 시나브로 낙화하는 솜덩이는 예수탄생을 축하하는 이브의 선물이다. 밴쿠버는 한 겨울에도 온화한 기온으로 대지는 파릇파릇
시문학
최원영 발행인
2021.12.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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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꼭 한 번은 가봐야 여한이 없다고 하는곳_빅토리아호수산과 호수, 바다에 둘러싸인 빅토리아의 색깔들을 모아 덧칠하면 어떤 색채가 될까. 고구마를 닮은 밴쿠버 섬의 남쪽 끝에 자리한 그 곳에 첫발을 들여 놓았을 때 생긴 물음표였다.주변 도시들을 다 합쳐도 30만 명이 채 안 되는 빅토리아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홀림 당하게 하는 것일까. 캐나다 서부의 최대도시 광역밴쿠버의 200만 명이 넘는 곳을 제치고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수도가 있는 곳. 하룻밤 이상 머물고 가는 관광객들이 연간 400만 명이고 크루즈 여
시문학
최원영 발행인
2021.12.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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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저 민들레를 뿌리 채 제거하고, 정원관리를 주기적으로 해라"정말 예기치 않은 일로 집 관리인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이 곳 캐나다에서 동양인이 집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미 경험했던 터라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백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North 밴쿠버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예고 없이 집 관리인이 방문하여 다짜고짜 뒤 정원을 보자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우리에게"당장 저 민들레를 뿌리 채 제거하고, 정원관리를 주기적으로 해라"는 것이었다. 만약 한 번 더 주위에서 신고를 하면 그
시문학
최원영 발행인
2021.12.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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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
송광택 논설위원
2021.09.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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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이여 그대는】 섬진강이여그대는깊은 산 쬐그마한 데미샘에서시작해 마이산 팔공산의전설이 섞인 산안개를타고 내려온 남도의 자식이네계곡물의 힘찬 기세로 달리다 먼 옛날 무주 진안 장수의 마을을 만들고 에미같은 젖줄이 되었구나그대는 여기저기 남도 마을의 찐한 사투리를 담고 인심이 구수한 설화가 된게지 그러다 험한 바람 격한 눈발을 품고 때로는 구름을 타고노을로 흐르는구나 그대는 저녁밥 짓는 연기가 고즈넉이 피어오를 때 지리산을 만나 정한수 한 그릇 올려놓고 하객없는 혼례를 치룬후 하룻밤 머물다 훌쩍 떠나는 님이던가 하지만 그대는산업화
시문학
최원영 발행인
2021.09.23 20:57